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일 소리와 오디오를 기반으로 한 전시·체험 공간 ‘오디움(Audeum)’이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열었습니다. 세계 최초 오디오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세계적인 일본의 건축가 쿠마 켄고가 디자인한 국내 최초 건축 작품’이라는 문구가 저를 끌었습니다. 쿠마 켄고 작품이라는 데서 귀가 쫑긋, 꼭 가보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쿠마 켄고와 관련된 문화공간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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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쿠마 켄고
쿠마 켄고(隈研吾)는 일본의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을 만든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어요. 저도 실은 안도 다다오, 이타미 준은 알고 있었지만 쿠마 켄고라는 이름은 최근에 들었어요. 그런데 지난 겨울 우연히 찾았던 공간에서 쿠마 켄고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어요. 그럼 제가 다녀온 몇 군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쿠마 켄고는 도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30년 넘게 건축 설계를 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예요. 그는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등을 잇는 일본의 4세대 건축가로 불립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적도 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외에도 일본의 네즈 미술관(2009), 아사쿠사 관광안내소, 스타벅스 다자이후(2011), 중국의 대나무집, 프랑스 브장송 예술문화센터 등이 그의 대표작이며 최근에는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을 설계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전통 건축기법과 소재로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목조 건축의 양식을 크게 드러내는 건축이 특징입니다.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는 콘크리트와 철강보다는 나무, 대나무, 종이, 세라믹, 천 등이 해답이라 할 수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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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과 쿠마 켄고
일본 도쿄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 지역에 사쿠라타운이 있습니다. 도코로자와 사쿠라타운은 쿠마 켄고가 디자인한 웅장한 건물들로 구성된 일본의 새로운 대중문화 엔터테인먼트 복합 단지입니다. 사쿠라타운에서는 연중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과 관련된 행사와 전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쿠마 켄고가 관여한 멋진 건축물이 생겼습니다. 일명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입니다. 이번에는 목조가 아닌 화강암을 모티브로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이 지역의 역사에 있습니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무사시노(武蔵野)라고 불렸습니다. 무사시노라는 이름은 이곳에 있던 무사시국에서 기원합니다. 도쿄도, 사이타마현 일대의 너른 평지를 가리키며, 무사시노 혹은 무사시노 대지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일본의 역사가 태동했다고 보는 거지요.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 건물은 커다란 화강암이 분출하여 만든 것처럼 표현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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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이 한데 모인 복합문화공간으로 2020년 11월에 오픈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을 기획한 회사는 카도카와(KADOKAWA)입니다. 카도카와는 지금은 영상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시작은 출판사였습니다. 카도카와 기업이 ‘뮤지엄’을 제안하여 이곳 무사시노 땅에 만든 작품이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입니다.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은 밖에서 봤을 때는 하나의 원통으로 보이지만 들어가면 5층짜리 건물입니다. 1층에는 만화&라이트노벨 도서관이 있습니다. 카도카와 그룹과 다른 출판사의 라이트노벨, 카도카와 그룹의 만화와 어린이책 등 약 3만 5,000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유일한 라이트노벨 아카이브 시설입니다.
