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토리>는 199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응답하라 1988>의 덕선 역 혜리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안 봐도 본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냥 그렇게 Y2K 유행에 편승한 것으로 치부하기엔 지나치게 아까운 영화입니다. 마치 주인공 필선이처럼 혜리가 홍보를 열심히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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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거제, 고등학교 2학년인 필선과 미나는 사실 같은 반 친구들보다 한 살이 많습니다. 춤추러 갔다 시비가 붙어 정학을 당했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학교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춤을 출 공간도 잃었고, 다시 춤을 추기 위해서 서울에서 전학 온 세현을 필두로 응원부를 만들려고 합니다. 축구부의 성적은 별로 좋지 못한데, 응원을 받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요.
세현은 축구를 하는 오빠를 따라 여기저기 전학을 다니다 거제로 오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여전히 축구부 김동현 동생으로 불립니다. 치어리딩에 진심이 아닌 듯한 필선이나 부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결국 훌륭한 리더로 ‘밀레니엄 걸즈’를 이끌게 됩니다.
여기에 다른 부원들의 배경이나 사연, 거제도 조선소의 투쟁 등이 매끄럽게만 어우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를 응원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보고 나면 밀레니엄 걸즈 그리고 누군가를, 자신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한편, 영화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에 맞춰 펌프를 하는 필선과 미나로 시작하는데, 익숙한 노래들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현은 치어리딩에 많이 쓰인다고 김원준의 ‘쇼’에 맞춰 춤추기를 제안하지만, 필선은 거부합니다. 필선이 원하는 건 듀스의 ‘나를 돌아봐’나 디바의 ‘왜 불러’ 등인데, 결국 치어리딩은 핑계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치어리딩에는 치어리딩의 문법이 있다는 것을 납득한 후 ‘쇼’에 맞춰 춤을 추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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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이 된 1999년은 그야말로 세기말, 각종 사건 사고를 예언했다고 하는 노스트라다무스가 학습지 이름으로 사용될 정도였습니다. 종말도 수능을 이길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밀레니엄 걸즈의 매니저인 소희는 ‘종말론자’로, 1999년 12월 31일에 지구가 멸망해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괜찮아 보입니다. 지금은 종말이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영화에도 언급되었듯이 컴퓨터는 0과 1만 인식하는 이진법을 사용하므로 2000년이 되면 오류가 생겨 혼란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는 당시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밀레니엄 버그이자 Y2K이며, 많은 기사가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1999년도 영화에서는 꽤 중요한 소재인데 막상 영화 속 삽입곡들은 90년대 전반을 아우르며 99년 이전의 곡들이 대부분이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화에서 소개된 곡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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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가(1993) -서태지와 아이들
- 왜 불러(1998) -디바
- 아시나요(2000) -조성모 (밀레니엄 버그일까요?)
- 나를 돌아봐(1993) -듀스
- Show(1996) -김원준
- 황홀한 고백(1986) -윤수일
- 트위스트 킹(1996) -터보
- 뭐야 이건(1995) -지니
- 할 수 있어(1997) -N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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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변화를 기다리며 이상하게 들떠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1999년과 2000년의 사이처럼 영화도 삶은 어떻게든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필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지니의 ‘뭐야 이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꿈꿔오던 내 모습을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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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선이의 취향과 더불어 영화에 어울리는 1999년 발매곡으로 가상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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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반인 순정은 필선, 미나와 마주쳤을 때 가수 누구 좋아하냐는 질문에 디바의 테이프를 발견하고 디바로 대답하여 호감을 삽니다. 왜 SES나 핑클이 아닌 디바였을까요? 영상에 답이 있습니다. 교복 아래 체육복 바지를 입고 다니는 필선과 트레이닝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랩을 하는 디바가 겹치며 짧은 활동기간이지만 ‘쿨한’ 언니들을 좋아하지 않을 방법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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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때문에라도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은 일본인 멤버가 있는 그룹이 꽤 있지만 당시에는 드물었는데 한국인과 일본인 멤버가 있다는 특이함이 장발 스타일링과 더불어 인기가 많았습니다. 1999년 음악방송 1위는 대부분 아이돌인데 그사이에 한 번 들어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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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윤미래)와 애니의 이름을 합친 그룹으로, 필선이와 미나라면 분명 춤췄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루하루도 좋지만 춤추기엔 역시 경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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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걸그룹보다 격한 안무와 독보적인 콘셉트였지만 뉴스에 나올 정도로 날것의 여성혐오와 직면한 그룹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밀레니엄 걸즈도 크고 작은 여성혐오와 마주하는데 이겨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시절, 그리고 지금 베이비복스가 그렇듯 밀레니엄 걸즈도 각자 자리에서 울고 웃고 싸우며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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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선은 누구 댄서가 될거냐는 질문에 엄정화라고 답합니다. 페스티벌은 엄정화의 대표곡이지만 정작 엄정화는 처음에 부르기 싫어서 울었다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본인도 이내 받아들였고, 현재까지 엄정화하면 떠오르는 곡으로 남았습니다. 엄정화의 디스코그래피 중 페스티벌보다 멋있는 곡은 많지만 응원에 가장 적합한 건 페스티벌입니다. 필선은 자신은 가수가 아니라 댄서가 되고 싶음을 확실히 하면서 용기를 냅니다. 이 곡을 듣는 분들도 자신을, 그리고 모두를 응원해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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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K-pop #1999년 #영화 #플레이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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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을 공부했습니다. K-pop 팬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팬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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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모든 인간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꾼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인간의 노력을 ‘문화’라 부른다. 인간의 문화가 곧 ‘인문’이며, ‘인문’은 ‘인간의 무늬’가 된다. 인문은 삶이며, 인문은 예술이고, 인문은 윤리이고, 인문은 오락이고, 인문은 기술이다. 인간은 이를 통해 더 아름답고, 더 올바르고, 더 즐겁고, 더 편리한 삶을 꿈꿀 수 있다.
