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에버랜드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이하 판다) ‘푸바오(福寶)’의 중국반환 일정이 드디어 공개됐어요. 푸바오의 중국반환은 작년부터 계속 이슈였는데 결국 구체적인 시기가 결정됐어요. 4월 초에 중국으로 반환되고, 검역 등의 관리 때문에 3월 초까지만 에버랜드 판다월드 방사장에 나온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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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의 이름은 한자로 행복의 복(福) 자와 보물의 보(寶) 자를 써서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이에요. 푸바오가 태어난 지 약 100일 즈음 팬들의 투표로 정해졌죠.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왜 중국어로 부르냐고요? 전 세계에 있는 판다는 모두 중국 소유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태어났다 해도 언젠가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래서 중국어로 이름을 지어줘요. 간혹 러시아에서 태어난 판다 ‘카튜샤’(2023년생)처럼 사육하는 나라의 말로 이름을 지어주기도 해요.(물론 카튜샤도 중국어 표기가 따로 있어요.)
한국의 판다들은 정식 중국어 이름 말고 다른 이름들도 갖고 있어요. 푸바오는 한국식으로 ‘행복이’라는 애칭이나, ‘푸공주’, ‘푸린세스’, ‘푸뚠뚠’ 같은 여러 별명으로 불려요. 푸바오의 엄마 ‘아이바오(愛寶)’는 ‘사랑스러운 보물’이라는 한자 뜻에서 따와 한국식으로 ‘사랑이’라는 애칭이나 ‘아여사’라는 별명이 있어요. 푸바오의 아빠 ‘러바오(樂寶)’는 ‘기쁨을 주는 보물’이라는 한자 뜻을 한국식으로 바꿔 ‘기쁨이’라는 애칭과 ‘러부지’라는 별명이 있답니다.
‘바오들’의 이 이름들은 누가 지어줬을까요? 사육사님? 에버랜드 관람객? 네, 모두 팬들이 지어줬답니다. 이제는 이 애칭이랑 별명들이 많이 알려져서 사육사님들도 바오들을 간혹 이 이름들로 부르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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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바오들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많답니다.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한국의 대표적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이하 디시)를 예로 들어볼게요. 디시에는 ‘바오패밀리’라는 ‘마이너 갤러리’(이하 마갤)가 있는데, 2024년 1월 25일 기준 ‘흥한갤’(전체 마갤 순위 중 300위 이내, 20위 이내는 ‘대흥갤’) 전체 순위 중 221위에 올라 있어요. 2023년 8월 27일 기준 마갤이 약 4만 5천 개, 지금은 더 많이 있을 텐데 이 중에서 221위인 거예요. 게시글도 2만 2천 개가 넘어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명실상부하게 팬과 팬덤이 존재하고 있어요.
물론 바오들의 팬들은 푸바오의 팬들이 제일 많아요. 푸바오 팬들은 스스로를 ‘푸덕이’나 ‘푸친자’라고 부르죠. 얼마나 미쳐있냐고요? 마갤 바오패밀리에 들어가면 제일 위 공지에 <푸바오 공항광고 컨셉>이라는 글이 보여요. 푸덕이들이 인천공항과 삼성역에 푸바오 광고를 게시하려고 2023년 11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금을 했는데, 무려 1,15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어요. 현재 광고에 넣을 사진들을 선별 중이고 2월 중으로 광고를 시작한다고 해요. 웬만한 사람 스타들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슈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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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팬들은 왜 이렇게 바오들을 좋아할까요? 바로 사육사와의 관계성이나 바오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서사 때문이에요.
아이바오는 원래 엄마 판다가 포육해서 야생성이 강했어요. 그런데 생후 6개월부터 사육사들이 인공 포육을 시작했는데 사육사 중 한 명이 아이바오를 학대해서 사람들에게 경계심이 더 강해졌어요. 그래서 처음에 에버랜드 사육사들이 아이바오와 친해지는 데 애를 먹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사육사들과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어요. 푸바오와 동생들 ‘쌍둥 바오’를 막 낳고 나서 사육사들에게 아기들을 물고 와서 보여주기까지 할 정도인데 정말 감동적이어서 가슴이 뭉클해지죠.
러바오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애교가 참 많은 판다예요.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엄마 판다가 양육을 포기해서 인공 포육으로 자라서 그래요. 러바오는 눈 주위에 털이 빠져 있을 때가 있어요. 러바오가 중국에서 있었던 동물원 중 한 곳에서 두 발로 일어나서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면 간식을 줬는데 그때 옮은 눈병 때문이에요.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버림받은 데다 사람들한테 이용당해 간식 벌이까지 해야 했던 안쓰러운 러바오지만 구김살 없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푸바오는 아빠 러바오가 8살(2012년생), 엄마 아이바오가 7살(2013년생) 때인 2020년 7월 20일에 태어났어요. 판다는 4살 정도 되면 성 성숙이 되는데 암컷의 가임기가 2, 3일로 너무 짧아 임신이 쉽지 않대요. 그래서 푸바오도 엄마 아이바오가 7살이 되어서야 태어났죠.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기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판다라 정말 금지옥엽이었죠. 거기에 갓 태어났을 때부터 성장 과정 중에 보여주는 사육사들과의 소위 ‘케미’는 정말 ‘미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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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틋한 사연을 가진 바오들에 대해 알게 되면 안 좋아할 수가 있을까요? 특히, 푸바오는 중국반환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 애틋함이 더하죠. 하지만 인간의 기준으로 과하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해요.
얼마 전, 푸바오와 아이바오가 교대로 쓰던 방사장을 쌍둥 바오에게 맞춰 정비하면서 일부 팬들이 사육사들을 비난하는 글들을 올렸어요. 일부 팬들은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기 전에 아이바오와 이미 독립한 푸바오를 만나게 해달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죠. 바오들은 팬들의 ‘덕질’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될 수는 없어요. 바오들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감정 이입해서 무분별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해요.
덕질은 분명 삶에 활력소를 줄 수 있어요. 하지만 과유불급입니다. 이건 다른 대상을 덕질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덕질에 열정적으로 잘 빠져드는 팬들은 일종의 ‘도파민형 인간’이라 할 수 있어요. “도파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미치광이이자 천재, 중독자이자 창조자가 된다!”(대니얼 Z, 리버먼, 마이클 E. 롱, 최가영 옮김, 『도파민형 인간(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쌤앤파커스, 2019)고 해요. 우리 모두 ‘정신병자’가 아닌 ‘미치광이’가 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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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푸덕이 #푸바오반환 #바오패밀리 #자이언트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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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진정한 ‘아카 팬(aca-fan)’을 지향하며 중국영화, 중국 대중문화, 한류, 팬덤 문화를 공부하고 있어요. 다양한 ‘빠순이’ 경험을 거쳤고, 앞으로도 거칠 예정이며, 이를 연구에 잘 녹여내는 것이 목표예요. 최근에는 플랫폼과 팬덤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요.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겸 편집위원, 한국중국언어문화연구회 편집이사, 중국문화연구학회 학술이사, 중국영화포럼 사무팀장,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출판팀장,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재무이사 등을 맡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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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기 스타 푸바오 이야기입니다. 저는 푸덕이는 아니지만 푸바오의 대나무 먹방 영상은 빠져들어 보게 되더라구요. 그저 힐링.... 아시죠? 귀여우면 끝난 거!!🐼💛💜
3기 악씨레터가 시작됐어요. 다음주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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