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게 생기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오래 붙들고 고민한 글이 요즘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요. 악씨레터의 글들이 그렇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한참 들여다본 어떤 이의 시선이 압축되어 있고, 그래서 읽고 나면 그 전과는 조금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게 되는 글들이니까요. 11기 필진 다섯 분의 글 열 편을 오늘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아래에서 발행된 날짜나 제목을 클릭하면 바로 연결됩니다. 곧 찾아올 12기도 오래 고민한 글들로 찾아올게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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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한국외대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며, 에코뮤지엄의 국내 수용과 무형유산의 문화콘텐츠화, 커뮤니티 디자인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서는 『에코뮤지엄: 지속가능한 농촌 희망 프로젝트』, 『신박물관학 시대의 큐레이터』, 『Ecomuseums and cultural landscapes』(공저), 『문화농촌・창조농촌: 농촌의 가치와 문화전략』(공저), 『근대 한식의 풍경』(공저), 『프랑스의 지역문화콘텐츠』(공저)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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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문화콘텐츠학이 대학 교육으로 수용된 것은 200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에 문화콘텐츠학 전공이 신설되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2003년 한신대학교 인문대학에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가 개설되면서 학부에서의 문화콘텐츠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문화콘텐츠학 교육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2025년 12월 기준으로 81개 대학에 문화콘텐츠 계열 학과, 학부, 단과대학이 운영되고 있으며, 명칭도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시작된 새로운 학문 분야인 문화콘텐츠학은 아직까지 한국연구재단의 학문분류 체계에 편입되지 못한 상황이에요.
한국연구재단의 학문분류체계는 국가 연구 지원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지표인데, 아직까지 ‘문화콘텐츠학’이 독립된 학문분류 영역을 갖지 못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관점에서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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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만의 어수선한 심리상태와 책과 원고, 잡동사니로 가득한 작은 서재는 어쩐지 나 자신과 동일시됩니다. 뭐 그리 대단한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머리가 항상 복잡하고, 논문을 쓰느라 한껏 어지럽혀진 나의 책상과 서재! 글을 매개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나 역시 그의 처지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동만의 형 황진만(박해준)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국어국문학 박사이자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은 시인이지만 강단에 서고자 했던 꿈이 좌절되면서 이혼을 겪고, 딸아이마저 잃은 채(드라마 후반부에 딸이 입양된 사실을 알게 됨) 죄책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는 인물이에요. 그런 그는 매일 끼니마다 술로 세월을 달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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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포스터 ⓒJTBC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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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한국외대, 동국대에서 문화콘텐츠 전공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연극과 영화의 트랜스장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영어 뮤지컬학원 원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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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영석 PD의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은 PD와 출연자의 관계 전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전까지 나영석 PD는 출연자에게 게임을 제시하고, 성공 시 보상을, 실패 시 벌칙을 부과하는 프로그램의 지휘자이자 절대 권력자였습니다. 그런데 줄임말을 맞히는 코너에서 잘못된 문제를 출제하는 바람에 출연자들이 PD를 무시하고 역으로 벌칙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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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로 구성된 출연자들은 제작진의 실수를 눈감아주는 배려보다 오히려 주도권을 빼앗아 판을 뒤집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나영석 PD는 ‘영석이 형’ ‘유행에서 뒤처진 늙은이’ 취급을 당하며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전환됩니다.