2층에는 뮤지엄숍, 3층에는 EJ 애니메이션 뮤지엄(EJ Anime Museum)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 영상과 게임, 만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뛰어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4층에는 박물관, 미술, 도서가 융합된 에디트타운이 있습니다. 5층에는 무사시노 회랑, 무사시노 갤러리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4층과 5층을 합쳐 만든 책장극장(Bookshelf Theater)입니다. 책장극장은 높이 약 8m의 거대한 책장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약 3만 권의 서적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3만 권의 책이 20분마다 디지털영상으로 쇼를 보여주는데 보는 순간 입이 벌어질 것입니다. 가수 요아소비(YOASOBI)가 여기서 음반 촬영을 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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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몰랐던 사실인데,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이웃집 토토로>의 실제 배경도 이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밤이면 팀랩(teamLab)이 제작한 유명한 빛의 예술공간 전시가 펼쳐집니다. 숲속에서 여기저기 도토리가 보이는데 불빛 속에서 너무나 멋지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저녁에 팀랩 전시도 보고 사쿠라타운에 있는 애니메이션 호텔에 묵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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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뮤지엄도 놀랍지만 그 옆 Japan Pavilion 건물에 있는 다빈치서점이 찐이었습니다. ‘발견과 연상’을 콘셉트로 한 카도카와 직영서점인데, 굿즈 판매 및 이벤트 행사도 개최한답니다. 책의 큐레이팅이 달랐습니다. 저는 8번 ‘업무도 삶도’ 코너에서 한참 동안 책을 봤습니다. 다 읽고 나왔더니 어느새 저녁노을이 물들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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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즈 미술관과 쿠마 켄고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네즈 미술관(根津美術館)에 다녀왔습니다. 미술관과 정원이 있는 카페라고 듣고 찾아갔는데 도심 속에 이런 자연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오모테산도는 실은 명품 거리로 유명한 곳입니다. 역에서 내려 명품 거리를 쭉 걷다 보면 대나무숲이 나오는데 이곳이 네즈 미술관입니다. 네즈 미술관 또한 쿠마 켄고의 작품입니다. 네즈 미술관은 도부(東武) 철도 사장을 지낸 사업가 네즈 가문의 네즈 가이치로의 수집품을 전시하기 위해 지은 사립 미술관입니다. 1941년에 설립되었던 이곳을 쿠마 켄고가 재건축을 맡아 2009년 네즈 미술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네즈 미술관은 네즈 가이치로가 생전에 소장한 예술품을 포함한 고려 불화, 불경, 수묵화, 근세회화, 중국회화, 칠장, 도자, 도검, 중국 고대 청동기 등 일본 및 아시아 예술품 7,4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정원을 막상 돌아보면 한국에서 건너온 석불, 석탑, 석등 여러 개가 이곳저곳에 보입니다. 미술관의 작품도 오랜 전통을 느낄 수 있어 좋지만, 미술관 건물 밖의 일본식 정원이 꽤 넓게 조성되어 있어 도심 한복판에서 숲을 경험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정원을 걸으면서 잠시나마 쉼과 힐링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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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네즈 미술관 입구 / (우)네즈 미술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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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 켄고의 공간을 소개하다 보니 더욱 ‘오디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이곳에서도 쿠마 켄고의 자연과 도심의 조화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디움은 개관하자마자 며칠 만에 6월 예약이 끝났다고 합니다. 7월엔 기필코 다녀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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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S
#쿠마켄고 #오디움 #카도카와무사시노뮤지엄 #네즈미술관 #복합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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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준란
문화콘텐츠학 박사. 길벗출판사 편집부장, 홍대앞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홍대앞의 지역적 특성과 책문화공간에 관심을 갖고 「비산업적 문화콘텐츠로서 도시재생 연구: ‘홍대앞’책문화공간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홍대앞을 시작으로 지역의 문화적 특성에 기반을 둔 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용하여 도시재생 측면에서 어떤 효용성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로 학문적 관심을 넓혀가고 있으며, 현재는 서점과 도서관 연구에도 관심이 많아요. 저서로는 『책문화공간과 도시재생』이 있으며, 논문으로 「이태원 책문화공간과 트랜스아이덴티티 연구」, 「진보초 서점거리의 지속 요인 연구」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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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움 개관 소식은 들었는데, 오늘의 악씨레터를 읽으니 저 역시 더더욱 가고 싶어졌습니다. 7월 예약은 7월 1일과 15일, 두 번에 나누어서 하나봅니다. 광클!!!🖱️🖱️🖱️ 더불어 카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과 네즈 미술관도 언젠가 꼭! 버킷리스트에 넣어 놓을래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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