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진행된 국제도서전에 다녀왔어요.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로 국제협약에는 가입하지 못하지만, 국제적인 수준의 저작권법이 시행되고 있어서 저작권 거래가 편리하고 선인세 지불과 인세보고 등의 과정이 투명하여 출판사의 선호도가 높다고 해요. 중국 시장에 관심 있는 해외 출판사들은 사실 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중국시장에 바로 진출하기를 무척 꺼리는 편이죠. 그래서 같은 중국어권인 대만을 통해 반응을 살펴보는데, 일단 대만 시장에서 성공한 책은 대부분 중국에서도 높은 로열티를 보장받는다고 해요. 타이베이 도서전이 세계 4대 국제도서전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대만 도서시장이 중국으로 통하는 테스트 마켓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인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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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에서 저한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인 이수지의 작품이 커다란 걸개로 전시장 한복판에 걸려있는 데다가 이수지가 주요 강사 중 하나로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한 점이었어요. 이수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세기 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리고자 1956년 제정된 안데르센상을 받은 작가이죠. 안데르센상은 글작가와 그림작가를 구분하여 2년마다 한 명씩 선정하는데, 아동문학계에선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혀요. 특히 한 작품으로 평가하는 다른 상들과 달리 작가의 모든 작품을 심사하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인정받기에 작가한테는 대단히 명예로운 상이죠. 그동안 세계적인 그림책상에 여러 번 이름을 올린 이수지는 2022년에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그림책의 역량을 세계에 증명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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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수지 외에도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들이 엄청나게 대만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도서수출 현황을 보면 아동도서가 42.1%로 1위를 차지하고, 수출 대상 국가 가운데 대만은 2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사실 대만은 1980년대부터 ‘아시아 한류의 발원지’ 역할을 담당했다고 알려져 있죠. 대만을 통해 한류가 확산되었고, 대만이 새로운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발판이 되어주었죠. 특히 한국 드라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고요. 그래서 이렇게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관심이 한국문학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도서출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단편적인 예로 얼마 전에 방영되었던 <사이코라도 괜찮아>라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이 드라마에 등장한 그림책이 모두 번역·출간되기도 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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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디지털 서평 미디어
‘오픈북 올해의 좋은 책(OPEN BOOK年度好書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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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주요 도서관과 인터넷 서점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만화와 소설을 비롯하여 아동도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학습서와 창작 그림책의 비중이 높아요. 이와 같은 추세는 최근 우리나라 작가들이 해외의 영향력 있는 그림책상을 수상한 것과도 연관이 있어요. 우리나라 그림책의 위상은 사단법인 대만독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디지털 서평 미디어 ‘오픈북 올해의 좋은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오픈북 올해의 좋은 책’은 2017년부터 활동하는 온라인 매체로 창작서, 번역서, 생활도서, 청소년/어린이책의 네 부문으로 나누어 각 부문별 10권씩 총 40권의 우수작을 매년 선정해요. 대만에서 중국어로 출간된 책이면 모두 대상 도서가 될 수 있어요.
