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의 관객 수가 천삼백만을 넘었습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인 12·12사태를 모티브로 제작했는데, 영화를 본 관객은 ‘심박수 챌린지’를 할 정도로 해당 영화를 보면서 분노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영화를 리뷰한 어느 방송국 인터넷 영상에 달린 댓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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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울의 봄은 정말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주옥같습니다. 배경지식 없이 보고 왔는데 영화를 다보고 나서 감정은 “내가 저런 세상에서 살지 않아 다행이고 분노가 치밀어오른다”가 감상평이네요. (유튜브 감상평, @user-lk5lo9ew8s, 2024.1.)
- 연출이며 시나리오며 연기들이며 미쳤음. 쫄깃함과 분노 그 자체. 영화 끝나고 분이 안 식혀서 멍 때림. (유튜브 감상평, @user-mz1bj8oc6m, 2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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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관객의 반응에 대해 가천대 특임부총장 김충식 씨는 “불의가 정의를 드라마틱하게 누른 시대상을 보여주는 영화 내용에 국민들 마음속 분노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시대 논쟁의 화두가 탈이념화되었고, 사회 정의가 보편적 소재가 되었음을 알려줍니다. 인권, 경제 불평등, 공정 등의 사회문제가 대표 예들이지요.
영화 <서울의 봄>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유는 사람들의 분노 감정을 효율적으로 일으켰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 반발 심리를 활용한 영화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증명하려고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영화 관람을, 1월 마지막 주 화요일 늦은 밤,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숙제처럼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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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 출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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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심리는 개인의 자유가 제한받거나 위협받을 때 일어나는 심리입니다. 이 용어는 심리학자 브렘이 처음 사용했는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자유가 위협을 받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는 감정적 형태로 접근하는 ‘직접적 반응’입니다. 직접적 반응의 대표 반응은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금주나 금연을 요구하면 전보다 더 음주와 흡연을 하려는 반발 심리가 작동하는데, 이때 분노와 함께 일어나는 반응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서울의 봄>은 전두광(황정민 분)을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그는 참모총장(이성민 분)이 이태신(정우성 분)을 수경사 사령관에 임명할 것을 알면서 자신의 친구 노태건(박해준 분)을 수경사 사령관에 앉힐 것을 권유했고, 이후에는 죽은 박 전 대통령의 비밀 금고에 들어있던 9억 중 일부인 1억을 꺼내어 참모총장에게 쓰라며 선심 쓰듯이 건넵니다. 이런 그의 행동은 참모총장의 자유와 국가 권위를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전두광의 위협은 참모총장을 납치할 정도의 극단으로 치닫고, 나중에는 국민의 자유를 위협할 지경에 이릅니다. 우리가 그에게 반발 심리를 갖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반발 심리의 두 번째 반응은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간접적 반응’입니다. 간접적 반응의 대표 효과는 ‘라벨링 효과’(Labeling Effect)입니다. 라벨링 효과는 어떤 사람이나 대상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라벨링 하면, 그 사람과 대상과 관련 있는 다른 것을 부정적으로 함께 인식하게 되는 효과를 말합니다. 영화 <서울의 봄>은 전두광과 하나회를 국가를 전복하는 사적인 집단으로 라벨링 하고, 이태신(정우성 분)을 그에 대항하는 공적인 집단으로 라벨링 합니다. 영화는 여기서 나아가 이태신을 왜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이순신 장군으로 한 번 더 라벨링 하고, 전두광과 그의 측근은 이순신 장군을 모함하는 간신으로 라벨링 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대립 구도는 관객을 이태신 편에 서게 만들어 전두광과 하나회에 반발 심리를 갖게 합니다. 이태신에게 몰입한 관객은 그와 가치관을 공유하며 그와 함께 분노합니다. 하지만 이때 관객의 분노는 전두광과 하나회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 이들이 가리키는 실존 인물을 향한 분노입니다. 현재 하나회는 존재하지 않지만, 하나회와 유사한 형태로 존재하는 현실 속 대상을 향한 분노입니다.
오래전부터 영화는 타인을 선동하는 미디어로 활용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영화로 공동의 적을 상정하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했습니다.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냉전 시대의 적은 반대 진영의 국가였고, 탈이념화 현상이 두드러진 오늘은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는 반인권·반사회 단체가 대표적입니다. 영화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부추기고 특정 행동을 이끌어 내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분노 감정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영화 <서울의 봄> 관람을 머뭇거린 이유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영화를 보면서 크게 분노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분노하지 않은 건 분노를 유도하는 영화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알고 봤기 때문일까요? 그것이 아니라면, 현실에 분노할 대상이 없어서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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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커뮤니케이션 #반발심리 #서울의봄 #분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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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여러 대학에서 영화분석과 글쓰기와 철학과 문화·예술을 가르칩니다. 창작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음반을 제작했고, 영상작가전문교육원에서 연구반(48기)을 수료하고 단편영화 제작에도 참여했어요. 이후 영화제와 방송국 음악 경연대회에서 입상을 하였습니다. 현재 한국복지방송에서 화면해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영상 미디어 스토리텔링과 매스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저서 <K-스토리텔링>(2022)에 공저로 참여했고, 대표 논문으로 “영화 속 시각이미지에 나타난 ‘사유의 환유적 확장’-영화 <설국열차>를 사례로”(2019)와 “‘봉준호 장르’의 가능성: <기생충>의 크로노토프 서사전략”(2020)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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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삼백만 명에 들지 않은 자. 바로 저입니다. 엄청난 분노 게이지😡 상승의 압박에 이제껏 관람을 미뤄왔거든요. 더이상 미룰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서울의 봄> 보러 GoGo!
1년 중 가장 짧은 달 2월이 한참입니다. 올해는 2월 29일이 있는 특별한 2월이네요. 구독자님의 올해 2월은 어떤가요? 우리 각자의 2월은 참 다양한 모습일 것 같아요. 2월이라는 시기가 주는 여러 의미가 있어서겠죠. 한참 졸업식 시즌입니다. 졸업하는 구독자가 계시다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옷차림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어요. 곧 서울에도 봄이 오는거죠!!🤭 2월 마지막 주에 찾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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