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끝에 실려 오는 흙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3월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기지개를 켜고, 우리 마음속에도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설렘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신기한 계절이지요. 거창한 시작이 아니더라도 묵혀두었던 일기장을 새로 펼치거나 아침 산책을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벅찬 시기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3월의 시작이 너무 눈부셔서 오히려 조급한 마음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남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만 여전히 겨울의 나른함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질 때가 있지요. 그런 여러분께 저는 오늘 이 시를 한 편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당나라 시인, 맹호연(孟浩然)의 <춘효春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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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맑고 투명한 시지요? 맹호연은 이 시를 통해 거창한 진리를 말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느 봄날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난 그 나른하고도 행복한 찰나를 포착했을 뿐입니다. 화려한 수식어도 복잡한 기교도 없지만 읽고 나면 마음속에 한 폭의 수채화가 그려집니다.
사실 우리에게 3월은 참 가혹하리만큼 바쁜 달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빨리 일어나서 무언가를 증명해!”라고 재촉합니다. 하지만 맹호연은 첫 구절부터 당당하게 고백합니다. “나 봄잠에 취해 날 밝는 줄도 몰랐어!”라고요.
첫 구절에서 ‘불각(不覺)’이라는 말은 ‘깨닫지 못했다’ 혹은 ‘나도 모르게’라는 뜻인데, 이 표현이 참 절묘합니다. 세상의 소란함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만큼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맹호연은 우리에게 조금은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당시 사람들이 해 뜨기 전부터 분주히 하루를 시작했던 것에 비하면 동이 트고 나서 눈을 뜬 것은 분명 ‘여유로운 늦장’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이불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모습은 게으름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과 내 몸이 하나가 된 가장 편안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 인생의 새로운 시작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억지로 쥐어짜 내기보다 내 안의 생명력이 스스로 고개를 들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주는 시간. 조금 늦게 눈을 떴을 때, 비로소 햇살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보이듯 맹호연의 달콤한 봄잠은 새로운 계절을 힘차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찬란한 준비 과정이었던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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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우리의 감각을 두드리는 것은 ‘처처문제조(處處聞啼鳥)’, 즉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입니다. 눈을 뜨기도 전에 소리로 먼저 봄을 만납니다. 고요한 방 안에서 눈을 감은 채 밖을 상상하며. ‘아, 밖에는 벌써 생명이 넘쳐나는구나!’하고 미소 짓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아침 어떤 소리에 눈을 뜨셨나요? 알람 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지는 않으셨나요? 맹호연이 새소리를 들으며 세상의 활기를 짐작했듯이, 우리도 주변의 사소한 변화들에 귀를 기울여 보면 좋겠습니다. 창밖의 가벼운 발걸음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사각거림,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자, 이제 천천히 시작해볼까?”하는 작은 목소리까지. 설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창가에서 이미 노래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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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쓴 맹호연은 당대 최고의 ‘전원(田園)시인’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큰 뜻을 품고 장안에 가서 과거 시험을 치르기도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에 매몰되는 대신 고향인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하며 자연과 벗 삼아 사는 길을 택했습니다.
<춘효>는 바로 그 시절의 평화로운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세상의 기준에서는 ‘실패한’ 사람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는 자연의 시간 속에서 누구보다 풍요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조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인생의 쓴 맛을 본 뒤에 비로소 발견한 ‘진짜 봄’의 모습이기에 “조금 늦게 깨어나도 괜찮아. 네가 머무는 그곳이 바로 너의 가장 아름다운 자리라면”이라는 묵직한 위로를 건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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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마저 사랑하는 마음, 어제의 비바람, 그리고 성장의 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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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후반부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뀝니다. 봄의 아침이 늘 맑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요. 문득 지난밤을 떠올립니다. ‘야래풍우성(夜來風雨聲)’, 밤새 휘몰아치던 비바람 소리가 기억난 것이지요. 우리의 삶에서도 가끔은 매서운 비바람을 만납니다. 새로운 시작이 두려워 마음속에 먹구름이 끼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흔들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맹호연은 그 비바람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담담하게 회상할 뿐입니다. 비바람이 지나간 뒤의 아침은 이전보다 훨씬 더 투명하고 싱그럽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의 흔들림이 있었기에 오늘 아침 공기가 이토록 상쾌하게 느껴지는 것이니까요. 비바람에 잠을 설쳤을지라도 그 뒤에 맞이하는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다는 것. 그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교훈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걱정 어린 질문을 던집니다. ‘화락지다소(花落知多少)’, 그 비바람에 ‘꽃잎은 또 얼마나 떨어졌을까?’하고요. 여기서 ‘지(知)’는 단순히 숫자로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헤아려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얼마나 많은 꽃잎이 졌을지 마음으로 헤아려 보고 걱정하는 마음은 곧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애틋하게 여기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느끼는 불안함은 사실 그 꿈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생겨나는 예쁜 마음들입니다. 비가 온 뒤 땅이 굳듯, 우리의 작은 걱정들도 실은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싶은 간절함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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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작은 늘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다줍니다. 새로운 무대, 새로운 도전, 혹은 새로운 관계 속에서 우리는 맹호연처럼 달콤한 꿈을 꾸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비바람에 마음을 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나는 왜 이리 늦었을까”라고 자책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도, 조금은 늦게 깨어나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눈을 떴을 때 마당에는 여전히 새들이 노래하고 있고, 어제의 비바람은 지나가고 맑은 아침 햇살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3월이란 완벽한 성과를 내는 시기가 아니라, 주변의 작은 변화에 감동하고 떨어지는 꽃잎 한 장에도 마음을 쓸 줄 아는 섬세한 감각을 회복하는 시기입니다. 만약 너무 긴장되어 잠을 설친다면 맹호연의 이 시를 나지막이 읊어보세요.
“괜찮아, 봄잠은 원래 달콤한 거야. 어제의 비바람은 오늘을 더 맑게 만들어주었어. 꽃이 좀 떨어지면 어때? 내일은 또 다른 꽃이 피어날 텐데.”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슬그머니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는 그 짧은 순간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세요. 비록 어제 여러분의 인생에 밤새 비바람이 불어서 조금 힘들었더라도 오늘 아침 여러분의 창가에는 분명 새로운 희망의 빛이 스며들고 있을 겁니다. 당신이 깨어난 바로 그 순간이 당신에게는 가장 완벽하고 찬란한 시작의 시간일 겁니다. 맹호연이 사랑했던 그 소박하고도 따뜻한 봄날 아침의 풍경이 올 한 해 여러분의 삶 속에 늘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행복하고 설레는 3월, 당신만의 찬란한 아침을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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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고전문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중국고전문학, 그 중 주로 송대(宋代)문학인 송사(宋詞),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문장, 그리고 소철(蘇轍)에 대해 공부했어요. 최근에는 송대 문인들의 교유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중국고전문학을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어서 중국문학을 콘텐츠화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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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저의 아침은 긴장, 또 긴장입니다. 엊그제까지 분명 방학이었는데,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다시 요란한 알람소리에 번쩍 눈을 뜨는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몸은 아직도 방학의 시계에 맞춰져 있는데 말이죠. 그런 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 오늘의 악씨레터! 이 마음으로 3월을 좀더 느긋하게 누려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의 3월 첫 주는 어떠신가요? 긴장보다는 설렘과 기대로 시작하는 3월이기를, 저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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