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편견과 차별의 흔적들을 마주하곤 해요. 때론 ‘원래 그런 거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사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이 개인의 정체성과 삶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죠. 예를 들어, ‘성소수자는 어떻다’라는 뿌리 깊은 편견이 대표적이에요. 이런 ‘사회적 꼬리표’가 때론 개인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주류 집단과의 격차를 고착화해 버리기도 해요.
아래 사진은 성립 작가의 ‘익명의 초상들’이라는 작품인데, 전시장 벽 한가득 낯선 얼굴들이 걸려 있어요. 우리는 막연히 그들의 인종이나 나이를 추측하고, 생김새를 보고 성격까지 상상하곤 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온라인에서 수집한 눈·코·입을 무작위로 조합해 그린,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상의 인물들이에요. 작가는 이를 통해 ‘사람에 대한 막연한 추측과 오해가 얼마나 쉽게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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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립(Seonglib)의 익명의 초상들, 2020 / 사진 출처: 티앤씨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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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러한 편견이 사회구조적 차원(교육제도, 취업, 문화적 배제 등)으로 이어지면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계속해서 주변부에 머물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마스터 내러티브(master narrative)’와 맞설 수 있는 ‘대안 내러티브(alternative narrative)’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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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McLean과 Syed(2015)는 마스터 내러티브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의 정체감 발달에 미치는 사회구조적 영향을 설명했어요. 이는 거시적 수준에서 문화·사회·권력 구조를 반영하는 ‘문화적 각본’으로, 개인의 사고·신념·행동 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트랜스젠더는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이다’와 같이 병리화하는 말들이 전형적인 마스터 내러티브의 예죠.
하지만 개인은 단순히 문화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에요. 마스터 내러티브에 반응하고, 그것을 재해석하거나 뒤집을 수도 있죠. 이렇게 주류 담론에 맞서는 대안 내러티브를 제시함으로써, 낙인되고 손상된 정체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예요. 작은 목소리로 시작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면, 결국 새로운 마스터 내러티브가 형성될 수도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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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풍자: 트랜스젠더에 대한 대안 내러티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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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유튜버 풍자(www.youtube.com/@PUNGJAPUNGJA)가 부모에게 커밍아웃한 뒤 가족과 갈등을 겪고 재회하는 과정을 보여줘 화제가 됐어요. 이를 통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마스터 내러티브를 조금씩 깨뜨리는 효과를 내고 있죠. 사람들 입장에서는 ‘트랜스젠더도 주변 가족과 함께 잘 살아가고, 일상 속에서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되죠. 이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낙인과 부정적 오해를 조정하고, 이들의 현실을 좀 더 다채롭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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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소수자 등장, 잘못된 예시: 숫자 채우기로 끝나는 ‘대표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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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콘텐츠에서 소수자와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주요 캐릭터의 최소 50% 이상을 소수자로 포함하자는 목표를 세우기도 해요. 이는 배우뿐 아니라 제작진, 작가, 감독 등 전반에 걸쳐 ‘다양성 확보’를 추구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종종 ‘숫자 채우기’ 차원에 그치고 말 때 생깁니다. 서사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캐릭터를 억지로 추가해 ‘우리 작품은 소수자를 배려했다’라고 홍보하지만, 정작 이 캐릭터들이 캐릭터성이나 스토리 전개에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배경적 존재’로만 머무는 소수자 캐릭터는, 결국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형식적 대표성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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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미디어와 콘텐츠의 영향력은 엄청나게 크고, 마스터 내러티브를 뒤집는 주요 도구가 되기도 해요. 무조건 ‘소수자를 많이 등장시킨다’가 답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캐릭터와 의미 있는 이야기로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서사를 만들어내고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어느새 편견과 차별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공존의 스토리가 피어나게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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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Lean, K. C., & Syed, M.(2015). Personal, master, and alternative narratives: An integrative framework for understanding identity development in context. Human Development, 58(6), 318-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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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차별 #마스터내러티브 #대안내러티브 #다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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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상담심리전공 조교수. 미국 테네시 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공인심리학자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한국사회에 적합한 다문화 및 사회정의적 개입 방법을 탐색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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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답답하고, 슬픈 여러 소식들로 인해 힘차게 인사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구정 설을 맞아 다시 한번 인사드릴게요. 2025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의 악씨레터에서 다뤄주신 마스터 내러티브와 대안 내러티브, 생각할 거리가 무척 많은 주제인 것 같아요. 악씨레터가 작지만, 대안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목소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레터가 발행되는 설날 당일, 저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데요. 많은 눈와 추위로 어떻게 집에 가나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오고가는 길 모두 안전하시기를 바래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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