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숏폼 콘텐츠에서 매운맛 챌린지는 이미 하나의 독립된 장르입니다. 빨갛게 매운 음식은 첫술을 뜨기도 전에 이미 시각부터 반응을 이끌어내고요. 매운 음식 앞에서 사람들이 유독 휴대폰부터 꺼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땀이 맺히고, 눈물을 참고, 그러다 결국 웃어버리는 짧은 표정 변화가 카메라 앞에서 가장 정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국경을 넘어 퍼진 이후 이 흐름은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매운맛은 어느새 미각의 문제가 아니라 리액션의 문제가 됐고, 짧은 순간의 감정 변화는 릴스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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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열에 짬뽕도 한몫해 오고 있어요. 붉은 국물이 주는 강렬한 시각적 자극과 얼큰함이라는 한국인의 정서적 코드를 동시에 지닌 몇 안 되는 음식이기 때문이지요. 매운맛 열풍은 짬뽕을 어쩌다 소환한 것이 아니에요. 짬뽕이야말로 그 흐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음식이니까요. 하지만 짬뽕을 단지 매운맛 챌린지의 소재로만 보면 반쪽짜리 설명이 됩니다. 붉은 국물이 주는 자극 이면에는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 주는 위로의 감각, 누군가와 나눠 먹던 훈훈함까지 함께 얹혀 있어요. 그래서 짬뽕은 자극으로 시선을 붙잡고, 위로로 마음을 붙잡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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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의 원류로 꼽히는 음식은 19세기 말 나가사키에서 화교 천핑순이 팔았던 국수예요. 그가 가게에서 자주 쓰던 푸젠 방언 ‘쟈뽕[吃饭, 밥을 먹다]’이라는 말을 일본인들이 ‘잔폰[ちゃんぽん]’이라는 음식 이름으로 알아들으면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해요. 한편으로는 이름 자체가 ‘뒤섞다’는 뜻의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참푸르[campur]에서 왔다는 설도 있는데, 이 역시 짬뽕이 여러 재료와 여러 나라의 영향이 뒤섞이며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점과 맞닿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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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은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로 건너오면서 또 한 번 변화를 겪었어요.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짬뽕은 지금과 달리 맵지 않은 흰 국물이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함을 잡기 위해 고추를 더하는 방식이 시도되었고, 이를 계기로 국물이 점차 빨갛고 얼큰하게 바뀌어 갔어요. 처음엔 낯설어하던 손님들도 점차 매콤한 맛에 익숙해졌고, 이후 지금의 ‘짬뽕’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매워진 국물은 자연스레 술국 역할까지 겸하게 됐어요. 주머니 가벼운 손님들이 짬뽕 국물만으로 소주 몇 병을 비우고, 무료 리필로 국물을 거듭 채워가며 술잔을 기울이던 풍경도 이때 자리 잡았지요. 짬뽕 한 그릇에는 중국과 일본, 한국 세 나라의 역사가 겹겹이 담겨 있는 셈이에요.
짜장면 역시 산둥 출신 화교들이 들여온 자장몐[炸酱面]이 한국에서 춘장이라는 재료를 만나 독자적으로 변형된, 그 나름의 섞임을 품은 음식이에요. 다만 짜장면이 하나의 소스와 하나의 조리법으로 비교적 일찍 정형화된 것과 달리, 짬뽕은 지역과 가게마다 국물의 색과 재료가 계속 달라지며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갔어요. 해안에서는 해물이, 내륙에서는 고기와 채소가 국물의 중심을 차지했어요. 지역마다, 가게마다 농도와 재료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짬뽕이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애초에 하나의 국적, 하나의 조리법으로 고정되기를 거부하며 태어난 음식이기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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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저 유명한 질문, “짜장면이냐 짬뽕이냐”입니다. 이 질문은 메뉴 선택 자체보다 한국인의 우유부단함을 상징하는 문화적 밈으로 자리 잡았어요. 두 그릇 중 하나를 고르지 못해 반반 메뉴 짬짜면을 발명해 낸 것은 그 망설임마저 유머로 승화시키는 한국 특유의 정서를 보여줍니다. 이 밈은 SNS의 밸런스 게임 콘텐츠, 성격 유형 테스트 등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어요. 짬뽕은 그 자체로 완결된 음식이면서도 늘 짜장면과 짝을 이뤄야만 완전해지는 역설적인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름난 셰프들이 해물짬뽕을 파인다이닝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중화요리 노포들이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이어지고 있어요. 인천이나 군산 같은 지역의 짬뽕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 콘텐츠도 꾸준히 소비되고 있고요. 한때 서민의 한 끼였던 얼큰한 국물 요리 한 그릇이 이제는 미식의 대상으로, 지역 관광의 자원으로 위상을 넓혀가고 있어요.
이런 흐름 속에서 짬뽕은 음식 콘텐츠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매운맛이라는 자극적인 스펙터클, 세 나라를 넘나든 뒤섞임의 서사, 재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유연함,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정서까지, 짬뽕 한 그릇은 동아시아 문화콘텐츠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담론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매개가 되고 있습니다. 짬뽕은 이주와 혼종, 지역성과 세계화, 감성과 시각적 자극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동시대의 새로운 담론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음식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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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챌린지, 위로, 담론, 음식콘텐츠, 짬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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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유 선
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고전과 현재, 경계와 교류 사이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 저의 주된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동양 고전의 현재적 가능성에 주목하여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쓰는 명저 다시 쓰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흐름 속에서 일상과 제도, 기억과 욕망이 쌓인 문화적 흔적들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저술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명대 오름교양교육연구소장과 한중인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종로미각』(공저), 『전통시기 중국의 안과 밖』(공역), 『사치의 제국』(공역), 『열자』, 『조씨고아』, 『장물지』(공역), 『중국 설창예술의 이해』, 『중국 경극 검보의 이해』, 『중국경극의상』(공역), 『송원화본』(공역) 등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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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바야흐로 모든 것이 배달되는 시대지만, 예전에는 배달되는 음식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 시절 배달 음식의 대표 주자는 단연 짜장면과 짬뽕이었죠! 요즘은 매운맛의 자리를 마라탕에 조금 내준 것도 같은데요. 오래 함께해 온 음식이라 그런지, 저는 짬뽕을 먹을 때마다 ‘역시 짬뽕이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짬뽕 생각을 너무 많이 했나봐요. 짬뽕이 먹고 싶어졌어요. 오늘 점심으로 짜장면과 짬뽕, 어떠세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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