<지락실>의 사례는 Z세대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기존 권력을 전복하는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처럼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수동적 위치에 놓이는 블랙코미디 형식의 콘텐츠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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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트라이앵글 <Love is...> 뮤직비디오, (우)최성곤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 ⓒ롯데엔터테인먼트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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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 같은 행보는 홍보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실제 음원이 발매되었고, 배우들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에 가입해 정식 음악 실연자 자격을 얻었습니다. 허구의 가수가 현실의 음악 산업 안으로 들어온 순간인 셈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를 “작품 속 세계관을 현실까지 확장해 관객이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주는 마케팅”, 즉 “과몰입 마케팅”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가상의 존재를 현실로 소환해 팬덤을 만들고, 그것이 다시 원작 소비를 촉진하는 메타 마케팅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과몰입’보다 ‘팬덤 선행형 콘텐츠’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핵심은 세계관 확장이 아니라 순서의 역전입니다. <와일드 씽>은 영화가 개봉하기 43일 전에 음악으로 먼저 팬들을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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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사회철학과 문화콘텐츠학을 함께 공부한 문화학자입니다. 사회·문화이론을 전공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글로컬 혼종문화 정체성, 문화콘텐츠의 공공성 및 윤리 문제, 대중문화와 철학, 시각문화, 과학기술문화, 기독교 콘텐츠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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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는 이 PC 개념이 문화콘텐츠 업계에 짙게 드리워졌습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는 최근 미국의 애니메이션 작품들 및 기존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화 작품들입니다. 진정한 사랑의 표현은 남녀 간의 키스가 아님을 보여준 <겨울왕국>이나 서로 다른 원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강조한 <엘리멘탈>은 PC의 성공 사례입니다. 반면 흑인 배우를 에리얼로 캐스팅한 <인어공주>,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 라틴계 공주의 <백설공주> 등은 PC의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수용자들은 바보가 아니며, 작품의 PC적 의의보다 완성도를 더욱 좋아할 뿐입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이든 PC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PC충’이라고 비난합니다. 영어권에서는 이런 Wokeism(PC에 과잉 반응하는 주의) 문화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Woke는 영어 단어 Wake의 과거형이며 ‘깨어있는’이란 뜻의 형용사로도 쓰입니다.)
진보적 이데올로기나 마인드를 소유한 사람은 PC를 보통 옹호하지만, 전통-보수주의자는 반PC 경향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히 생각할 수만도 없습니다. 진보적인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의 일부 역시 PC를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PC에는 계몽주의적 마인드가 들어있으므로 엘리트주의적인 면모를 띠고 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표준화와 잘 연결되는 정치적 올바름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무지한 민중을 지식인들이 교육시키고 바꾸어야 한다는 견지에서 오히려 강제를 행한다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영국의 반종교주의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의 대표적 무신론 지식인이자 신경과학자인 샘 해리스, 사회주의 진보성향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등이 모두 각자의 이유로 PC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좌우 정치 이데올로기, 보수-진보의 마인드를 넘나들고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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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바로 이런 존재이기에 다른 동물들을 먹이용, 애완용, 관상용, 나아가 반려용으로서 대우할 수 있는 논리를 스스로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자연주의적인 ‘힘의 논리(logic of power)’가 있습니다. 힘이 세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배경에서 작동해 왔다는 것입니다. 과거 인간에게 노예제가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본래부터 자연주의 상태에서의 이 세상은 정글의 법칙이 얼마든지 통용될 수 있었던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연주의적이고, 동물적인 힘의 논리를 인간은 그 스스로 동물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냥 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요?
지구상 생명체 중 가장 지능이 높다고 하는 인간은 다른 동물들을 이렇게 다룰 수 있는 지위를 정말로 지니고 있을는지요? 인간의 이런 생각을 윤리적, 문화적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요? 일찍이 동물권(animal right) 옹호론자인 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인간이 이런 자연적인 태도로만 살아가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는 동물에게도 기본적으로 개체의 존엄성이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사해 평등 및 인간 존중의 사상을 동물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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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학교 중국학과와 자유전공학부를 거쳐 현재는 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소설, 문학 논쟁, 정치사상을 주로 연구하였고, 최근에는 중국 SF 창작에 관심을 두고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1980년대 중국의 인도주의 담론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대안적 사회 비판 사상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상지대학교 중국학과와 자유전공학부를 거쳐 현재는 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소설, 문학 논쟁, 정치사상을 주로 연구하였고, 최근에는 중국 SF 창작에 관심을 두고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1980년대 중국의 인도주의 담론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대안적 사회 비판 사상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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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오징팡이 중편 「접는 도시(北京折叠)」로 휴고상 수상자가 되면서, 중국은 아시아인 최초 수상자였던 류츠신에 이어 2년 연속 휴고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류츠신의 『삼체』는 엄청난 시공간 스케일과 기발한 천체물리학적 상상력,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UN을 중심으로 하는 현존 국제질서를 결합한 장엄한 대서사시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하오징팡의 소설은 인간 개인의 삶과 죽음, 세계의 부조리, 존재 의미와 윤리의 문제를 보다 일상적이고 세심하게 다룹니다. 그의 소설집, 『고독 깊은 곳(孤独深处)』에 수록된 10편의 소설은 대체로 지구 세계 내부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으며, 우주 공간을 다루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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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는 도시(北京折叠)」가 수록된 하오징팡의 소설집 ⓒ알라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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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국 출신의 프랑스 망명 작가 가오싱젠(高行健, 1940- )의 소설 『한 사람의 성경(一個人的聖經)』을 통해, 위의 물음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시하려 합니다. 가오싱젠은 지난 2000년, 중국계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그는 중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극작가이자 문학이론가였지만, 1987년 프랑스로 망명한 후 다시는 고국 땅을 밟지 않았습니다. 그는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자유를 선택한 저항적 문학가로 서방 세계에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서는 조국을 배반한 반정부 작가로 비난받았습니다.
