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삼성과 애플이 비교광고를 통해 서로를 디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동안 두 기업은 상대 브랜드를 소재로 한 광고를 꾸준히 제작해 왔고, 톡톡 튀는 위트로 화제가 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광고는 서로를 폄하하기보다는 재미를 주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한국에서 삼성과 애플의 경쟁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욱 치열한 것 같아요.
“너 T야?” 우리 사회는 지금 흑백 논쟁 중!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MBT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너 T야?!”라는 유행어가 등장했습니다. MBTI는 인간의 판단 기능을 사고형(Thinking)과 감정형(Feeling)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어요. T와 F는 인간의 특성일 뿐 여기에 긍정이나 부정의 가치는 부여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T라고 지칭하곤 해요. 맥락을 읽지 못하거나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너 T야?”라는 농담을 하기도 하죠.
구별짓기는 그만! 경계짓기는 그만!
왜 이러한 구별짓기가 나타날까요?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의 스마트폰 전쟁을 인간의 비교 심리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심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것으로 비교를 통해 내가 더 우월한 집단에 속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우리가 너무 오랜 시간 대입, 취업 등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놓여 타인보다 우월함을 증명해야만 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인가 봐요.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우리 사회에는 다수의 의견만 존중되고, 다수가 향유하는 것만 남게 될 것 같아요.
나 또한 틀릴 수 있는 존재이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신만이 절대적 진실인 것처럼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있어요. SNS에서도 나와 다른 의견, 감정, 취향 등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날을 세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왜 나와 다른 사람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일까요... 왜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쓰고 타인을 바라보는 것일까요...
이대로라면 우리는 머지 않은 미래에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동일한 상품을 소비하는 획일화된 사회를 살아야 할 거예요. 그런데 만약 시장에 하나의 상품만이 존재한다면, 경쟁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상품의 질적 저하,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지겠죠. 우리는 학창시절 시장의 자율 경쟁이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독과점은 결국 폐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학습했어요.
양질의 콘텐츠가 자생할 수 있는 비옥한 문화 토양
문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것, 낯선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가 자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한류 이후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특정 장르에 편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소재가 필요합니다. 비옥한 문화적 토양에서 많은 소재가 싹틀 수 있듯이,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해야 더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