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포 대흥역에 있는 소금나루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고, 지인의 추천도 있었던 터라 다녀오고 싶었지요. 맨 꼭대기 옥상에 올라갔더니 아파트 사이에 있는 휴식 공간에 시원함이 더해져 힐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층 내려와 3층 벽에 걸려 있는 제 책을 발견하고는 너무 반가웠습니다. 벽면에는 ‘레드로드, 경의선숲길부터 당인리까지’라는 문구와 추천 도서가 몇 권 같이 있는데, 제 책이 꽂혀 있지 뭡니까.(큐레이팅 해주신 사서님께 감사 인사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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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소금나루도서관 옥상 / (우) 종합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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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띈 글씨는 ‘레드로드(Red Road)’. 최근에 언뜻 들었던 ‘레드로드’인데, 언제, 왜 생겼는지 자세히 몰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레드로드는 경의선숲길에서 당인리 발전소를 거쳐 한강, 절두산 순교성지를 연결하는 안전과 문화·관광·자연이 어우러진 관광 특화의 거리로 조성되었습니다. 조성 사업은 경의선숲길에서부터 당인리 발전소까지 홍대 거리를 관통하는 길에 붉은색의 도포를 입혔습니다. 미끄럼 방지를 위한 도포인데, 본래 인파 밀집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이태원 참사 이후에 생겨난 국가사업인 셈이죠. 안전사고 예방과 동시에, 붉은색 길이라는 특징을 살려 홍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로 추진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위험을 알리는 붉은색에, 홍대의 색을 입혀 관광 거리로 만들겠다는 셈이죠. 안전과 관광, 둘 다를 취하겠다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거지요.(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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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사에서 보니,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52%가 레드로드를 다녀갔다고 합니다. 2023년 3월에는 3만 명 정도가 레드로드를 찾았는데, 11월에는 그보다 4배 많은 13만 명이 찾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만큼 상권 매출도 늘었겠죠. 또한 마포구 주민들은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마포구 10대 정책 가운데 레드로드를 1위(23.6%)로 꼽았고, 2023년 아시아도시경관상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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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로드 조성 사업에 바란다!
마포구의 레드로드 조성 사업은 성공한 것이겠지요? 한편 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게 있습니다. 레드로드가 생기면서 반대로 사라진 것은 무엇일까.
첫째, 레드로드의 시작이 경의선숲길부터라고 했지요? 원래 경의선숲길에는 ‘경의선 책거리’라는 복합문화공간이 있었습니다.(과거형입니다) 경의선 책거리는 2016년 10월에 조성되어, 홍대 레드로드와 인접하고 경의선숲길과 연계된 책 테마 거리로, 마포구는 책거리 부스 등의 시설을 활용해 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러한 출판문화공간인 경의선 책거리가 없어진 셈입니다.
이렇게 구(舊) 경의선 책거리는 10년도 채 안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이 ‘레드로드 발전소’가 2024년 5월에 문을 엽니다. 레드로드 발전소를 통해 책문화거리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확장되는 거지요. 이렇게 된 이상 레드로드 발전소가 관광특구에 그치지 않고 책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가 있는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곳임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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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상권의 양극화가 걱정됩니다. 새로이 만든 레드로드 주변의 상권은 살겠지만 기존 상권은 어떻게 될까요? 며칠 전 홍대 정문 앞을 지나 신촌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너무 조용해진 상권을 보고 놀랐습니다. 예전에는 이 거리가 ‘미술학원 거리’였지요. 2013년 홍대 입시에서 실기 비중이 줄어든 뒤 학원가가 급격히 쇠락했고, 얼마 전까지 홍대 정문 앞에 스타벅스와 파리바게트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습니다. 그 탓인지 그 거리가 생기 없어 보입니다. 밤에 이곳을 지나친 적이 있는데 거리가 조용하고 깜깜했습니다. 대로변에는 ‘공실 임대’라고 적힌 곳을 보게 됩니다. 홍대 앞 상권이 지금은 연남동, 망원동 인근 상권으로 넓어지면서 전체 이용자들이 다양해졌지만 상권을 조금만 벗어나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셋째, 홍대만의 자생적인 문화가 사라질까 걱정이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라지진 않겠지만 줄어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홍대 앞 올라가는 사거리에 의류 프랜차이즈도 있고, 애플 매장이 크게 들어오는 등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눈에 띕니다. 예전에는 미화당레코드, 인쇄출력실 등 홍대만의 문화가 있었지요. 예술, 음악, 미술, 그리고 출판문화도 있습니다. 아직도 동네 서점의 대표격인 땡스북스도 있습니다. 인디 음악도 있고, 공방, 아트숍 등 다양합니다. 마포구는 출판사가 가장 많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의선 책거리에 출판문화가 있었습니다. 서로 잘 어울리는 홍대 앞 문화를 만들어 홍대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상생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레드로드 발전소’가 확장된 문화예술의 역할을 해내길 바랍니다.
끝으로, 이번 레드로드 조성 사업이 이태원 압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서울시의 사업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이태원 참사의 아픔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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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S
#홍대앞 #레드로드 #경의선책거리 #문화콘텐츠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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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준란
문화콘텐츠학 박사. 길벗출판사 편집부장, 홍대앞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홍대앞의 지역적 특성과 책문화공간에 관심을 갖고 「비산업적 문화콘텐츠로서 도시재생 연구: ‘홍대앞’책문화공간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홍대앞을 시작으로 지역의 문화적 특성에 기반을 둔 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용하여 도시재생 측면에서 어떤 효용성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로 학문적 관심을 넓혀가고 있으며, 현재는 서점과 도서관 연구에도 관심이 많아요. 저서로는 『책문화공간과 도시재생』이 있으며, 논문으로 「이태원 책문화공간과 트랜스아이덴티티 연구」, 「진보초 서점거리의 지속 요인 연구」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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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악씨레터에서 소개된 곳, 연남, 홍대, 상수, 합정, 망원! 이 동네에서 회사를 다니며, 자취를 했던 저는 이곳이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 보따리를 한가득 꺼내 놓고 싶습니다만 참아볼게요.😜 상권이 확 가라앉은 곳도 있고, 주목 받지 못하던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는데요. 그 특유의 분위기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곳을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 앞으로도 이곳만의 문화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싱그러운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씨도 좋고, 빨간날도 많은 5월.
힘차게 시작해 볼까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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