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메일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제 네이버 메일은 ‘받은메일함999+’인지 오래되었어요. 일일이 지우기도 어려운 스팸문자와 스팸메일이 범람하는 시대에 읽을 만한, 기다려지는 뉴스레터로 구독자님의 ‘클릭’을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악씨레터도 체감하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씨레터가 도착하는 수요일을 기다리고 재밌게 읽어 주시는 구독자님 덕분에 어느덧 10기가 끝나고, 곧 11기가 시작됩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어떤 레터가 왔었는지 훑어보시고 놓친 레터가 있다면 클릭해서 읽어보세요. 발행된 날짜(ex. Vol.3 No.37 II 2025.10.15.)나 제목을 클릭하면 바로 연결됩니다.
한결 따스해진 몽글몽글한 봄, 인사이트 가득한 글로 다음주 수요일 메일함으로 찾아갈게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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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문학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부설 동양문화 고급과정에서 한문을 공부했어요. 올 여름방학 두 달 동안 대만에 머무르며 몇몇 아동 청소년 문학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특색있는 대만의 좋은 작품을 소개하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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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은 비록 전체 인구의 2.6%밖에 안 되지만 풍부한 부락의 역사와 전설 및 신화, 제사의식과 노래들이 구전 방식으로 전해지고 있기에 문화인류학적으로도 그 연구가치가 아주 높습니다. 대만에는 원주민 문화를 보호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정부 기구와 여러 단체가 있고, 민간 출판사와 대학에서도 원주민 문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서울대학교에 해당하는 국립대만대학교에도 ‘원주민족 연구센터’가 개설되어 있고, 각 지역 도서관에도 다문화 도서와 함께 원주민 관련 책들이 함께 비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원주민어는 이미 많이 사라져서 그 실체를 제대로 복원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원주민 관련 그림책이 주로 발간되고 있는데 그 유형은 크게 정부, 민간, 민간과 정부 합작으로 나눌 수 있답니다. 여기에 참가하는 작가와 화가는 원주민과 비원주민이 섞여 있고, CD나 QR코드를 활용해 중국어와 원주민어를 함께 들을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주민 관련 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원주민어를 표기하는 건 아닙니다. 원주민어는 소리로만 존재하고 문자가 없어서 기록되지 못했고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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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구사페이: 산의 아이 디앙』 책 표지 / 출처: 보커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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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권위 있는 어린이책 상으로는 미국의 뉴베리상(Newbery Medal)과 칼데콧상(Caldecott Medal)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상은 미국 도서관협회가 주관하며, 뉴베리상은 텍스트 중심이어서 글작가에게, 칼데콧상은 그림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지요. 역사와 권위로 인해 아동문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큰데요. 특히 칼데콧상은 세계 여러 나라의 사서, 교사, 학부모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대표적 그림책상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중국 역시 이에 뒤질세라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자국의 대표 그림책상을 제정해 왔는데, 그중 2009년 칼데콧상을 모델로 만든 ‘펑즈카이 그림책상(豐子愷兒童圖畫書獎)’이 대표적입니다. 이미 출판된 그림책 가운데 ‘중국어로 된 작품’이라면 국적과 지역을 막론하고 응모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해외 화교 작가는 물론 ‘하나의 중국’이라는 취지에 따라 대만 작가도 참여할 수 있으며, 민간에서 운영되는 상이기에 정치적·교육적 제약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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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표적인 그림책상 상징 / 출처: 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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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네요. 겨울 휴가를 즐기고 있는 분들도 있을 테고 어디든 가볼까 생각만 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추위에서 벗어나 따뜻한 곳에 가도 좋겠고, 내친김에 더 혹독하게 추운 곳으로 떠나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있겠죠. 그런데 딱히 현재 우리나라보다 춥지도 않고,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곳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바로 우리나라에서 제법 가까운 곳, 바로 타이완이죠. 타이완은 사실 사계절이 구분되지 않는 곳이기에 우리나라 겨울이 아마도 타이완에서는 늦가을 정도라고 여겨도 될 듯 해요. 물론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심해 비도 자주 오고 추워졌다고는 하지만요. 이번엔 작년 여름에 타이완에 잠시 머무르며 다녀왔던 국립공원 두 곳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번잡한 도심보다 자연풍광을 좋아하거나 철도여행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꼭 한 번 가보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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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양밍산 칭톈강 초원 / 출처: 구글
(하)아리산 산악열차 / 출처: https://afrch.forest.gov.tw/0000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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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자 세종지역학센터장으로, 지역의 일상 공간이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사람들의 기억을 담는 매체가 되는지 탐구합니다. 문화인류학과 콘텐츠 관점에서 도시와 삶터의 변화를 읽어내며, 지역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서사와 감정의 흐름을 기록하는 연구와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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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경북 안동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동은 ‘정신문화의 수도,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역사문화 유산이 산재하고 있지요. 안동이 보유한 세계유산을 통해 지역 관광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투어리즘’의 관점에서 지역을 배경으로 구현되는 콘텐츠를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의 만휴정은 안동김씨 김계행이 즐거운 만년을 보내기 위해 세운 누각으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역민들만 알고 있는 쉼터로 기능했던 곳입니다. 저도 박사과정 당시 교수님과 함께 이곳에 가서 도시락을 먹기도 했습니다. 마치 지역민들만 아는 ‘노포’와 같은 곳이었죠. 이 만휴정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촬영지로 활용되었고, 배우 이병헌과 김태희의 “합시다, 러브”라는 하이라이트 신(scene)을 생산하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공간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지자체는 카페·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였고, 입장료(성인 기준 2,000원)를 책정함으로써 동부지역 안동에서의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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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장면, (아래)만휴정 / 출처: 안동시공식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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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늘 변화합니다. 익숙했던 풍경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서 골목의 표정도 바뀝니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한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장소를 통해 기억하고, 장소는 사람을 통해 이야기한다.”
