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비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전염, 바이러스, 생존(서바이벌) 등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좀비는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지난 2, 3년간 의도치 않은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등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좀비는 다양한 캐릭터로 활용되고 있죠. 특히나 썰고 자르고 다지는 쪽의 호러를 좋아하는 슬래셔 매니아들은 좀비를 아니 예뻐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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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좀비
아프리카의 부두 의식(시체를 살려내는 의식)에서 기원한 좀비는 집단의 공포를 구체화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비zombie라는 단어 외에도 언데드undead, 워킹데드walking dead, 워커walkers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되며 유사 버전으로 동양의 강시(僵尸)를 꼽을 수 있겠네요. 살아있는 육체와 죽어있는 정신이 결합된 존재는 이후 '전염성'이 가미되면서 '집단성'을 지니게 되었죠. 존재의 유지를 위해 식인을 하고, 강한 전염성으로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며 점차 거대한 집단이 되어가는 과정은 절대적 다수가 가지는 죄책감의 결여(혹은 합리화)와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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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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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알고 있나? K-좀비
좀비 영화의 시초는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1968)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후로도 좀비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다양한 영화에 카메오나 조연급으로 종종 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타의 괴물들에 비해 지능이 현저히 낮은(혹은 없는) 상태에다 우스꽝스러운 움직임과 잘리고 썰리는 장면이 많은 탓에 B급 호러 영화로 치부되곤 했죠. 그래도 <28일 후28days later>(2003)나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2007), 드라마 <워킹데드Walking Dead>(2010~2022) 등의 수작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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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킹덤>(2019) /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우)<부산행>(2016> / 사진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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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넷플릭스의 <킹덤>(2019~2021) 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 ‘조선 좀비’의 위용을 떨친 바 있죠. 21세기 들어 이전과는 달리 진화하는 좀비가 등장해 생각(사고)이라는 것을 하기도 하고 달리기도 가능해지면서 <월드워Z World War Z>(2013)나 <부산행>(2016)처럼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에서도 맹활약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나? 좀비 대처법
좀비는 전염을 상징하는 거의 모든 것이 매개체로 작용하며 중세 유럽 시대의 페스트를 거쳐 에이즈,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를 모두 섭렵합니다. 다시 말해 전염‘병’이 키워드인 만큼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백신’의 발견(혹은 발명)뿐이죠. 그러나 이 바닥(?)에서는 해결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하면 해피엔딩에 속합니다. 때문에 좀비 영화는 호러 영화 중에서도 발랄한 기운이 강하죠. 암요. 그렇고말고요. 쉽사리 수긍이 안 가는 분께는 <좀비랜드zombie land>(2009)를 추천해드립니다. 특히 좀비가 나타났을 때 대처 방법(유산소 운동의 필요성, 안전벨트 착용 준수의 유용함 등)도 서른 가지 넘게 알려주는 아주 유익하고 재미지며 쾌활한 영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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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랜드>(2009) / 사진 출처: 컬럼비아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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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알려주마, 좀비의 메시지
어찌되었건, 좀비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다수(좀비)에 의해 묵살되는 소수(인간)의 의지는 강한 전염성 앞에 무력화되며 고립 좀비 떼가 인간 하나를 두고 뜯어먹는 행위처럼 하나의 제물(희생물) 앞에 다수에 속한 개개인은 ‘나만 했냐’ 식의 합리화를 어렵지 않게 구축하고, ‘쟤도 했어’로 그 죄책감을 1/n로 쪼개 희석해버리죠. 이러한 집단 무의식이 가져오는 위험성은 그 행위가 반복될수록 배가 되고 도덕성은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마치 악의적인 루머가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진실 여부에 상관없이 더 자극적이고 질이 나쁜 쪽으로 양산되고 방치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말이죠, 우리가 좀비 영화를 보고 난 후, 좀비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깨닫고 공포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지를 확인하곤 하죠. 집단 이기주의는 인간을 둘러싼 좀비 무리를 가리킨다기보다는 살아남은 인간 공동체에 더욱 적합한 단어로 보입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좀비 콘텐츠 속의 아포칼립스(멸망)가 겹쳐 보였던 것은 아마도 이러한 점 때문이 아닐까요.
아, 그래서 좀비 영화가 주는 명확한 메시지가 대체 뭐냐고요?
그야, 쪽수 앞에 장사 없고 고기는 씹어야 제맛이라는 거지요,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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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데드>(2009) / 사진 출처: A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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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S #좀비 영화 #좀비 #팬데믹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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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책임연구원. 장국영 때문에 중국어를 배우겠다 마음먹고 왕가위 감독이 좋아 영화를 공부하고 아이돌 덕질을 하다 팬덤과 문화콘텐츠에도 관심이 생긴, 학업과 연구가 모두 덕질과 궤를 함께 하는 중.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계란이 바위를 깰 순 없어도 최소한 더럽힐 순 있다’로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호러 장르에 열광하고 로맨스 장르에 알러지가 있으며 다양한 영역의 덕질이 일상인, ‘호러의 어머니’가 되어보겠다고 결심하고 있으나 실상 옆집 아줌마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정 많고 까칠한, 여린 심성을 가졌지만 살벌한 말빨도 동시에 가진 아이러니한 생명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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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무서웠던 저번 공포영화에 이어, 오늘은 또 다른 양상의 공포인 좀비 영화였습니다! <부산행>과 <킹덤>을 볼 때의 그 숨막히던 긴박감이 다시금 느껴집니다.😱 일단 <좀비랜드>를 보면서 좀비가 나타났을 때의 대처 방법부터 익혀놔야겠습니다. 👻, 🧟 그리고 다음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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