📋목차 및 내용
들어가며
1강 인문이란 무엇인가
- 내가 온전해지려면, 반드시 남이 있어야 합니다. 나와 남은 의존적입니다. 나와 남은 자아와 타자의 관계입니다. 자아를 주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아와 타자는 주체와 타자가 되는데, 사실은 나도 주체고 남도 주체입니다. 나도 주체고 너도 주체라고 말함으로써 상호 인정과 의존이 시작됩니다. 나-주체, 너-주체가 되어 함께 어울릴 수 있고 상호 작용할 수 있다면 우리-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2강 인간답게 사는 법 l 일상과 비상의 어울림
-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옷밥집을 잘 갖추는 겁니다. 옷밥집이 없으면 인간다움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두 번째로 꼭 해야할 일은 떠나는 것입니다. 여행이라는 형식을 통해 일상과 비상을 오가며 경험해야 합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세 번째 일은 바로 책 읽기입니다. 책 읽기, 독서는 사고의 힘을 기르기 위한 일입니다. 사고의 힘을 기르기 위해 타인의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3강 인문과 예술 l 아름다운 인간을 위하여
- 예술이 사라진 세상은 동물의 세상입니다. 노래와 그림이 사라진 세상엔 죽음이 찾아올 겁니다. 신체의 죽음이 즉각 당도하지 않더라도 감정의 죽음이 찾아올 것이고, 죽음의 마음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그것은 곧 인간의 죽음, 문화의 죽음, 세계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노래를 들으십시오. 어떤 노래든 관계없습니다. 클래식이면 어떻고 트로트면 어떻습니까. 자기 마음에 드는 노래를 들어보십시오.
4강 인문과 윤리 l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힘
- 언제까지 남녀평등을 더 해야 할까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안경을 썼느냐 쓰지 않았느냐를 기준으로 사람을 구별하지 않듯이,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기준으로 더 이상 사람을 구별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수준에 이르러야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뤄지는 겁니다. 우리가 안경을 쓴 사람을 타자화하지 않듯이,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타자화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5강 인문과 오락 l 즐길 줄 알아야 참된 삶이다
- 우리의 삶은 문제가 매일 출제되고, 우리는 그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저는 ‘인생이란 매일 아침 새로 출제되는 문제를 받아 들고 풀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십시오. 문제가 출제되지 않은 아침이 있었나요? 결단코 없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문제가 나옵니다. 그러니 아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 문제는 너로구나!’ 이렇게 말이죠. ‘오늘은 너로구나!’ 하는 생각만으로 우리는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6강 인문과 기술 l 편리한 도구, 불편한 도구
- 도구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역사에서 도구란 수백만 년을 거치면서 인간의 행위를 도와주는 상태로 나타났다가, 21세기에 이르러 사고를 돕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냅니다. 인간의 도구는 행위를 보조하는 장치에서 이제 사고를 보조하는 장치로 나아가고 있고, 더 멀리는 감정을 보조하는 장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공감정’이 생긴하면 내 슬픔을 가져가서 대신 슬퍼해 주고, 기쁨을 나누면서 함께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는 인간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 중국영화와 대중문화, 아시아에서의 한류, 문화콘텐츠 담론, 문화정체성과 스토리텔링 등의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강의, 저술, 번역에 힘쓰고 있다. 『문화콘텐츠연구』, 『세계의 영화 영화의 세계』(공저), 『한국영화의 역사와 미래』(공저) 등의 책을 지었다.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중국영화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K-콘텐츠학술문화축제 집행위원장,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회장,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조직위원장,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한국영화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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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의 출판 브랜드 ACCI에서 작년부터 여러 권의 책이 출간되었는데요. 악씨레터에서 한 권씩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은 악씨의 악짱님이신 임대근 선생님의 책 <인간의 무늬>를 소개했습니다. 인간의 무늬를 그리는 방법에 대한 여섯 번의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는데요. 저는 강의도 들어보았고, 책도 읽었어요. 그래서 아주 자신 있게 말씀드려요. 강추!!👍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을 이 책과 함께 해보지 않으시겠어요?
그리고 해피해피 추석입니다!! 가족과 함께 풍성하고, 즐거운 연휴 되세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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