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이끄는 음악 콘텐츠의 큰 축인 K-pop은 아이돌 그룹이 만들고 지배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H.O.T.의 해외 활동을 시작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K-pop 그룹들은 아이돌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죠. 한국에서 아무리 유명하다고 한들 K-pop 가수라는 타이틀을 가지려면 아이돌, 댄스, 그룹, 해외 진출이라는 어떠한(?) 조건에 부합해야 해요. |
|
|
1997년부터 가수 활동을 한 저에게는 8살 아이가 있답니다. 아이가 물어봅니다. “엄마도 아이돌이었어?” 음... 아쉽게도 저는 아이돌이 아닌, 댄스그룹이었네요. 18살 어린 나이에 가수로 데뷔하였고 이후 그룹 ‘거북이’로 활동하여 인지도 있는 가수로 남았지만 저는 아이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돌이라는 명칭은 언제 어디서부터 사용했을까요? 아이돌 문화는 일본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1970년대에 가수 ‘혜은이’가 일본 시장에 진출하였는데요. 잡지에서 ‘코리안 아이돌’이라고 소개되었다고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돌의 원조인 H.O.T., 보아, 동방신기, S.E.S., 핑클과 같은 그룹이 나오기 훨씬 전이었어요. 하지만 70년대의 아이돌은 지금의 아이돌과는 의미가 다르답니다. 단지 일본에서 쓰는 용어로 소개되었을 뿐이었죠. |
|
|
출처: 엔터미디어 https://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177
|
|
|
이제 거북이가 아이돌이 아닌 이유를 찾아볼게요. 팀에 나이 많은 멤버가 있어서였을까요? 그럼... ‘GOD’는 아이돌일까요 아닐까요? 팀에 69년생 멤버 ‘박준형’이 있으니 말이죠. 아이돌이 아닐법한 나이를 가진 멤버가 있어도 GOD는 1세대 아이돌로 구분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아이돌을 구분하는 기준이 나이는 아닌 것 같네요.
도대체 아이돌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나이, 성별, 그룹, 인원수, 장르, 댄스 등 제가 아이돌이 아닌 이유를 찾아야만 합니다. 아이돌의 의미는 우상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이 두루두루 좋아하는, 유치원생부터 엄마 아빠까지 함께 듣는 노래를 부른 거북이는 왜 우상이 될 수 없을까요. 반면, 국민가수라는 칭호를 얻고 팬층이 넓었던 GOD는 왜 아이돌인거죠? |
|
|
아이돌 구분법(?) 중 하나는 음반 업계의 소비자가 누구인지를 보는 것입니다. 음반이나 음원을 사기 위해 돈을 쓰는 주체의 연령대가 아이돌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작용한답니다. 예를 들어보면요. 오빠 부대의 원조인 ‘조용필’은 아이돌 가수일까요? 그럴 것도 같지만, 조용필의 음반을 사고 콘서트에 찾아다니는 팬들은 20대였으니 아이돌로 구분하기 힘들답니다. |
|
|
(좌)출처: 조용필 공식홈페이지 / (우)출처: 나무위키 서태지와 아이들
|
|
|
그렇다면 언제부터 10대 소비 주축의 아이돌 팬덤이 시작되었을까요? 정답은 ‘서태지와 아이들’이에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비로소 아이돌 팬덤 문화를 만들어주었답니다. 이들이 소비의 주체가 되는 팬들의 연령대를 20~30대에서 10대로 낮춰 준거죠. 문화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용돈으로 음반을 사며 콘서트에 찾아다니고 굿즈를 사는 문화 소비자를 10대로 끌어 내렸어요.
그래요. 거북이가 아이돌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10대 소비자가 주축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기획사 연습생 체제에요. 물론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회사는 있지만 마음이 맞는 팀원끼리 모여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하는 건 아이돌과는 거리가 멀죠. 스타시스템으로 철저하게 기획되어 만들어지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해내야 하는 전쟁과도 같은 연습생 체제를 겪어야만 비로소 아이돌이 될 수 있답니다. |
|
|
지금은 아이돌 그룹 내에서도 곡을 만드는 뮤지션이 많은데요. 이미 실력을 갖춘 멤버의 영입도 있을 수 있지만, 가수 개개인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획이 포함되기도 해요. 연습생들이 작사, 작곡, 외국어, 춤, 연기 등 많은 개인지도를 받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이렇게 기획된 아이돌 그룹은 수용자의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겁니다. 종합해보면 10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와 춤과 노래가 아이돌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요. 거북이는 아이돌이 될 수 없었습니다. 나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여 꾸준히 사랑을 받거나, 다시 한번 인기를 얻는 계기로 활동을 이어가는 아이돌 멤버들. 모두 나이를 먹네요. 우리의 BTS도 군대에 갔으니 말입니다. 아이돌은 언제나 아이일 것만 같은 환상에서 나아가 팬들과 깊은 유대관계 속에서 같이 크고, 같이 성장하는 팬덤으로 지켜지고 있답니다. |
|
|
#K-pop #아이돌 #아이돌구분 #아이돌세대 #한류 |
|
|
소리(이지이)
1997년에 연예계에 데뷔하여 오랜 세월 가수 활동을 했어요. 늦게 시작한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재밌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석사와 박사를 졸업했어요. 이박사라는 타이틀을 너무 좋아하고 지도교수님께서 지어주신 ‘소리’ 笑(웃을 소)理(이치 리)라는 이름을 소중히 하고 있답니다. 한국외대와 수원여대, 한국예술사관학교에서 한류, 대중가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K-pop에 관심이 많아요. |
|
|
아이돌이라면 대부분 노래는 물론이고 춤 실력까지 출중합니다. 그런데 요새 아이돌들은 오늘의 악씨레터에서 읽은 것처럼 작사, 작곡, 외국어, 연기와 예능감까지... 팔방미인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실력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요? 노래와 춤, 이 두 가지만 잘하려고 해도 분명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니 좀 너무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는 비단 아이돌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의 우리 십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영수사과’ 모두 다 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운동, 악기, 제2외국어와 같이 어딘가에 적어내고 보여줘야 할 취미와 특기까지 챙겨야하니 말입니다. 십대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팔방미인 아이돌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가 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