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아이돌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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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K-pop 아이돌 ‘르세라핌’의 멤버 ‘허윤진’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아랍권 팬들에 의해 SNS 악플 테러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스타벅스는 아랍권을 중심으로 친이스라엘 기업으로 분류되어 대규모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스타벅스 노조가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는데, 스타벅스 사측이 노조를 상표권 침해로 고소하면서 아랍권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가 엉뚱하게도 K-pop 아이돌에게 미치게 되었는데요. K-pop 아이돌 중 일부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아랍권 팬들의 비난을 받게 된 것이죠. 한국의 스타벅스가 미국 스타벅스와는 다른 회사인 것을 모르고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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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그렇기에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입니다. K-pop 아이돌의 경우 아예 글로벌 팬들을 겨냥해서 외국인 멤버들을 영입해 데뷔하기도 합니다. 한국드라마도 글로벌 판매와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글로벌 스타를 주연 배우로 캐스팅하는 경우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K-콘텐츠는 더는 한국의 수용자들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수용자들이 함께 ‘리액션(reaction)’, ‘리믹스(remix)’, ‘리메이크(remake)’하는 글로벌 콘텐츠가 되었죠.
K-콘텐츠가 전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K-pop, 한국영화, 한국드라마, 한국예능 등의 스타들이 한국을 넘어 여러 지역/국가에서 많은 팬을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의 K-콘텐츠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K-pop과 한국드라마의 글로벌 스타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국가에 글로벌 팬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예능의 인기 진행자들과 출연자들도 여러 지역/국가에 팬을 거느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지역/국가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콘텐츠와 스타들을 좋아해 주다니 한국인으로서 왠지 모르게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K-콘텐츠의 스타들이 글로벌 팬덤을 거느리게 되면서 K-콘텐츠의 위상 제고와 K-콘텐츠 산업의 긍정적 발전을 가져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양날의 검처럼 예상치 못한 부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팬덤을 의식해서 K-콘텐츠와 글로벌 스타들의 운신이 제한되거나 의도치 않은 구설에 휘말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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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KBS 2TV에서 방송된 <각시탈>이라는 드라마는 ‘각시탈’을 쓰고 일제에 대항하는 영웅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당시 주연 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여러 한류스타가 일본 팬들을 의식하여 출연을 거절해 제작에 어려움을 겪은 일화가 있습니다. 2023년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1945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경성크리처>의 주연 배우 ‘한소희’는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일본 네티즌들의 악플 테러를 당했습니다.
2018년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멤버 ‘지민’은 광복절에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사진과 독립 만세를 부르는 사진이 들어간 일명 ‘원폭 티셔츠’를 입었다가 출연하기로 되어 있던 일본방송의 출연이 취소되고 일본 네티즌들과 팬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2020년 ‘밴플리트상(James A. Van Fleet Award)’을 수상한 BTS의 리더 ‘랩몬스터’는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합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말했다가 중국 네티즌의 악플 테러와 중국 팬들의 ‘탈덕’을 겪었습니다.
2016년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는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의 국기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를 흔들었다가 대만독립을 지지한다며 중국 네티즌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이 때문에 트와이스는 중국 활동을 중단하고 쯔위는 사과 영상을 게시하였으며, 이 문제는 대만 정치권에 여파를 미치기도 했습니다. 2022년 ‘유재석’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발생한 중국의 ‘편파 판정’ 논란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가 중국 네티즌과 언론의 비판을 받았고, 이에 유재석의 중국 팬클럽이 운영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논란들은 대부분 K-콘텐츠의 제작자나 스타들과 글로벌 팬들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화충돌의 측면이 강합니다. 한편으로는 사소한 오해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K-콘텐츠의 인기를 경계하는 각 지역/국가의 정부와 언론매체, 애국주의 네티즌에 의해 침소봉대(針小棒大)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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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K-콘텐츠의 스타들과 글로벌 팬들 사이의 문화충돌은 그들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애국심과 팬심 사이의 충돌이기도 합니다. 스타들이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며 글로벌 팬들이 느끼는 감수성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들이 생겼습니다. 글로벌 팬들 또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들이 속한 지역/국가의 역사와 문화의 연장선에서 스타들의 행동을 수용하면서 이들 스타에 대한 팬심과 자신들의 지역/국가에 대한 애국심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습니다.
BTS의 멤버 지민의 원폭 티셔츠 논란이 발생했을 때 각 지역/국가들의 글로벌 팬덤에서 원폭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지민의 행동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한국 ‘아미(BTS 팬덤명)’들이 광복절과 한국의 역사를 설명하는 자료를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여 배포하면서 이러한 비판은 줄어들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다고 허윤진과 일부 K-pop 아이돌을 비난했던 아랍 팬들은 스타벅스 코리아가 미국의 스타벅스와는 다른 회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스타벅스’라는 상표에만 집중해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했습니다. 논란이 됐던 허윤진과 일부 K-pop 아이돌도 아랍권의 미국 스타벅스 불매 운동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해서 생긴 일입니다.
팬이 없다면 스타들은 존재할 수 없고, 팬들과 함께 스타들은 성장합니다. 특히, K-콘텐츠의 글로벌 스타들이 탄생하는 데 있어 글로벌 팬들은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한국 내에서만 활동한다면 모를까 K-콘텐츠의 스타들이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면 이러한 글로벌 팬들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세에 대해 이해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국의 스타가 아닌 다른 나라의 스타를 좋아한다면 단순히 그 스타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만이 아닌 그 스타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관용적인 팬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상호 간에 성숙한 글로벌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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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글로벌스타 #글로벌팬덤 #문화충돌
#글로벌감수성 #글로벌시민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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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진정한 ‘아카 팬(aca-fan)’을 지향하며 중국영화, 중국 대중문화, 한류, 팬덤 문화를 공부하고 있어요. 다양한 ‘빠순이’ 경험을 거쳤고, 앞으로도 거칠 예정이며, 이를 연구에 잘 녹여내는 것이 목표예요. 최근에는 플랫폼과 팬덤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요.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겸 편집위원, 한국중국언어문화연구회 편집이사, 중국문화연구학회 학술이사, 중국영화포럼 사무팀장,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출판팀장,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재무이사 등을 맡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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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저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팬입니다. 덕선과 정환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원했지만, 결말은 그렇지 않았죠. ‘어남열(어짜피 남편은 류준열)’을 외치던 저는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드라마가 종영되고 이후 혜리(덕선 역)와 류준열(정환 역)의 열애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덕선과 정환 커플을 응원했던 저와 같은 팬들은 드라마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이 현실에서 이루었졌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팬심이란...😅😆
그러나 최근 류준열, 혜리, 한소희 세 사람을 둘러싼 이슈로 떠들썩합니다. 결별, 환승연애, 타임라인, 광고계약 종료와 같은 키워드가 등장하며 연일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왜 유독 이들의 연애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일까요? 아마도 이들의 사랑이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었기 때문이고, 장수 커플의 이별 소식이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며, 한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소희의 등장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좀 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의 사생활, 어디까지 공개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오늘의 악씨레터를 읽으며 나는 어떤 팬이어야할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팬이신가요? 저는 이제 덕선과 정환이 아닌, 혜리와 류준열로 이들의 행보를 응원하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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