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애니메이션도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입니다. ‘사랑’ ‘애국주의’ ‘중국 애니메이션’을 가장 잘 표현한 동시대 애니메이션입니다. 바로 <웅사소년(雄狮少年)>(2021)입니다. 한국어 제목은 “수사자 소년” 정도가 될 거 같네요. 하지만 공식적인 영어 제목은 “I am what I am”, “나는 나다” 혹은 “나는 나 자신이다”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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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와 사랑에 빠진 중국
일전에 중국, 애니메이션은 애국주의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다시 간단하게 설명하면 애국주의는 무조건적인 애국으로 중국 내 모든 국민 간의 사회 불평등을 잊게 만들려는 이념입니다. 특히 천안문사태 같은 내부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중국 애국주의는 ‘무엇을’ ‘어떻게’ 해서 국민 간의 사회적 불평등을 잊게 만들까요? 이는 중국의 ‘민족문화’가 핵심적인 개념으로 작용합니다.
먼저 중국의 민족과 문화의 특성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중국 정부는 모든 국민을 뿌리가 같은 ‘하나의 민족’ 혹은 ‘동일한 조상의 기원’이라고 전제합니다. 본래 중국 대륙은 중화민족이라는 단일구성체였지만,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에 따라 다민족으로 분열되었다고 해요. 현재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 수립으로 완전한 민족통합이 이루어졌다고 간주합니다.
다만, 중국 정부는 현재의 민족이 장기간에 걸쳐 서로를 구분해 왔기 때문에, 획일적인 통일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 체제를 유지하되, 민족의 뿌리는 고대 황하문명의 중화민족이 중심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중국 국민은 중화민족이라는 말이죠. 그렇기에 전승된 전통문화는 차이가 있지만, ‘중화민족의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민족문화’는 중화민족에서 기원한 모든 전통문화를 지칭합니다. 중국 전역의 신화, 전설, 민담, 종교, 서예, 사상, 문학, 연극, 공예 등 모든 것을 말이죠. 이는 국민의 정신적 통합을 위한 공감대로 작용합니다. 사회적 불평등이 있지만, 중국 전통문화는 모든 국민이 접하고 공감하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서로를 평등한 관계로 만드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거죠.
애국주의는 중국 전통문화를 통해 국가에 대한 사랑을 요구합니다. 중국 정부는 <애국주의 교육 실시 강요(爱国主义教育实施纲要)>(1994)를 발표하며 진정으로 중국을 사랑하는 것은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애국주의는 사이버애국주의로 변모하여 상당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중국 국민 ‘스스로’에게 전통문화 ‘바로 알기’를 요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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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주의는 가장 먼저 중국의 청소년에게 침투합니다. 청소년은 미성숙한 대상이자 동시에 미래의 국민으로서 쉽고 빠르게 애국주의를 전파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죠. 그 대상이 바로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출생한, 일명 애국주의 청년이라고 불리는 빠링허우(八零后), 지우링허우(九零后), 링링허우(零零后)입니다.
애국주의 청년들은 정말 중국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사랑의 결과는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 전파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돼요. 특히 애국주의로 무장한 중국 청년들은 세계의 중국과 유사한 모든 전통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한복, 김치, 추석, 유교 등 모든 것을 말이죠. 정말 무조건적인 사랑의 실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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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국주의 청년들도 ‘어른’이 되면서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나라 사랑, 중국 사랑’이 전부였던 청년들은 사회에서 마주한 고용불안, 경기침체, 빈부격차는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중국 청년들은 실의에 빠지게 됩니다. 부모 세대가 고향을 떠나 농민공(도시의 하급 이주 노동자)이 되었던 것처럼, 청년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한 ‘사랑’을 상실합니다. 대표적으로 탕핑족이 있지요. 경제, 사회, 대인관계, 자기개발 등의 활동을 모두 놓아버리고, ‘땅바닥에 누워’버립니다.
