게임 업계에서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는 주로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드러납니다. 주요 인물을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로 설정하거나, 전통적인 미적 기준에서 벗어난 외모를 부여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일부 게이머들은 강한 반발을 보이며, 이는 단순한 PC주의 논쟁을 넘어 ‘미(美)의 기준’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논쟁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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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의 핵심은 “왜 주인공은 잘생기고 멋져야 하는가?” “잘생기고 멋진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더불어, "왜 일부러 주인공을 못생기게 만드는가?"라는 반발로 이어집니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RPG(Role-Playing Game) 장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RPG의 본질이 ‘역할 수행(Role-Playing)’에 있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가 되어 게임을 경험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따라서 주어진 캐릭터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모습일 경우, 몰입감이 저해된다는 불만이 제기됩니다. 또한 일부에서는 PC주의적 요소가 단순히 ‘다양성 확보’라는 명목 아래 기계적으로 도입된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특히, 게임의 주요 향유층이 미형(美形)의 캐릭터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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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4> 드루이드 커스터마이징 장면 / 출처: 팬N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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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디아블로 4>는 일정한 스토리를 갖춘 ARPG로,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를 생성하고 성장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발사는 이번 작품에서 자유로운 외모 변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제한적이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드루이드 직업군의 경우, 남성과 여성 캐릭터 모두 뚱뚱하고 근육질인 외형을 갖추고 있어 PC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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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2 포비든 웨스트>의 주인공 에일로이 (좌)초기 공개 모델, (우)수정된 트레일러 모델 / 출처: 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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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호라이즌 2 포비든 웨스트>의 주인공 역시 PC주의의 영향을 받아 일부러 못생긴 모습으로 디자인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전작 <호라이즌 제로 던>과 비교했을 때 넓어진 얼굴형이 논란이 되었으며, 일부 게이머들은 ‘라면을 먹고 부은 것 같다’는 조롱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개발사는 새로운 트레일러를 통해 수정된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캐릭터 디자인이 명확히 PC주의 때문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해당 개발사가 과거부터 PC주의적 입장을 표방해 왔다는 점, 그리고 게이머들이 못생긴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PC주의와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반대로 <스텔라 블레이드>와 같이 외형적으로 예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은 반PC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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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블레이드>의 주인공 이브07 / 출처: 소니 <스텔라 블레이드>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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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게이머들이 반드시 미형 캐릭터만을 선호하고, 못생기거나 성소수자 요소가 포함된 게임을 기피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역대 고티(GOTY)를 수상하고 많은 게이머들에게 명작으로 평가받은 <발더스 게이트 3>에는 PC주의적 요소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미형 캐릭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활협전>은 오히려 ‘못생긴 주인공’으로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 게임은 버그와 베어라는 2명의 개발자가 만든 무협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주인공 조활(赵活, Zhao Huo)의 성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토리와 엔딩을 제공합니다. 여타의 인디 게임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뻔한 게임이 주목받은 것은 주인공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못생겼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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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 큰돈을 쓸 수 없는 게임사에서 주인공의 외모만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린 것이죠. 더욱이, <활협전>은 특정 상황에서 주사위를 굴려 무작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게이머는 선택지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주사위를 굴리고, 능력치와 인물 관계도를 조정하며 엔딩을 향해 나아갑니다. 저예산 텍스트 기반 게임이기 때문에 화려한 그래픽이나 더빙 없이, 이야기 자체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주인공의 외모는 이러한 서사적 흐름에서 중요한 장치로 활용되었으며, 결국 게임의 독창성과 차별화된 서사 구조가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물론, 주인공의 못생긴 외모는 게이머들의 ‘어그로’를 끌었지만, 초기에는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개발사의 업데이트와 더불어 이러한 평가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주인공의 ‘못생김’은 단순한 기믹(gimmick)이 아니라 게임의 서사를 구축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활협전>은 주인공이 못생겼기에 특별한 이야기와 매력을 만들어냈습니다. 당문의 외성 제자인 조활은 외모로 인해 끊임없이 고난을 겪으며, 성실하게 살아가더라도 차별과 멸시를 당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의 삶은 때때로 지나치게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이며, 실제로 일부 게이머들은 개발자에게 “이 정도면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고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개발자는 “현실에서도 외모가 사람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게임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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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활이 겪는 불행은 다소 극적으로 묘사되었을 수 있지만, 외모가 현실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잘생긴 사람은 종종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어느 정도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활협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외모가 삶에 미치는 영향 속에서도 개인의 내면과 성장이 더욱 중요한 가치라는 점입니다. 조활은 스토리 전개에 따라 무협 속 협객의 기개를 보여주고, 절세고수가 되어 대종사의 경지에 오르거나, 다양한 인연을 맺으며 성장해 나갑니다. 게이머는 조활이 겪는 부조리와 차별에 공감하며, 그의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도록 노력합니다.
게임에서 다양성을 추구할 때,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외모와 서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단순한 비주얼적 차이가 아니라, 캐릭터의 외형이 서사의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때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외형은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일반적으로 미형의 캐릭터가 더 큰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게이머들은 단순히 잘생긴 캐릭터만을 선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강렬한 개성과 깊이 있는 서사를 지닌 캐릭터에게 몰입하며, 외모가 독특하거나 비전형적이어도 충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달프는 늙은 노인이지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발더스 게이트 3>의 레이젤은 들창코에 녹색 피부를 가졌음에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스랄 역시 늙은 오크지만,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힙니다. 따라서, 캐릭터의 외형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이 단순히 미적 기준 때문인지, 아니면 서사적 맥락과 디자인적 요소에서 비롯된 것인지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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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협전 #인디게임 #게임 #캐릭터 #PC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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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문화콘텐츠학 박사로, 한국외대, 한성대, 용인예술과학대에서 플랫폼, 웹콘텐츠, 웹소설, 영상비평, 윤리학, 글쓰기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문화콘텐츠를 사랑하고, 향유하는 이들의 경향성과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요 연구 테마는 플랫폼, 웹소설, 대중성, 세대론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플랫폼, 키치를 주제로, 문화콘텐츠 생산과 향유 문화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대중들의 삶과 일상에 관심을 가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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