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이 간호사들의 눈치를 보는 쇼츠, 요식업 사장이 직원들에게 질책을 받는 릴스 등 갑을관계나 신·구세대의 역전을 소재로 한 숏폼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밈을 생성하고 있어요.
출처: our.est 인스타그램
이러한 소재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2022년 SNL코리아에서 방영된 <MZ 오피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Gen Z 신입사원들이 조직 내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유발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시청자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이후 숏폼 콘텐츠, 광고·마케팅, 드라마 및 예능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러한 서사가 반복적으로 소비되며 세대 갈등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 공식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갑을 역전 콘텐츠 사례 <지락실>
특히 나영석 PD의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은 PD와 출연자의 관계 전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전까지 나영석 PD는 출연자에게 게임을 제시하고, 성공 시 보상을, 실패 시 벌칙을 부과하는 프로그램의 지휘자이자 절대 권력자였습니다. 그런데 줄임말을 맞히는 코너에서 잘못된 문제를 출제하는 바람에 출연자들이 PD를 무시하고 역으로 벌칙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죠.
출처: <뿅뿅 지구오락실> tvN 홈페이지
Z세대로 구성된 출연자들은 제작진의 실수를 눈감아주는 배려보다 오히려 주도권을 빼앗아 판을 뒤집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나영석 PD는 ‘영석이 형’ ‘유행에서 뒤처진 늙은이’ 취급을 당하며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전환됩니다.
<지락실>의 사례는 Z세대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기존 권력을 전복하는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처럼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수동적 위치에 놓이는 블랙코미디 형식의 콘텐츠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고 있어요.
과거로부터 반복된 신·구세대의 갈등
신·구세대의 갈등은 그야말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희곡 『구름』을 통해 젊은 세대가 궤변과 말재주에만 치우쳐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풍자했으며, 플라톤 역시 『국가』에서 젊은 세대가 절제 없이 자유만 추구하는 모습을 비판했습니다. 세대 갈등은 이미 기원전부터 존재했던 보편적 현상인 셈이에요.
과거와 다른 갈등 양상
그러나 오늘날 문화콘텐츠 전반에서 묘사되는 세대 갈등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기존에는 보수적이고 소통이 어려운, 이른바 ‘꼰대’로 표상되는 기성세대와 새로운 사고를 지닌 자유분방한 신세대 간의 대립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성세대는 윽박지르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신세대는 이에 반항하거나 일탈하는 방식으로 갈등이 전개되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새로운 사고를 지닌 Z세대가 기존 질서 속에 편입된 상태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이에 대한 교정이나 통제가 시도될 경우 이를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로 대응하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그 결과, 오히려 X세대가 눈치를 보게 되는 역전된 권력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에요.
X세대 vs Z세대
매체에서 Z세대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X세대(대략 1969년~1980년생, Z세대의 부모 세대)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특성을 가진 세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없는 세대’라는 의미로 X세대로 명명된 대한민국 최초의 신세대입니다. 소위 ‘영포티’라고 불리는 이들은 세기말의 카오스를 겪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경험했으며 해외 문화와 소비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이들을 어떤 세대보다 유연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세대로 만들어주었어요.
반면 Z세대(대략 1997년~2012년생)는 배우지 않았지만 모르는 게 없고,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위축되지 않습니다. 내 손안에 스마트기기와 AI가 있는데 두려울 게 무엇이냐는 것이죠. 단체 생활 속에서 배려를 배우고 눈치껏 논리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르는 대신, 일대일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기준을 형성하고 이를 강하게 주장하는 경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Z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자기 확신이 강하고, 동시에 가치관 측면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특성을 보이기도 해요.
결국 가장 유연하고 개방적인 세대로 평가받던 X세대가, 명료한 논리와 확신으로 무장한 Z세대와 마주하며 오히려 눈치를 보게 되는 독특한 지점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알파(Alpha) 세대(대략 2013년~2024년)와 맞닥뜨리게 될 Gen Z의 모습은 어떻게 묘사될까요? 세대 갈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앞으로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권력 구도와 관계 양상을 반영하며 지속적으로 변주될 것입니다.
눈치보는 X세대, Z세대 주도권, 갑을 역전 콘텐츠, 신·구세대 갈등, 콘텐츠 트렌드
이 효 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한국외대, 동국대에서 문화콘텐츠 전공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연극과 영화의 트랜스장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영어 뮤지컬학원 원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최근 세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세대 분류를 가지고 왔는데요. 아래의 그림과 표는 Mccrindle Research 기준입니다. 세대 분류는 연구기관마다 기준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기존에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를 수 있어요. Mccrindle Research는 알파 세대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곳으로 이 명칭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채택되었어요. 각 세대의 특징에 대해서 인포그래픽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으니 한번 참고해 보세요.(Mccrindle Research🔗링크로 연결됩니다.)
구독자님은 이러한 세대의 구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필요할까요, 필요하지 않을까요?🙆🙅♂️ 각 세대의 특징을 알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겠죠. 그러나 단순히 출생 연도만으로 세대를 나누고, 몇몇 기준만으로 세대의 특징을 결정한다면 각 개인이 가진 다양성을 무시할 수도 있어요. MBTI나 혈액형 분류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경험해 왔던 것처럼요. ‘무엇으로 정의할 수 없는 세대’이자 ‘가장 유연하고 개방적인 세대’로 평가받던 X세대도 세월이 흘러 어느 순간 다음 세대에게 ‘꼰대’‘영포티’로 지칭된다는 것을 서로가 인지할 수 있기를, 이해의 폭을 더 넓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