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사그마이스터, Now is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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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의 전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다양한 방식의 ‘데이터 시각화’를 활용하여 디자인된 작품으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작가의 메시지가 ‘시각화’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관람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문화콘텐츠 기획자로서 우리가 어떠한 영감을 얻을 수 있지 함께 생각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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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필름>은 작가의 자전적 다큐멘터리입니다. 스테판은 영화의 시작부터 ‘행복’에 대한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어요. 하지만 ‘행복’이라는 주제는 너무나 방대하고 보편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해피필름>에서 작가는 프로젝트의 대상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나의 행복’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수년에 걸쳐 직접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행복’은 코로나가 지나고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꼭 생각해봐야 할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에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여정은 나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는 과정으로도 보입니다. 해피필름에서 보여지는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의 삶은 솔직하면서 고집이 있는 완벽한 디자이너로서의 모습 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해피필름>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를 만날 수 있어요.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연자이기도 한 것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거예요. 디자인계의 거장이 되기까지 그는 무엇을 가지고 있었고 어떠한 고뇌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앞으로 창의적인 콘텐츠 기획자로 성장할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영화를 보면 재미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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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rather be alive than dead
DDP 잔디언덕, 23.09.25. - 23.1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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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후면 잔디언덕에 펼쳐졌던 공공미술 작품이에요.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Now is Better> 전시의 프리퀄 성격을 가진 작품으로도 볼 수 있어요. 장기적 관점에서 인류는 발전해왔다는 스테판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를 데이터 시각화를 적용하여 제작한 공공미술 작품이죠.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지난 120년간 한국의 기대수명에 대한 UN의 데이터에서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전 세계 평균 수명보다 훨씬 더 길고, 유럽이나 미국의 평균보다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지난 120년 간 한국의 기대수명이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는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요.
기대수명은 그 시대의 의료와 복지, 그리고 경제 수준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인식되고 있어요. 급격히 상승한 기대수명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반영하고 있는 거지요. 스테판은 이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20개의 에어 댄서를 활용했어요. 전시된 에어댄서들 하나하나는 1904년부터 2023년까지 각 해마다의 기대수명을 보여주고 있어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잔디언덕을 따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펼쳐졌던 형형색색의 에어댄서를 활용한 작품은 한국의 기대수명의 증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어요. 가장 낮은 1미터 높이의 에어 댄서는 1908년 약 24.1세였던 가장 낮은 기대수명을, 8미터에 달하는 가장 높은 에어 댄서는 2023년 현재 83.7세에 이르는 가장 높은 기대수명을 시각적으로 보여줬어요.
전시 중에 작품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을 보기 원하는 관람객이 많았어요. 그래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인포그래픽은 통계 그래프, 지도, 도식표를 활용해서 정보를 직접 보여주는거예요. 전시에서는 키오스크와 큐알코드를 활용하여 전시정보를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었어요. 추가로 인포그래픽이 필요했을까요?
그럼 인포그래픽과 ‘데이터 시각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둘 다 정보를 이미지화하는 것인데요. 그런데 데이터 시각화의 목적은 관람객이 스스로 자료를 탐구하고 분석하는 데 활용할 시각도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즉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작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관람객은 참여를 통해 새로운 해석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거죠. 인포그래픽은 보여주기를 위한 작업이라면 데이터 시각화는 관람객이 스스로 이야기를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작가가 원한 것은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We’d rather be alive than dead>라는 제목은 어떻게 번역될 수 있을까요?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관람객에게 원하는 정답은 무엇일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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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s Better
DDP 잔디사랑방, 2023.11.17. - 202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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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사그마이스터의 최신 프로젝트명이고 2023년 말 출간된 도서의 제목이기도 한 <Now is Better>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스테판은 전시되고 있는 그의 작품에서 장기적인 인간의 발전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인상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데이터의 시각화로 연결하고 있어요. 그의 대담하고 도발적인 성격을 가진 디자인은 전 세계에서 찬사를 받고 있어요.
전시회의 작품들은 앤틱 회화, 렌티큘러 작품, 유리잔, 의류 등 다양한 매체에 데이터 시각화를 적용한 디자인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작품 설명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빈곤, 범죄율, 이민자, 자본주의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하여 통계와 함께 그 출처를 제시하고 있어요.