‘오픈북’ 어린이 코너에서는 어린이책 서평, 평론, 그림책 코너, 인물 탐방, 우수 그림책 작가 소개란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그림책과 작가들에 관한 기사는 2019년부터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오픈북’ 어린이 코너에 이름을 올린 작가로는 국제적인 위상을 증명하듯 이수지에 관한 인터뷰와 작품 소개가 가장 많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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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북 올해의 좋은 책’에 소개되는 우리나라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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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3년까지 ‘오픈북 올해의 좋은 책’에 선정된 우리나라 그림책은 다음과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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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정된 책들은 국가 도서관을 비롯하여 전국 공공 도서관 및 사립 도서관, 각급 학교에 전시되거나 비치되죠. 전국 서점에서는 수상작 특별코너를 설치하거나 수상작가를 초대하여 독서강좌를 열기도 하고, 기차나 전철 등의 장소에 영상이나 포스터로 대대적인 홍보활동도 벌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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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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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인정을 받는 작품을 알아보면서 그동안 저도 잘 몰랐던 우리나라의 뛰어난 그림책 작가와 작품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거꾸로 대만에서 소개하고 있는 우리나라 그림책을 찾아 읽어보았어요. 상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일정 부분 질이 담보되고 최근의 경향성을 알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수상작에 관심을 기울이죠. 혹시 그림책은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라는 편견을 아직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최근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이 바로 그림책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인터넷과 디지털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림과 영상 텍스트의 보급이 빨라지고 있어요. 그림서사가 중심이 되는 그림책은 바로 인터넷을 매개로 전파되는 특성과도 어울리고, 간단한 이야기 길이도 가볍게 책을 읽는 현대인의 기호와도 딱 맞아떨어져요.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시면 그림책 코너도 한 번 둘러보세요. 그리고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예술적 감성과 감동이 넘나드는 그림책 읽기, 이 더운 여름에 가볍게 도전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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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류 #이수지 #오픈북 #대만국제도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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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문학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부설 동양문화 고급과정에서 한문을 공부했어요. 저서로 『중국 그림책의 출발-아동세계』가 있고, 고전 계몽서 『제자규(弟子規)』와 중국의 저명 작가 차오원쉬엔의 그림책 『마오마오가 달린다』, 루쉰이 중역한 『금시계』를 번역했어요. 최근에는 대만의 백색 테러기간 뤼다오에서 복역을 마치고 아동잡지 『왕자』를 창간한 차이쿤린의 일대기를 다룬 그래픽 노블 『대만의 소년』 공동 역자로도 참여했어요. 앞으로도 중국과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의 아동문학 교류 현황을 살피면서 중국과 대만의 좋은 책을 찾아 우리나라에 소개하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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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백해린 악씨레터 2기 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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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아파트 붕괴 사건, 전북 나라슈퍼 살인사건, 전교 1등 아들의 모친 살해 사건. 한 번쯤 들어봤을 이 사건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어느덧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진 사건들입니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과 6개월을 지낸 아들. 이 사건의 가해자 아들은 엽기적인 범죄자로 대중에게 인식되었지만 오랜 시간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았습니다. 견디기 힘들었던 폭력과 상처, 아이는 살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며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 기억을 꺼내놓습니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는 잊혀진 사건을 단순히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가려져 묻혀버린 진심을 통해 사건을 다각도로 재조망합니다. “꼭 했어야 했는데 차마 못하고, 삼키고, 또 후회하는” 이야기를 통해 출연자들과 사건 당사자들이 꺼내놓는 솔직한 감정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은은한 울림을 전달합니다.
미디어에서 떠들썩하게 보도되고 관심이 집중되던 사건들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대중에게는 며칠 지나지 않아 잊혀집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매체는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는 사건 당사자가 전달하는 깊이 있는 스토리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잔잔히 전달하며 예능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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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악씨레터 특별호에 도착한 답장💌이에요. 매번 소개해 드리지 못했지만 구독자님의 소중한 의견 잘 보고 있습니다. 구독자님의 관심과 칭찬, 응원에 힘입어 악씨레터는 더더 힘차게 화이팅 하겠습니다! 얍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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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에서의 경력과 관심사를 가진 필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별호 아이디어 좋네요. 분기별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편집자님이 최고예요!!! 누구보다 고생 많으신 편집자 선생님! 매번 예쁘게 편집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에디터님도 1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자님께 상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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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저희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는 이수지, 이지은 작가님의 그림책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이수지 작가님의 『파도』는 글씨 하나 없이 그림만으로도 이토록 생생할 수 있다니 볼 때마다 감탄스럽구요. 이지은 작가님의 『친구의 전설』은 뮤지컬로 만들어질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언제 봐도 좋은 그림책,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악씨레터 5기가 시작됐어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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