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Y2K 감성으로 가득 찬 두 곡, <Love is...>(2026년 4월 21일 발매)와 <니가 좋아>(2026년 5월 22일 발매)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00년대 전후 문화의 핵심 소비층이었던 세대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며 무한 반복 청취를 유발하고 있는데요. 알고 보니 이 음원들은 영화 <와일드 씽>(2026년 6월 3일 개봉)의 OST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개봉 전에 영화 속 음원을 뮤직비디오 형태로 먼저 공개했다는 것입니다. 가수들은 다름 아닌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 이들의 변신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입니다.
팬들은 유튜브 뮤직비디오에 “엄태구 씨 얼마큼 성공하고 싶은지 가늠도 안 된다.” “살다 살다 침대에 누워서 강동원이 3분 넘게 춤추고 노래하는 걸 보고 있네.” “강동원이 헤드스핀을 돌아도, 엄태구가 무리해도 결국 가발 쓴 오정세가 다 씹어먹는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또한 앨범과 포토카드, 굿즈 구입 인증을 남기며 팬덤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이 같은 행보는 홍보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실제 음원이 발매되었고, 배우들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에 가입해 정식 음악 실연자 자격을 얻었습니다. 허구의 가수가 현실의 음악 산업 안으로 들어온 순간인 셈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를 “작품 속 세계관을 현실까지 확장해 관객이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주는 마케팅”, 즉 “과몰입 마케팅”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가상의 존재를 현실로 소환해 팬덤을 만들고, 그것이 다시 원작 소비를 촉진하는 메타 마케팅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과몰입’보다 ‘팬덤 선행형 콘텐츠’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핵심은 세계관 확장이 아니라 순서의 역전입니다. <와일드 씽>은 영화가 개봉하기 43일 전에 음악으로 먼저 팬들을 만났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OST 마케팅이 아닙니다. 해외에서는 <Daisy Jones & The Six>가 대표적인 선행 사례로 꼽힙니다. <Daisy Jones & The Six>는 배우들이 1년 넘게 보컬 트레이닝과 악기 연습, 공연 훈련을 거쳐 실제 밴드 수준의 음악을 완성한 프로젝트입니다. 드라마 공개 약 5주 전에 첫 싱글을, 2주 전에 두 번째 싱글을 발표했고, 공개 이틀 전에는 정규앨범 <Aurora>까지 발매했습니다. 드라마가 공개되자 다큐멘터리 형식의 연출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은 이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에 주연 배우 라일리 키오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외손녀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화제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드라마는 프라임 비디오 글로벌 톱10에 진입했고, 앨범은 아이튠즈 차트 1위, 빌보드 사운드트랙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언론은 이를 두고 “가상의 록 밴드가 실제 음악 시장을 점령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와일드 씽> <Daisy Jones & The Six>는 기존의 대표적인 OST 흥행 사례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정반대의 경로를 따릅니다. <케데헌>은 2025년 6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이후 OST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팬덤이 형성되었습니다. OST는 빌보드 핫100 10위권에 4곡이 동시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고, 결국 1위까지 차지했습니다. 이후 흥행에 힘입어 약 두 달 뒤 싱어롱 극장판 이벤트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OST의 흥행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