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애국을 둘러싼 마지막 중국 애니메이션 소개입니다. 바로 <장안삼만리(长安三万里)>(2023)에요. 사랑과 애국은 동류(同類) 같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기도 해요. <장안삼만리>는 중국의 사랑과 애국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전에 중국 전통문화와 애니메이션의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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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문화 사랑의 현재와 변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정부는 서예, 유교, 종이공예, 경극, 자기(瓷器), 상성(相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활동을 독려하고, 국민이 사랑으로 참여해요. 실제로 20세기에 중국 전통문화를 부활하기 위한 활동은 정부와 민간의 합작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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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춘우공정 교류활동 및 성과회의 (우)중국성어대회의 예능프로그램화 / 출처: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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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문화 사랑은 단순히 계승과 재현에서 그치지 않아요. 라디오, TV, 신문, 출판물, 공연, SN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합니다. “중국성어대회(中國成語大會)”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고사성어 경연으로 전통문화 이해와 예능적 요소까지 겸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춘우공정”이라는 중국 변경 및 소수민족의 전통문화 부흥운동이 큰 성행을 이루기도 해요.
현대 중국의 청년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다니기도 합니다. SNS를 통한 전통의복 미학 표현, 역사적 위인의 일대기 소개, 음식문화의 역사와 전통 탐방을 하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했던 애국주의 교육을 받았던 청년들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때로는 과도한 사랑으로 서로 충돌하거나, 이를 악용해서 이슈몰이를 하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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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중국 전통문화 소재의 <철선공주> (우)수묵화 기법의 <산수정> / 출처: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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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중국 전통문화는 애니메이션이 그 나름의 독특한 의미를 재현하고 보존해왔어요. 중국 애니메이션은 약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전통문화를 재현하고 재창조하는 선도적 역할을 합니다. 1920년대 최초의 광고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1940년에는 서유기 각색으로 만들어진 <철선공주(铁山公主)>(1941)라는 아시아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어요,
<까마귀는 왜 검은가(乌鸦为什么是黑的)>(1955), <교만한 장군(骄傲的将军)>(1956), <엄마 찾는 올챙이들(小蝌蚪找妈妈)>(1961), <피리 부는 목동(牧笛)>(1963), <산수정(山水情)>(1988) 등은 중국 종이공예 및 수묵화 기법을 이용해 중국 애니메이션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이바지해요. 현재는 전통문화적 요소에 더해 현대적 기법과 이야기로 다양한 중국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답니다.
앞서 소개하였던 <웅사소년>, <신신방: 나타중생>은 중국 애니메이션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잘 재편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웅사소년>의 전통 사자춤, <신신방: 나타중생>의 봉신연의 세계관과 불교적 가치는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입니다. 거기에 현대인이 경험하는 그곳만의 가치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해요. 중국 애니메이션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통’문화를 잊어본 적이 없다고 할 수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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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삼만리>는 고적(高适)이라는 사람의 시선으로 당왕조의 시선(詩仙) 이백과 역사를 일부 각색한 내용이 중심이 됩니다. 고적은 자신의 시선으로 이백을 비롯한 당대 현인과의 만남, 역사적 변곡점의 함의, 당왕조의 흥망성쇠를 구술해요. 주로 고적은 인간적인 면모 중심으로 이백을 새롭게 평가합니다. 고적의 이야기로 이백의 평가는 다시 이루어지고, 현실에 마주한 고난 또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극복하면서 애니메이션은 끝이 나게 됩니다.
<장안삼만리>는 전통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보려고 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중국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 애니메이션은 전통문화와 역사를 그간 활용해왔지만, 현대인의 시각으로 새롭게 각색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답니다. <장안삼만리>는 역사적 위인, 당왕조의 전란과 문제를 일부 수정하면서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기도 해요. 또한 철저한 당왕조 문화 고증으로 중국 전통문화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감독 셰쥔웨이(谢君伟)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독창성 제시와 더불어 현대적 의미를 부각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중국 내의 여러 매체에서는 전통문화를 색다르게 보여주려는 시도들이 있는데,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않았다고 하면서요. 특히 위인들의 실제 ‘시’를 상황에 맞게 제시하고, 그 함의를 부각하려 한다는 점에서 ‘시조 애니메이션’을 시도한 감독인 셈이죠.
중국 애니메이션이 색다른 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국 애니메이션은 전통문화와 역사적 사실의 허구적 각색을 시도하지 않았거든요. 단순히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애국의 방식을 보여주던 경우라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애국주의 교육을 받았던 감독이 애니메이션과 전통문화로 향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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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사랑 ‘사이’, 중국 애니메이션의 기로
<장안삼만리>는 중국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와 동시에 거센 항의에 부딪히게 됩니다. 작중 낙양의 문화와 역사적 사실을 훼손했다고 말이죠. 낙양은 애니메이션에서 중요시되어야 하지만,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에요. 또한 낙양에서 발생한 무검, 장욱초, 오도자 위인의 일대기가 낙양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장안으로 옮겨져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받습니다. 그 외 이백과 두보의 만남, 어린 시절 두보의 거주지 등을 모두 장안으로 표현해 낙양은 무시되었다고 합니다.
<장안삼만리>의 허구적 역사와 문화의 재현이 사실은 아닙니다. 중국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애국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사랑과 전통문화 애국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사랑과 애국 ‘사이’, 정말 어렵네요. 그저 사랑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 중국 애니메이션, 애국주의를 소개해보려 했어요. 짧은 글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중국 애니메이션이 이제는 한 걸음 더 우리에게 친숙해졌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다양하고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어요. 중국 애니메이션, 애국, 사랑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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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S
#중국애니메이션 #애국주의 #중국전통문화 #장안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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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원대
한국외대 미디어외교센터 전임연구원. 중국문화콘텐츠, 중국 애니메이션, 한중문화,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을 통해 본 세상, 상상, 이상에 관심이 많아요. 애니메이션이 펼쳐내는 그 무궁무진한 가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지식정보시스템의 중국 예술문화정책 새소식의 필진, 중국영화포럼 편집위원을 맡고 있어요. 대표 연구로는 「한중 문화교류의 매개체로서의 <나의 붉은 고래(大鱼海棠)>」, 「한중 문화갈등의 구조와 대응방안: 중국 왕홍의 김치 영상 사례를 중심」가 있어요. 『대만 문학 식민의 기행부터 문화의 지평까지』(공역), 『영화 속 숨은 공간 읽기』(공저), 『북방 문화의 갈등과 통합』(공저), 『동과 서, 문화와 문명, 초국적 협력과 소통의 오백 년』(공저)을 출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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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씨레터’s Pick은 이번 주 쉬고 다음 주에 찾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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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지난 주에도 일주일 내내 비 예보가 있었지만, 어떤 날은 흐리기만 할 뿐 비는 오지 않더라구요. 빗소리는 좋은데, 옷이 젖는 것은 영 싫어요. 그래서 비가 온다고 했다가 안 오는 그런 날은 왠지 선물 받은 것 같아요. 악씨레터가 발행되는 오늘 수요일, 럭키비키한 날이 될지 기대해 봅니다. 🌧️⛅🌦️🌤️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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