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문화콘텐츠학이 대학 교육으로 수용된 것은 200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에 문화콘텐츠학 전공이 신설되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2003년 한신대학교 인문대학에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가 개설되면서 학부에서의 문화콘텐츠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문화콘텐츠학 교육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2025년 12월 기준으로 81개 대학에 문화콘텐츠 계열 학과, 학부, 단과대학이 운영되고 있으며, 명칭도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시작된 새로운 학문 분야인 문화콘텐츠학은 아직까지 한국연구재단의 학문분류 체계에 편입되지 못한 상황이에요.
한국연구재단의 학문분류체계는 국가 연구 지원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지표인데, 아직까지 ‘문화콘텐츠학’이 독립된 학문분류 영역을 갖지 못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관점에서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문화콘텐츠학 전공자들의 관점입니다. 현재 문화콘텐츠학 박사는 20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한국연구재단에 연구 지원을 신청할 경우 문화콘텐츠학이 분류에 없으므로, 자신의 연구 주제와 유사한 학문 분야에 신청하게 됩니다. 그런데 학문분류가 없을 경우 심사 과정에서 심사 평가자와 연구자의 전공이 일치하지 않아 심사가 공정하고 정밀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감내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소외감이나 절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둘째, 문화콘텐츠 연구 분야의 관점입니다. 문화콘텐츠학 전공자가 연구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것은 이 학문을 지속하기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에요. 한 연구자가 오랜 시간 쌓아온 연구 업적을 포기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손해이지만, 학문 분야 차원에서도 중요한 연구 자원을 잃는 일입니다. 연구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고, 연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이 학문의 미래는 쇠퇴 일로를 걷게 될 것입니다.
셋째, 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26년 3월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은 공연 수익뿐만 아니라 뷰티 산업, 숙박업, 관광업, 유통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켜 약 1조 원 규모의 효과를 낳았다고 합니다. 이 현상을 경제학자는 수익률의 관점에서 분석할 것이고, 관광학자는 관람객 규모와 관광 파급효과를 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BTS와 팬덤 아미(ARMY)의 관계성, 그들이 만들어온 성장 서사, 스타와 팬덤이 연결하는 문화 교류 현상을 포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학문 분야는 무엇일까요?
바로 문화콘텐츠학입니다. 문화콘텐츠학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화콘텐츠 현상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측정하며 그 의미를 분석하는 학문이에요. 문화로 세계와 소통하는 비전을 갖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문화콘텐츠로 성장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문분류 자체가 없다면 문화콘텐츠 연구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정책 수립을 위한 국가 차원의 데이터 축적 또한 쉽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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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화콘텐츠학이 한국연구재단의 학문분류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하여 ‘학술표준분류 개정 수요 제안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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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분류의 위계가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입니다. 특히 대분류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핵심 쟁점입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대분류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약학, 농수해양학, 예술체육학, 복합학의 8개 분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문화콘텐츠학의 대분류에 대해서는 세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하나는 문화콘텐츠학이 인문학에서 출발하였고, 인문학의 연구 방법을 통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문학을 대분류로 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다음은 복합학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문화콘텐츠학은 순수인문학에 머무르지 않고 인문학을 응용합니다. ICT를 활용하거나,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적 실천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복합학으로 보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콘텐츠학을 별도의 대분류로 만드는 것을 제안한 의견도 있습니다.*
이 항목에 대해서는 최근 3년간 정부 지원 R&D 과제 수행 현황 등을 참고하여, 과제 수와 정부 연구비, 연구자 수 등 연구 분야의 규모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증빙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관련 자료를 충분히 조사한 이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해외 유사 학문의 사례 체계를 제시할 수 있으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합니다.
문화콘텐츠학의 학문적 위계를 세우는 일은 단시간에 이루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콘텐츠, 콘텐츠 관련 학회가 함께 토론하면서 지혜를 모으고 기존의 연구 분류체계와 중첩되지 않게 제안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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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사회 전반과 학계의 수용성입니다. 이것은 문화콘텐츠학이 독립된 학문의 정체성을 갖는가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포럼, 설문조사 등 실질적인 자료를 통해 긍정적인 수용 여부를 입증해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해 볼 지점이 있어요. 인문학에서 출발한 문화콘텐츠학의 현재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인문학 기반의 학술지와 관계자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설문지에 응답하는 것으로 충분한 걸까요? 문화콘텐츠학을 학문 분야에 신설하는 것이 지금 우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학문 토대를 닦는 작업이라면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함께 미래를 설계할 연구자들은 누구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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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차별성입니다. 기존 유사·인접 학문과 비교하여 해당 학문 분야의 영역과 경계가 얼마나 명확하게 구분되는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신설 분야의 경우 해당 분야의 학과명, 학술단체 현황을 기재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그동안 문화콘텐츠 전공에서 시작하여, 문화콘텐츠 학과, 학부 등으로 확장되어 온 현상을 기술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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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파급효과입니다. 이는 해당 학문 분야의 신설이 어떤 학문적 진보나 다양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항목입니다. 문화콘텐츠 현상에 대한 학문적 접근의 피력 및 그동안 문화콘텐츠학 연구자들이 축적해 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전략적 서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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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그 교육의 큰 토대를 마련하는 이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폭넓게 토론하며, 명확한 판단을 하되, 민주적인 방법으로 학문의 체계를 세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화콘텐츠를 연구하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든 문화콘텐츠 학도들에게, 문화콘텐츠학의 봄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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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본문의 *)
신광철, 「문화콘텐츠학의 학적 위상 및 학문 분류 모델에 대한 연구」, 『2026 국회토론 문화콘텐츠학 학문분류 등재 대토론회』, 문화콘텐츠학 학문분류 등재 추진위원회, 2026, 30-6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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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문화콘텐츠학, 한국연구재단 학문분류 신설, 복합학, 인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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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은 석
2012년에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한국외대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며, 에코뮤지엄의 국내 수용과 무형유산의 문화콘텐츠화, 커뮤니티 디자인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서는 『에코뮤지엄: 지속가능한 농촌 희망 프로젝트』, 『신박물관학 시대의 큐레이터』, 『Ecomuseums and cultural landscapes』(공저), 『문화농촌・창조농촌: 농촌의 가치와 문화전략』(공저), 『근대 한식의 풍경』(공저), 『프랑스의 지역문화콘텐츠』(공저)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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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은 매일 반복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침마다 외출을 준비하며 SBS Biz 모닝벨의 ‘김대호 박사의 오늘의 키워드’를 듣고 있어요. 약 20분 동안 꼭 알아야 할 경제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셔서 매일 챙겨 듣게 되더라고요.(준비 이슈로 보지는 못하고, 들어요.)
문득, 수요일이면 루틴처럼 악씨레터 읽기를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 계시죠...?😊😍 벚꽃 피는 4월이 되었고, 악씨레터도 새단장을 했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실 구독자님을 떠올리며, 악씨레터 11기 시작합니다!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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