그는 소설가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신령한 산(靈山)』과 『한 사람의 성경』은 그의 창작 세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소설입니다. 특히 두 작품은 모두 ‘자전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과거 전체주의 체제의 중국에서 한 나약한 지식인이 느꼈을 고통과 번민을 짐작케 해줍니다. 그는 일체의 ‘주의(-ism)’에서 벗어나 자신을 차가운 골방에 고립시킬 때라야 비로소 ‘순수한’ 문학을 길어 올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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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고전과 현재, 경계와 교류 사이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 저의 주된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동양 고전의 현재적 가능성에 주목하여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쓰는 명저 다시 쓰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흐름 속에서 일상과 제도, 기억과 욕망이 쌓인 문화적 흔적들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저술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명대 오름교양교육연구소장과 한중인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종로미각』(공저), 『전통시기 중국의 안과 밖』(공역), 『사치의 제국』(공역), 『열자』, 『조씨고아』, 『장물지』(공역), 『중국 설창예술의 이해』, 『중국 경극 검보의 이해』, 『중국경극의상』(공역), 『송원화본』(공역) 등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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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유행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2024년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가파르게 부상한 카테고리는 맛집·음식이었어요. 맛집을 찾는 방식이 포털 검색에서 릴스로 이동했고, 음식을 발견하는 알고리즘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두바이 초콜릿이 단적인 예입니다. 맛이 퍼진 게 아니라 장면이 퍼졌습니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먹방 영상이 불을 지폈고, 그 불꽃이 틱톡을 타고 전 세계로 번졌어요. 한국에서는 두쫀쿠라는 변종까지 낳았습니다. 이제 음식은 경험이 아닌 스펙터클이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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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두바이 초콜릿 ⓒ우리의식탁 홈페이지 / (우)두쫀쿠 ⓒPalm Bites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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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정반대의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Z세대의 34.5%가 가장 트렌디한 콘텐츠로 꼽은 건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였어요. 화려한 비주얼이 아닌 요리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응시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요리가 다시 ‘서사’가 되는 순간, 사람들은 긴 화면도 기꺼이 붙잡았어요. 두 현상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맛을 모르지만, 사람은 알아요. 음식 콘텐츠의 핵심은 결국 감정 연결이고, 감정을 가장 오래, 가장 깊이 붙드는 것은 서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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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숏폼 콘텐츠에서 매운맛 챌린지는 이미 하나의 독립된 장르입니다. 빨갛게 매운 음식은 첫술을 뜨기도 전에 이미 시각부터 반응을 이끌어내고요. 매운 음식 앞에서 사람들이 유독 휴대폰부터 꺼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땀이 맺히고, 눈물을 참고, 그러다 결국 웃어버리는 짧은 표정 변화가 카메라 앞에서 가장 정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국경을 넘어 퍼진 이후 이 흐름은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매운맛은 어느새 미각의 문제가 아니라 리액션의 문제가 됐고, 짧은 순간의 감정 변화는 릴스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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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열에 짬뽕도 한몫해 오고 있어요. 붉은 국물이 주는 강렬한 시각적 자극과 얼큰함이라는 한국인의 정서적 코드를 동시에 지닌 몇 안 되는 음식이기 때문이지요. 매운맛 열풍은 짬뽕을 어쩌다 소환한 것이 아니에요. 짬뽕이야말로 그 흐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음식이니까요. 하지만 짬뽕을 단지 매운맛 챌린지의 소재로만 보면 반쪽짜리 설명이 됩니다. 붉은 국물이 주는 자극 이면에는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 주는 위로의 감각, 누군가와 나눠 먹던 훈훈함까지 함께 얹혀 있어요. 그래서 짬뽕은 자극으로 시선을 붙잡고, 위로로 마음을 붙잡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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