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읽기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요? 여름 휴가철이 되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등장하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피서지에 가져가면 좋을 추리소설 TOP5”, “무더위를 날려버릴 추리소설 목록” 등의 제목, 한 번쯤은 봤을 겁니다. 익숙한 집과 매일 오가는 동네를 벗어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낯선 휴양지에서 읽는 추리소설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도와주는 가장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니까요.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추운 겨울에 읽는 추리소설도 나름의 낭만이 있답니다. 밤이 일찍 찾아오는 겨울,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읽는 추리소설은 긴긴 겨울밤을 보내기에 더 없이 좋은 친구입니다. 이왕 겨울에 읽는 추리소설이라면, 산타클로스의 고향이자 ‘눈 덮인 겨울’ 풍경의 대명사인 북유럽의 추리소설도 좋은 선택인 듯 싶습니다. |
|
|
북유럽 추리소설의 고전, ‘마르틴 베크’ 시리즈
첫 번째로 소개할 북유럽 추리소설은 스웨덴 작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공동 집필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입니다. 북유럽 추리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 시리즈는 1960-70년대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을 배경으로, 국가범죄수사국의 형사 마르틴 베크의 활약상을 담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각각의 개별된 이야기를 담은 10권의 장편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얼마 전 마지막 소설인 <테러리스트>가 출간됐습니다. |
|
|
마르틴베크 시리즈 전권 / 사진 출처: 알라딘
|
|
|
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작년 큰 화제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도 등장했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극 중 형사였던 해준(박해일)의 책상 위에 이 시리즈가 놓여 있었지요. “인간에 의해 창조된 인물 중 마르틴 베크만큼 내가 마음 깊이 공감한 이는 없다”라고 할 만큼 마르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박찬욱 감독이기 때문에, 의도가 다분한 배치였을 것입니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주인공 해준이라는 인물을 창조할 때 마르틴 베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
|
마르틴 베크를 참고했다는 헤어진 결심의 주인공 ‘해준’ / 사진 출처: 네이버
|
|
|
제가 앞서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형사 마르틴 베크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고 말했지만, 베크는 비범한 추리 능력이나 뛰어난 싸움 실력을 갖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 만한 단서가 나올 때까지 주변인들을 탐문하고 지루한 서류 작업을 해야만 하는 경찰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베크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확인하는 자질을 갖춘 경찰이기도 했죠. 소설 역시 그런 베크의 수사를 덤덤하고 끈기 있게 따라갑니다. 마르틴 베크와 그의 동료들의 성실함과 직업정신이 사건의 결말로 독자들을 안내하죠. 이 시리즈는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강점인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사소한 단서의 조각들이 끝끝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졌을 때, 그리고 그것을 통해 당시 스웨덴의 사회상을 조망할 때 ‘마르틴 베크’ 시리즈 독서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마르틴 베크’의 후예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쓴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 외에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북유럽 추리소설 작가로는 노르웨이 작가인 요 네스뵈, 덴마크 작가 페터 회, 스웨덴 작가 헨닝 만켈 등이 있습니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대표작인 <스노우 맨>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깊고 긴 겨울의 서늘함을 배경으로, 이에 대비되는 뜨거운 형사 해리가 사건의 진실을 위해 폭주하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얼어붙을 듯 춥다. 여느 때와 다르게 영하 18도다.……커다랗고, 거의 무게 없는 덩어리가 되어 내리는 결정체가 흰 서리로 부서져 땅을 한 켜 뒤덮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역시 북유럽 추리소설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
|
|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 / 사진 출처: 알라딘
|
|
|
마지막으로 헨닝 망켈의 대표작으로는 <얼굴 없는 살인자>, <하얀 암사자> 등이 있지만, 헨닝 망켈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시즌제 드라마 ‘월랜더 형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BBC에서 제작한 이 고독한 중년 형사의 이야기는 많은 사랑을 받았고, 최근 넷플릭스에서는 월랜더 형사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영 월랜더 시리즈’를 볼 수 있습니다. |
|
|
드라마 ‘월랜더 형사’ / 사진 출처: BBC 홈페이지
|
|
|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연휴와 긴긴 겨울밤에는 춥고 황량한 북유럽의 겨울을 외롭고 고독하지만 성실하고 끈기 있게 지나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
|
|
KEY WORDS #북유럽추리소설 #마르틴베크시리즈 #요네스뵈
|
|
|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책임연구원. 강원도 원주 거주.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에서 강의하며 중화권 장르문학 및 문화를 공부하고 있어요. 1930-40년대 중국의 탐정소설로 박사논문을 썼고, 최근에는 타이완과 홍콩, 중국 대륙의 추리소설과 범죄 드라마 등 미스터리 서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입니다. |
|
|
오늘의 악씨레터 MERRY CHRISTMAS!! |
|
|
설렘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아직 트리 장식도 하지 못했고, 가족, 친구들의 선물도 사지 못했지만, 마음만은 이미 크리스마스입니다!😆🤩
바쁘고 분주한 연말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면 좋겠어요. 저는 오늘 크리스마스 케익을 주문하려고요🎂
오늘 악씨레터에서 소개한 북유럽의 추리소설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는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아요. 저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한 권을 꼭 읽어보려고요.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반짝이는 불빛을 보면서요!!🎄📕
모두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