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단숨에 많은 것을 바꿨고 K-pop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음반 판매량이 늘어나고 유튜브 조회수가 상승하는 등의 효과도 있었지만 국내 공연이나 해외 투어가 취소되는 등 피해도 막심했습니다. 한편, 온라인 콘서트라는 새로운 형식이 등장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공연문화가 어떻길래?
팬데믹 기간의 거리두기 공연, 마스크와 박수 소리를 대신하는 클래퍼를 거쳐 다시 공연장에 함성이 돌아왔을 때 많은 가수들은 그 소중함을 역설하였습니다. 관객이 없는 시기에 데뷔하여 처음으로 팬을 만난 아이돌도 신기함을 표시했죠.
공연이 재개되고 그 어느 때보다 수요가 높아진 지금, 공연문화도 많이 변화했는데요. 과거와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우선, 공연 중에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공연마다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아이돌 콘서트라면 과거에는 카메라는 물론, 휴대폰 촬영도 제재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공연이 끝날 때 정도나 ‘봐주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이 찍은 사진과 영상은 존재했지만요.
깔끔한 촬영을 위해 공연에 대한 호응이나 함성도 그만큼 적어졌고 응원법도 전보다 덜하게 되었는데요. 이에 아쉬움을 표하던 아이돌들도 이제는 적응한 모습입니다. 또한 ‘슬로건 타임’이 생겼습니다. 슬로건, 스케치북, 태블릿 PC, 심지어는 노트북까지 등장하여 공연장에 있는 다른 팬들과 문구를 공유하며 때로는 감동적이고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과거에는 앵콜을 외치며 다시 아이돌이 무대로 돌아올 때까지 암전 속에서 기다리다 VCR을 보는 식이었다면 현재는 그것을 슬로건 타임으로 대체한 그룹이 많습니다. 슬로건 타임의 대표적인 그룹은 세븐틴이 있는데, 반응이 좋아 보이자 다른 곳으로도 확대되었습니다.
‘갠멘(개인 멘트)’이라고 불리는 대화 시도도 과거보다 늘어났습니다. 곡과 곡 사이 혹은 아이돌이 이야기를 할 때, 앵콜이 시작되기 전 등 공연장이 조용해졌을 때 큰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외치는 것이죠. 이런 일은 꾸준히 있었지만 왜 더 심해졌을까요?
왜 이렇게 됐을까?
팬데믹이 공연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의탠딩’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최대한 많은 인원 수용을 위해 스탠딩과 좌석으로 자리가 나눠져 있었다면 팬데믹 시기에는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스탠딩 공간에 의자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스탠딩은 공연 전후 시간을 포함하여 서너 시간을 서 있어야 하고 슬로건을 펼칠 공간이 거의 없지만 좌석은 앞서 말한 ‘슬로건 타임’이 가능합니다.
또한 티켓만 있으면 입장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예매자 본인이 직접 관람하도록 ‘본인확인’을 강화하였습니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수용 인원이 줄어 입장 조건이 까다로워진 것입니다. 또한 과거와 달리 본격적인 암표 시장이 생겼는데요. 정가보다 비싼 ‘플미(프리미엄)’ 티켓과 매크로 등을 사용하여 남이 대신 티켓팅을 해주는 ‘대리’ 업자 혹은 ‘댈티(대신 티켓팅)’, 다른 사람의 명의라도 내 이름으로 바꿔주는 ‘아옮(아이디 옮기기)’ 등 공연을 보기 위한 각종 시도가 존재합니다. 정부는 공연법을 개정하여 매크로 사용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였지만, 현재로서는 매크로가 아닌 경우와 더불어 플미 티켓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자리를 가기 위해서는 ‘대리’를 쓰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지는데요, 이렇게 원래 티켓 가격에 각종 비용을 추가하면 공연 한 번 보기 위해 쓰는 비용은 어마어마해집니다. 그 사이에 티켓 가격도 많이 올랐고요. 앞자리나 혹은 돌출 무대와 가까운 자리, 즉 아이돌이 나를 볼 수 있는 자리라면 ‘계’를 타기 위해 다양한 문구를 쓴 슬로건 등의 물품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죠. 비용과 수고를 들였으므로 보상심리가 생기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라운드, 플로어 등 가까이에서 촬영할 수 있는 앞자리보다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뒷자리가 콘서트 분위기를 즐기기 좋다고도 합니다.
‘갠멘’도 나에게 호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겠죠. ‘뭐가 살쪄’와 ‘입닫아라’가 서로 반대되는 의미이지만 모두 반응이 좋은 이유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 멘트가 공연장에 웃음을 주는 상황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시대의 흐름이라지만…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공연은 공연 보는 ‘나’를 찍습니다. 나의 취향이 이러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죠. 아이돌 콘서트는 이와 좀 다릅니다. 엑스(옛 트위터)에서 반응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바로 영상이나 사진을 공유하는 식이죠. 여기에는 기술의 발전도 함께합니다. DSLR보다 편한 휴대폰, 이른바 삼성의 갤럭시 울트라는 개인이나 업체가 돈을 받고 빌려주는 렌탈 사업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공연이 단절된 시기의 ‘경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였지만 막상 현장을 즐기는 것보다 촬영을 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죠. 휴대폰 촬영 자제를 부탁하고 그것을 들어주는 관객을 가진 몇몇 가수나 혹은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촬영하는 분위기가 아닌 가수를 제외하고 아이돌 콘서트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즐거운 공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공연문화 #K-pop #아이돌 #콘서트
양인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을 공부했습니다. K-pop 팬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팬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콘서트, 뮤지컬, 심지어 야구 경기까지도 표 예매가 너무 어렵습니다. 전에는 ‘광클’로 예매 시도는 해볼 수 있었는데 말이죠. 지금은 그 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대기 중이다가 자리 없음으로 끝나더라구요.😭 암표를 파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걸 사는 것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수요가 있으니 공급을 하는 것이겠죠. 깨끗한 공연문화, 나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이 말이 상투적으로 들리기는 합니다만, 가장 빠르게 바꿔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7월의 마지막 날, 날씨가 무척무척 습하고, 덥습니다. 정말로 피서를 해야할 때이네요. 수시로 물 마시며 수분 보충 잊지 마시구요! 다음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