대구 방천시장 일대가 그랬습니다. 대구 중구 원도심, 낡고 오래된 거리로 사람들의 발길은 점점 줄어들었죠. 그러던 어느 날, 이곳에 가객 김광석의 이야기가 피어났습니다. 당시 이 일대에 거주했던 예술가들의 작은 실천을 계기로, 이 거리는 김광석의 노래가 흐르고, 그의 모습이 담긴 벽화가 그려지고, 작은 공연장이 생겼으며, 골목과 거리 곳곳은 버스킹을 할 수 있는 공연 공간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그렇게 김광석이라는 주제가 입혀진 뒤, 거리는 다시 삶의 기운을 되찾았습니다. 이때 ‘매체’는 벽화나 조형물이 아니라, 그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경험 그 자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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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 출처: 대구광역시 공식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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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역을 떠올릴 때 우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거긴 뭐가 유명해요?”
마치 지역의 정체성은 오래된 역사와 유산에서만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요즘 지역의 모습은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무엇이 있었는가보다,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흐름을 우리는 새로운 ‘로컬리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지역의 정체성을 ‘발견’해 왔습니다. 어느 지역에 얼마나 오래된 유산이 있는지, 무엇이 유명한지, 어떤 전통이 전해져 오는지 따져 보곤 했죠. 그런데 이제는 지역의 정체성이 ‘완성품’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과정이라는 점이 더 또렷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의 지역의 정체성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having)’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가느냐(doing)’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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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김밥축제 홍보 동영상, (우)김밥축제 현장 / 출처: 김천시 공식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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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고전문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중국고전문학, 그 중 주로 송대(宋代)문학인 송사(宋詞),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문장, 그리고 소철(蘇轍)에 대해 공부했어요. 최근에는 송대 문인들의 교유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중국고전문학을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어서 중국문학을 콘텐츠화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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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속에는 중국적인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건축의 비례, 음식의 질감, 예절, 사유, 그리고 생과 사를 바라보는 철학까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공간 안에 담기 위해 왕차오거 감독은 『홍루몽』이 탄생하고 지금까지의 지난 270년의 세월을 하나의 축으로 삼았습니다. 그리하여 이곳에는 전혀 다른 시대와 인물들이 공존합니다. 오래된 가옥의 주인, 1970년대의 청년, 골동품 상인, 그리고 북경의 골목을 누비는 사람들까지 그들은 모두 『홍루몽』의 세계와 닿아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270년간의 독자들의 공간 속에 들어가서 매 시대의 홍루몽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둔 것이지요. 각 공간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한 체험들을 할 수 있습니다. 빛과 공간뿐만 아니라, 향기, 소리 등등 오감을 통한 체험을 할 수 있지요. 가보옥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홍루몽 속 한 장면에 들어가 마치 내가 임대옥이 된 듯한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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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홍루몽: 연극 환상 테마파크> / 출처: 바이두 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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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소한도’라는 이름이 조금 생소하신가요? 한자를 풀이하면 ‘아홉 구(九) 자가 두 번 겹쳐, 추위(寒)를 없애나가는(消) 그림(圖)’이라는 뜻입니다. 옛사람들은 동짓날(冬至)을 진정한 겨울의 시작이자 동시에 태양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는 기점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동지로부터 딱 81일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온다고 믿었죠. 그 81일 동안 매일매일 정성을 들여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바로 구구소한도의 핵심입니다. 방법은 아주 낭만적입니다. 커다란 종이에 하얀 매화 꽃송이 81개를 그려 넣습니다. 보통은 아홉 송이씩 아홉 줄로 그리거나 한 가지에 81개의 꽃잎이 달린 매화를 그리지요. 그리고 동지 다음 날부터 매일 한 잎씩 혹은 한 송이씩 붉은색으로 색을 채워 나갔습니다.