데이터 시각화 과정에서 다양한 매체에 적용된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식들을 활용하여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각 매체에 가장 어울리는 디자인을 제시함으로써 관람객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어요. 특히 작품 중 뜯어갈 수 있는 포스터는 관람객에게 낯선 경험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스테판 다운 디자인으로 많은 호응을 이끌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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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은 로마에서 어느 훌륭한 변호사와 대화 중 그가 국제적인 정세를 보면 근대적 민주주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의 세상이 과거에 비하면 얼마나 민주주의적인지에 대한 근거를 찾으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어요.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민주주의 안에서의 불평등과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지금이 더 낫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요?
그는 트위터 등 여러 SNS에서 전하고 있는 단기적인 관점의 자극적인 기사들을 주의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단기적인 역사 안에서 어떤 사건을 볼 때 좋지 않고 슬픈 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십여년, 나아가 약 200년 정도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정말 많이 발전된 민주주의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거죠.
디지털 사회가 되어가면서 서로 급격하게 연결되고 있고 우리의 삶이 너무 많이 노출되고 몰라도 되는 많은 정보들을 알게 되면서 세상을 살아가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작가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확인된 정보로 판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는 알고리즘의 굴레에서 흘러가는 삶을 살지 말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라는 말로 들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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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화콘텐츠를 공부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작점을 제대로 읽어내고 나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상을 연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 현상을 관찰하고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은 대표적인 읽어내기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읽어내기의 결과인 데이터에 기획자의 의도를 반영하여 정보를 만드는 것이 문화콘텐츠 기획의 중심입니다.
문화콘텐츠를 연출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핵심 메시지나 정보시각화를 표현하기 위해 컬러, 이미지, 타입, 레이아웃 등의 요소가 활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전시콘텐츠는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장르 콘텐츠로 이러한 요소들이 메시지 전달에 아주 중요합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전시 타이틀에서 타이포나 컬러, 대표 이미지 등의 요소들은 기획자의 의도를 효율적으로 반영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어요.
데이터 시각화는 문화콘텐츠 기획에서도 기획자의 의도와 관람객의 경험을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기획과정에서 관람객의 경험까지 디자인하는 친절한 기획이 더 많은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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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콘텐츠 #데이터시각화 #문화콘텐츠기획 #스테판사그마이스터
#NowisBe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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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경
한국외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전시콘텐츠, 지역문화콘텐츠, 과학문화콘텐츠, 디지털미디어콘텐츠 관련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콘텐츠를 경영이나 마케팅 등 관련 학문들과 연계해서 공부하는 것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디지털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조수토 대표, 전시콘텐츠 전문회사 (주)앰허스트 이사 등을 하면서 현업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경기도 파주의 남방한계선 안쪽에 있는 미군부대 유휴지인 캠프그리브스 문화재생사업 총괄감독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분류해보면 키스해링, 요셉보이스, 에드워드 커티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등 작가 전시, 어린왕자 한국특별전, 빅뱅 10주년 전시, 피스마이너스원 등 문화콘텐츠 협업 전시, 러버덕 프로젝트와 1600판다의 세계여행 등 공공미술 프로젝트, 문화샤넬, 디올정신,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비통, 노아의 방주 반클리프아펠, 티파니 다이아몬드 전 등 럭셔리 브랜드 전시, 서울패션위크, 서울디자인위크 등 문화예술행사,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업과 아트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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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악씨레터는 흥미로운 전시콘텐츠 이야기입니다. 글을 읽다보니 당장 전시 보러 달려가고 싶습니다. 문화콘텐츠 기획이라는, 그동안 너~~무 궁금했지만 잘 알 수 없었던 영역에 대해 좀더 알게 되었어요. 눈 크게 뜨고 읽었답니다.👀
각자에게 <We’d rather be alive than dead>, <Now is Better>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요? 현재 전시가 진행 중이에요. 3월 3일까지니 설연휴나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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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되고 새해 인사를 나눈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구정 설입니다. 시간은 정말 쏜살 같아요.😳(시간아... 멈추어다오...) 연휴 동안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즐거운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악씨레터는 발렌타인 데이에💝 왠지 모를 설렘 가득 안고 메일함으로 슝! 찾아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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