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의 한국 진입은 일제강점기 시기였다. 영화의 발명이 1895년인데 일본에 유입되어 첫 제작이 된 시기는 1899년이고 게이샤의 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신문물로서 곧바로 한국에 소개된다. 1897년 경인데 아직 여러 설들이 존재한다. 일본인들은 식민지 한국에서 일본영화를 상영하는데 단편 다큐멘터리와 사무라이 검극(찬바라)영화들이었다.

한국에서 첫 영화는 1919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경성전시의 경(京城全市의 景)>이다. 조선총독부도 같은 해에 다큐멘터리 <금강산 대활동(金剛山大活動)> 등을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작에 착수한다. 다까사(高佐)는 1924년 부산에 조선키네마라는 영화사를 설립하고 <해의 비곡(海의 悲曲)>이라는 첫 작품을 영화화한다.

그리고 광복 시기까지 35년은 그들의 영화 시장으로서 일본영화는 내지영화로 소개되었고 때로는 한국영화도 일본에 수출되기도 하고 합작영화도 제작된다. 그들 중 일부영화는 위장합작영화로 <망루의 결사대>, <지원병>, <너와 나> 등은 한국영화사에 합작영화로 기록되어 있다.

광복 후 일제의 문화 지우기는 쉽지 않았다. 일본어 사용은 일상이었고 전문직종에서 일본어는 필수어였다. 영화계에서 사용된 일본어로는 나메(오버 숄더), 즈무(줌), 아뿌(클로스 업) 등의 말들이 일상적으로 쓰였다. 이러한 일들은 시간이 해결해주어야 할 일인데 거의 반세기가 지나서야 일본어 사용은 자취를 감춘다. 당시 흔히 사용된 일본어라면 ‘벤또(도시락)’ ‘오까네(돈)’ ‘오야봉(두목)’ 등의 많은 말들이 우리 사회에 외래어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일본문화에 대한 향수는 부산 등의 항구도시를 통해 암암리에 퍼져있었는데 일본 음반을 밀수하여 일본노래 ‘엔카’가 널리 퍼졌다. 나이트클럽에서 일본노래 듣기는 어렵지 않은 일로 당시 인기업종이던 요정에서는 일본노래가 필수적이었다. 시중에서는 일본 음반과 악보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고 급기야 빽판이라고 불리는 무단 복각 음반이 발매되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일본영화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비디오 시대가 되기 전까지는 일본에 가야만 볼 수 있었다. 일본영화 극장개봉은 일본문화에 대한 문호가 개방된 1995년인데 이전에도 일본영화를 볼 기회는 있었다. 영화인들에 한정된 것이지만 아시아영화제에 출품된 일본영화 상영의 밤을 통해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등의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일본 서적을 통해 시나리오를 접하다가 그 실체를 처음으로 확인한 한국영화인들은 가히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완성도 때문이었다. 향수에 젖은 영화제작자들은 곧 유사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 작가들은 일본 시나리오를 참고해 제작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표절영화라는 것도 만들어져 버젓이 상영되기에 이른다. 당시로서야 관객들은 이 영화들이 일본영화를 통째로 베낀 것이라고는 생각하질 못했다. 다만 완성도 높은 한국영화구나 했을 것이다.

대표작이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 김기영 감독의 <고려장> 등이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도 자유롭지는 않다. <하녀>의 경우 이치가와 곤 감독의 <열쇠>와 설정, 세트가 무척이나 닮았기 때문이다. 1964년 유현목 감독의 <아내는 고백한다>는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 <妻は告白する>가 원작임을 밝히기도 했지만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는 무단 복제 영화임을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고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굳게 닫혔던 일본영화 시장이 개방되었지만 우려한 것처럼 한국영화를 능가하는 흥행 기록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저 미미한 흥행기록으로 일본영화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 이제 그들의 영화는 한국영화의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그만큼 한국영화가 성장한 까닭도 있었고 일본영화에 대한 신비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영화는 비디오를 통해 무단 복제 되어 일본영화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었다.

일본영화라는 신기루는 사라졌지만 일본영화가 보여준 과거의 영광과 저력은 아직도 유효하며 그들의 재도약을 기대하게 한다.

1986년 다큐멘터리 <한국의 춤 살풀이> 제작, 연출 감독 데뷔. 같은 해 극영화 시나리오 <사방지>로 작가 데뷔. 중앙영화사 감독 활동 후 1990년 국방부 홍보관리소 제작의 <대한국인 안중근> 각본, 감독. 홍보영화 <귀항>, <철판을 수놓은 어머니>로 2년 연속 금관상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기획상 등을 수상. 5년간의 조감독 활동, 그리고 5년간의 시나리오 작가 및 감독 활동 후 1991년, EBS에 입사하여 <전통문화를 찾아서>, <다큐 이사람>, <역사속으로의 여행>, <풍수기행> 등의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연출하였으며 2004년 광복절 특집 3부작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2007년 한중수교 15주년 특집 5부작 <청사초롱과 홍등> 등을 제작하였다. 저서로는 『청사초롱과 홍등』, 『이소룡 평전』,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돌아오지 못하는 안중근』, 『나는 PD다』시리즈, 『다큐멘터리』시리즈, 『한국영화 100년사』시리즈 등이 있다. 호남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서울디지털대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