혹은 무조건적인 애국을 이용해서 극단적인 돈벌이를 하기도 합니다. SNS에 허위조작정보를 올려, 애국청년들의 관심으로 광고비를 벌기도 해요. 잘못된 정보의 전파뿐만 아니라 국제적 이슈로 발전하여 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애국주의는 동시대 중국 청년들의 이슈를 관찰하는 데 주요한 배경이 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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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 애국은 어디로? <웅사소년> Who am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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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사소년>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중국 남방 시골의 아쥔(阿娟)은 전통 사자춤에 매료되어 친구들과 함께 경연대회에 참가합니다. 아쥔은 사자춤의 선수였던 생선가게 사장의 도움으로 본선에 진출합니다. 그러던 중 농민공인 부모님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아쥔은 생계를 위해 대도시의 농민공이 됩니다. 아쥔은 포기하지 않고, 사자춤 경연대회 본선에 참가하여 우승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아쥔은 경연 이후의 생활에 대해 고민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웅사소년>은 굉장히 인상적인 중국 애니메이션입니다. 드넓은 대륙의 일상생활을 보여주기도 하고, 중국 전통문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동시대 중국 국민이 사자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비록 생계는 어렵지만, 중국 국민 모두가 사자춤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감독인 쑨매이펑(孙海鹏)은 애니메이션으로 실제 이야기를 전달하며, 모든 평범한 사람에게 찬가를 바치고 싶었다고 해요. 중국의 경제와 사회는 일반적이지 않지만, 관객에게 직접적인 감동을 주고 싶었다는 말이에요. 감독과 제작진이 관찰한 중국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애국은 애국, ‘나는 나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사랑이 ‘빠진’ 애니메이션 같아요.
<웅사소년>이 인상적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애국주의 청년들의 현재 모습입니다. 생업까지 내던질 정도로 사자춤을 너무 사랑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생계의 문제 앞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모순이 드러납니다. 국가를 사랑하고, 진정으로 믿었지만 동시대의 ‘나’는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현실적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과 믿음은 허상처럼 보이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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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이 밥 먹여 주지 않아, 중국 청년들의 현주소
<웅사소년>도 중국 정부가 구축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 거 같네요. 무엇보다 애국주의 청년들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습니다. 애국청년들은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까요? ‘사랑’에 빠진 중국 애니메이션처럼 사랑이 ‘빠진’ 중국 애니메이션도 여전히 국가와 사회의 문제를 국민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네요.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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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S
#중국애니메이션 #애국주의 #중국전통문화 #웅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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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원대
한국외대 미디어외교센터 전임연구원. 중국문화콘텐츠, 중국 애니메이션, 한중문화,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을 통해 본 세상, 상상, 이상에 관심이 많아요. 애니메이션이 펼쳐내는 그 무궁무진한 가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지식정보시스템의 중국 예술문화정책 새소식의 필진, 중국영화포럼 편집위원을 맡고 있어요. 대표 연구로는 「한중 문화교류의 매개체로서의 <나의 붉은 고래(大鱼海棠)>」, 「한중 문화갈등의 구조와 대응방안: 중국 왕홍의 김치 영상 사례를 중심」가 있어요. 『대만 문학 식민의 기행부터 문화의 지평까지』(공역), 『영화 속 숨은 공간 읽기』(공저), 『북방 문화의 갈등과 통합』(공저), 『동과 서, 문화와 문명, 초국적 협력과 소통의 오백 년』(공저)을 출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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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 / 이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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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표 예능이 새롭게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는 이효리가 자신의 엄마와 단둘이 국내 여행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행복을 전시하는 위선적인 가족 예능이나, 지역 협찬을 받아 요란하게 다니는 작위적인 여행 예능하고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프로그램 내에서 이효리는 말합니다. 엄마와 딸이 아닌 ‘전기순’(엄마)이라는 인간과 ‘이효리’라는 인간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산뜻하지 않나요? 정말로 둘은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여행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재정립해 나아갑니다.
이효리는 가족 관계에서 켜켜이 쌓였을 상처까지도 용기 있게 꺼내어 놓고는, 회피했던 지난날을 성찰하며 용감하게 극복할 것을 다짐합니다.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하지만 외면하게 되는 가족이라는 그 역설적 관계에 공감하게 되고, 어느새 나와 내 가족의 모습이 투영되어 콧잔등이 시큰해집니다. 이효리는 정말 타고난 스토리텔러인 것 같습니다. 그 나이대에 공감할 문제의식을 무심하게 던져놓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되돌아보니 저도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더군요.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어봐야겠습니다. “엄마, 나랑 단둘이 여행 갈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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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입니다. 점점 더워지고 있지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많아져서 행복해요. 요며칠 먹은 과일은 블루베리, 산딸기, 살구, 자두, 수박, 참외, 바나플, 체리🍉🍌🍒 과일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참 다양하게도 먹었네요.😅😋 과일은 다양하게 먹으면서, 콘텐츠는 자꾸만 편식을 하게 돼요. 그래서 악씨레터’s Pick에서 추천해주시는 건 꼭 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는 효리언니 표 예능으로 엄마랑 단둘이 여행가면 어떨지 가늠해보며 볼게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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