밖은 살을 에듯 추운 겨울이지만 방 안의 선비는 붓을 들어 하얀 종이 위에 붉은 매화를 피워냅니다. 그렇게 마지막 81번째 꽃잎에 색이 입혀지는 날, 창밖에는 정말로 거짓말처럼 봄바람이 불어오고 진짜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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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쓴 맹호연은 당대 최고의 ‘전원(田園)시인’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큰 뜻을 품고 장안에 가서 과거 시험을 치르기도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에 매몰되는 대신 고향인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하며 자연과 벗 삼아 사는 길을 택했습니다.
<춘효>는 바로 그 시절의 평화로운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세상의 기준에서는 ‘실패한’ 사람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는 자연의 시간 속에서 누구보다 풍요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조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인생의 쓴 맛을 본 뒤에 비로소 발견한 ‘진짜 봄’의 모습이기에 “조금 늦게 깨어나도 괜찮아. 네가 머무는 그곳이 바로 너의 가장 아름다운 자리라면”이라는 묵직한 위로를 건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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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다’는 영어로 ‘thank’입니다. 이 단어는 어디서 왔을까요? 놀랍게도 ‘생각하다’라는 뜻의 ‘think’와 어원이 같습니다. 이 두 단어의 근원을 잘 파악하고 연결한 이는 철학자 하이데거입니다. 그는 이 두 단어를 결합한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감사하는 것이다(Thinking is thanking).”
저는 그동안 ‘감사하다’와 ‘생각하다’를 완전히 다른 의미로 구분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명제를 두고 꽤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만 뾰족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뜻인지, 감사하지 않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는 건지 점점 모호해지더군요. 그러다 결국 저는 ‘생각하지 않은 것은 감사할 수 없다’는 문장이 가장 적확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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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 청동 말의 사연은 기묘합니다. 1204년, ‘가장 타락한 십자군 전쟁’이라는 제4차 십자군 전쟁 때 콘스탄티노플의 히포드롬 입구에 있던 말들을 베네치아가 약탈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청동 말은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이 아닙니다. 로마의 개선문에 있던 것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면서 옮겨다 놓은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1797년 5월 16일 나폴레옹군 4천 명이 베네치아를 점령한 후 수많은 예술 작품을 파리로 실어 날랐습니다. 그때 청동 말 네 마리도 포함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이 무너지자 이 말들은 베네치아로 돌아왔습니다.(프랑스는 아쉬움이 많았던지 파리 개선문에는 네 마리 청동 말을 새로 제작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들은 로마-콘스탄티노플-베네치아-프랑스를 거쳐 다시 베네치아에 남게 된 것입니다. 4가 네 번 겹치는 기묘한 걸작입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다’는 유홍준 교수의 유명한 서문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베네치아 하면 118개 섬으로 이뤄진 물의 도시, 운하를 가르는 곤돌라와 아드리아해에서 반사되는 밝은 햇빛, 물 위에 가볍게 떠 있는 듯한 석조 건물 등 멋지고 부유한 역사만 있을 듯하지만, 역사에는 영욕이 존재합니다. 천년 공화국을 이어온 베네치아, 그 영욕이 담긴 장면은 이렇게 박제된 채 내 스마트폰의 바탕화면에 남아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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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스마트폰 배경화면, (2)원 사진, (3)날개 달린 황금사자상 / 출처: 권광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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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임하는 자세와 작전 등 무궁무진한 이치를 밝혀놓은 『현현기경(玄玄棋經)』에서는 하수가 겁이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고수는 교만함이 없고, 하수는 겁이 없다.
高者無亢, 卑者無怯。
궁예는 하수였지만 스스로를 고수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그 결과 고수의 병폐인 교만함까지 갖게 됩니다. 결국 ‘교만한 하수’라는 역사상 최악의 조합이 탄생합니다. 한쪽 눈으로 반쪽 세상만 본 궁예. 918년, 폭정에 못 이긴 백성들이 왕건을 앞세워 궁으로 쳐들어옵니다. 그는 명성산으로 쫓겨 갑니다.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된 지 18년 만의 일입니다. 그가 쫓길 당시 들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드르니’ 쉼터입니다. 도망자가 된 궁예는 산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울었다고 합니다. 그 울음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하여 명성산(鳴聲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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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 출처: 헤럴드경제 (하)철원 한탄강 물윗길 / 출처: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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