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대학 입학생수가 저하되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어요.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각국 대학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죠. 동시에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인공지능이 과연 교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관한 토론도 많아지고 있어요. 이러한 21세기 대학 교육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대학 교육의 주체에게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교육과 교육자의 본질적인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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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캡틴, 나의 캡틴!
교육과 관련된 영화를 물어보면 아마 <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서 등장한 영어 교사 키팅(Mr. John Keating)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는 스스로를 ‘선장’이라고 하면서 학생들의 숨은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남다른 열정을 쏟는 교사이죠. 입시 위주의 교과 운영, 학교와 부모의 억압적인 분위기에 숨죽이고 있던 학생들의 의식을 깨워주는 지도자이자 등대 같은 존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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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Poets Society / 출처: 네이버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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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서두에 ‘Carpe Diem’라는 명대사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어요. 키팅 선생은 이를 영어로 ‘Seize the Day’라고 번역하며 미래의 삶을 위하여 현재를 담보하지 말고 매순간을 의미 있게 보내라고 가르칩니다.
키팅 선생의 교육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발현입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좁은 공간에 머물지 말고 자유롭게 벗어날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자신이 먼저 교탁 위에 올라서는 파격적인 행동을 했죠. 타인이 만들어 준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죠. 이렇게 열정으로 학생과 만나고, 학생들의 자아 의식을 깨우쳐 주는 것이야말로 시대와 상관없이 모든 교육자가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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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교육
오늘날의 교육 및 교육학 역사의 기초는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 형성되었죠. 그때의 교육자와 교육제도는 어땠을까요?
고대 그리스 교육의 궁극적 이상은 심신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며 착하고 아름다운 인간을 기르는 것이었어요. 당시 교육의 특징은 소피스트(Sophist)와 소크라테스(Socrates)의 사상을 대비시킬 때 극명하게 드러나요. 고대 그리스 청년들은 정치가, 연설가로 진출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소피스트는 그 수단이 되는 지식-즉 변론술, 수사학, 연설술 등을 전수하는 데 주력했죠. 하지만 소피스트 교육은 다분히 출세와 입신양명에 목적을 두었으므로 자체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소크라테스가 등장해 소피스트에 맞서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어요. ‘너 자신을 알라’. 한 신전에 써 있던 이 문구에서 소크라테스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되어 평생의 신조로 삼았어요.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너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라’ 입니다. 즉 무지의 자각을 촉구하는 외침인 것이었어요. 무지의 자각을 위해 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이라는 대화법을 활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학습자의 가식과 무지에 일침을 놓음으로써 그 스스로 깨닫게 만들죠. 깨달음의 주체는 교사가 아니라 학습자 자신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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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영향을 받은 플라톤은 <국가>에서 서양 최초로 체계적인 교육사상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이상국가 건설을 위한 유용한 시민의 양성이었죠. 이상주의자인 플라톤은 모든 사물과 별로도 존재하는 이데아에서 실재를 찾았어요. 반면 현실주의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별적 사물에서의 실재를 주장했어요. 그는 ‘덕(virtue)’ 교육론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덕은 사물의 기능과 관련된 개념이에요. 칼은 사물을 잘 자르고, 톱은 나무를 잘 베며, 배는 사람이나 물건을 잘 실어 나르는 것이 각각의 덕이죠.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기능하도록 덕을 기르자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교육관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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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교육 철학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덕’은 유교의 시조이자 수많은 제자를 길렀던 공자(孔子)가 주장한 “유교무류(有教无类), 인재시교(因材施教)”와 일맥상통합니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학생 수준에 맞춰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래야 학생들이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기능을 발휘하여 ‘덕’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중국 당나라의 문학가 겸 사상가 한유(韓愈)는 개별 분야에서가 아닌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교육을 이야기했죠. 시설(师说)이라는 논설문에서 다음처럼 스승의 역할을 서술했습니다: 옛날에 학문을 탐구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스승이 있었고, 스승이라는 사람은 도를 전수해주고 학업을 물려주고 의심스러운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입니다. 도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스승이 존재하는 곳이랍니다.(“古之学者必有师。师者,所以传道受业解惑也。...道之所存,师之所存也。”) 여기서 얘기하는 도는 바로 융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도의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는 현재의 교육이 오히려 자기의 삶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했어요. 현대 문명이 우리가 받는 교육과 살아가야할 영역을 너무나 많은 분야로 잘개 쪼개 놓아, 특수한 기능이나 전문성을 습득하는 것 외에는 교육이 별로 의미가 없게 되었다고 했어요. 삶에 대한 총체적 이해 없이는 우리가 개인이나 집단으로서 안고 있는 문제들이 점점 심각해지고 확대될 것이라 예상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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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교육의 진정한 주체
“미래의 인재는 전문가가 아닌 해결사”라는 제 지도교수님의 말씀은 크리슈나무르티의 주장과 맥락이 같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단지 특정 분야의 학자나 전문적 직업인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에서 자유로우며 통합된 인격을 갖춘 사람을 길러 내는 것입니다. 통찰력이 없는 사람은 끊임없이 문제를 만들어 내지만,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융합적인 사고방식이 있다면 어떤 문제든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지식과 효율성은 필요하지만 그것에만 중점을 두면 많은 갈등과 혼란을 가져올 뿐입니다. 인공지능은 지식과 효율성을 보완해 줄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사람을 내면적으로 불완전하고 어리석고 창조적이지 못한 상태로 몰아갈 수 있어요.
가르치는 방식, 내용, 교육자의 위상은 시대마다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상가, 교육가들이 강조하는 교육의 핵심은 똑같습니다. 훌륭한 교육, 올바른 수업, 그리고 진정한 가르침에서는 필연적으로 자아를 자유롭게 하고 스스로 자기결정의 법칙을 도출하게 해줍니다. 진정한 교육은 개인이 온전히 자유롭게 성숙하면서 사랑과 미덕으로 크게 피어나도록 돕는 것입니다.
바른 교육은 올바른 교육자로부터 시작됩니다. 교육자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것은 결국 교육자 자신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어떤 신분으로 가르치든 교육자는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기존의 관념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우리가 교육자로서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스승의 날에, 악씨레터를 빌려서 제 스승님이자 우리들의 캡틴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자유롭고 꿈이 많은 스승님 덕분에 많은 제자들이 꿈을 가질 수 있고, 자기의 꿈을 향해, 또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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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S
#교육 #교육자 #인공지능 #죽은시인의사회 #융합적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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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오연(Wu Juan)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조교수. 한중영화비교, 한중문화콘텐츠, 아시아 대중문화 등을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에서 영화를 통해 한중문화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사람과 사람, 또한 한국과 중국 간의 대화적인 관계를 위해 다양한 문화현상 및 인간의 무늬를 듣고, 읽고, 쓰고, 말하고, 꿈을 꾸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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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악씨레터를 읽으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선생님들 얼굴을 쭉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때로 돌아간 듯 한 분 한 분, 선생님의 얼굴과 눈빛이 너무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그 선생님에게 나는 그냥 한 명의 학생일 뿐이었지만, 나에게 그 선생님은 지금까지 기억하는 감사한 스승님이었습니다. 어제 쿠팡에서 무엇을 주문했는지는 깜빡하는데😅 이런 소중한 기억은 바래지지를 않습니다.
스승님의 삶을 대하는 태도, 학문에 대한 열정,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을 쫓으며, 우리 제자들은 어제보다 더 나아진 나를 꿈꿉니다. 나의 스승님께도, 모두의 스승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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