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1일 파리올림픽이 끝났어요. 올림픽 참가자 중엔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리스트와 노메달도 있죠. 예전에 비해 일등주의가 줄어든 지금은 많은 이가 은메달과 동메달도 값지다고 말해요. 하지만 우리 사회 한 편에는 금메달이 아니라는 아쉬움과 비난도 여전히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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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메달에 달린 댓글 / 출처: 네이버 스포츠, (우)은메달 기사 /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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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머리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에는 아쉬움이 남죠. 우리는 이 같은 일등주의를 선수에게만 아니라 자신이나 주변에도 적용하며 살아갑니다. 일등주의로 인생을 평가하고 일등이 못되면 패배주의에 빠져 살기도 하죠.
이게 행복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나 봐요. 은메달 백 개가 금메달 한 개를 못 이기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한 번뿐인 인생, 일등이 못되면 패배자로 살아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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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준 영화가 한 편 있어요. 그 영화는 양동근이 주연했던 <바람의 파이터>예요. 극진가라테 창시자 최영의(최배달)의 도전기를 그린 내용이죠. 자신을 이기고 궁극을 향한 단련 끝에, 유명 고수를 압도하여 무도로 세계를 제패한 이야기에 감동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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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양동근 격투씬 / 출처: 영화 <바람의 파이터>, (우)최영의 실제 황소 격투 / 출처: KBS 수요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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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도 이 감동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유도 최민호 선수예요. 그는 이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어요. 이 정도면 꽤 좋은 성과로 안락한 미래를 설계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극도의 훈련을 다시 거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결국 금메달을 따죠. 그도 월등한 기량으로 세계 고수들을 압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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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결승전 최민호 한판승 장면 / 출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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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무도인이 최영의와 최민호에게 감동하고 이들을 본받으려 합니다. 세계 일등을 했기 때문일까요. 제 생각엔 이들의 감동 포인트는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 그 끝을 봤다는 점’ 같아요. 만일 이게 맞으면 일등이 아니어도 감동을 줄 수 있겠네요.
일례로 이번 파리올림픽 유도 단체전 동메달은 일등이 아니어도 많은 이에게 큰 감동을 주었죠. 댓글을 보면 위 체급을 상대하여 끝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은 한국 선수의 자세, 그것이 감동 포인트라 생각해요. 아래 댓글을 보면 우리는 의외로 일등주의보다 더 큰 가치를 지향하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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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유도 단체전 동메달 댓글 / 출처: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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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참가국 순위 산출 방식은 인류의 한계를 넓히고자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어서 비판만을 하기도 어려워요. 하지만 다수를 패배자로 만드는 일등주의도 바람직하진 않죠. 그래서 저는 일등주의를 ‘궁극주의’로 바꾸는 게 어떨지 싶습니다.
무도인 최영의가 즐겨본 병법서 『오륜서』에도 적혀있듯이, 궁극에 도달하는데 이겨야 할 대상은 ‘어제의 자신’이에요.(미야모토 무사시, 『오륜서』, 미래의 창, 2004, 100쪽). 경쟁자는 자신의 성장을 시험하는 데 도움 주는 고마운 대상일 뿐이죠.
타인만을 이긴 승리는 허무해요. 현대사회는 생존경쟁에서 생(生)을 승리로, 사(死)를 패배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우리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 때가 되면 죽어요. 우리가 글을 보는 이 순간도 죽음을 향해 시간이 흐르고 있죠. 그래서 이 패러다임에서는 우리 모두 결국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동안 단지 제 궁극의 경지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어요. 비록 일등이 아니더라도 ‘궁극을 향한 인생은 숭고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깨달음이 궁극에 도달하는 순간, 아름다운 글 한 줄 남기고 갈 수 있다면 이번 생 나름 만족합니다.
‘인생은 한 편의 영화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삶이 곧 콘텐츠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궁극을 향한 감동 콘텐츠(인생) 한 편 만들고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궁극주의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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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만사범대 인문대학 전임강사. 한국외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고 아름다운 이치(佳理)를 찾고 있어요. 문화정치에 관심이 많아 한류, 소프트파워, 국가정체성, 이데올로기, 다문화사회를 연구하고 있죠. 동양철학에도 신비감을 느껴 동양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답니다. 현재 국립대만사범대 한국학연구센터 센터장, 중화민국한국연구학회 이사,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해외이사,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 편집위원, 국립가오슝대 한국연구센터 협동연구원,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특임연구원도 맡아 활동하고 있어요. 이러한 활동과 교류를 통해 공영하는 다문화공동체 형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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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가장 냉정한 무대, 바로 올림픽입니다. 그 잠깐의 경기를 위해 4년간 준비하며 흘렸을 땀과 눈물, 훈련의 강도가 짐작되어 선수들이 울 때 저도 따라 울게 됩니다. 승패에 따라 어떤 선수는 기쁨의 눈물을 어떤 선수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지만, 그 어떤 눈물이든 고귀하다고 느껴집니다. 궁극을 향한 선수들의 도전기 전체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너무나도 더웠던 이 여름은 2024 파리올림픽이라는 감동 콘텐츠로 더 뜨겁게 기억될 것 같아요. 다음 동계올림픽은 밀라노 코르티나 2026, 하계올림픽은 로스엔젤레스 2028입니다!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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