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No.39 II 2025.11.12. |
|
|
여러분은 언젠가 소설을 읽다가 그 소설 속으로 가보고 싶다는 상상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紅樓夢)』을 읽다가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지요. |
|
|
만약 그 대관원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곳의 공기, 빛, 그리고 향기는 어떨까? 가보옥, 임대옥, 설보차와 마주친다면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
|
|
안녕하세요, 오늘은 중국 고전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 특별한 공간을 소개하려 합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으면서 한 번쯤은 했을 상상, 그 상상이 현실이 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河北 廊坊)에 위치한 <오직 홍루몽: 연극 환상 테마파크(只有紅樓夢·戱劇幻城)>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테마파크가 아니라 소설 『홍루몽』을 기반으로 한 몰입형 문화 체험 공간입니다. |
|
|
『홍루몽』은 18세기 중국 청나라 시대의 대표 소설로, 작가 조설근(曹雪芹)이 집필했습니다.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며,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지요. 홍루몽은 단순히 사랑 이야기만 그린 것이 아니라, 당대(當代) 사회, 가족, 인간의 욕망과 삶의 허망함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철학적·미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는 소설인데요. 우리는 홍루몽 속에서 귀족 가문의 흥망성쇠, 사랑과 질투, 인간관계의 복잡함,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
|
|
고전문학 작품을 여러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일은 줄곧 있어 왔는데요. 문학 작품을 영화나 연극, 애니메이션, 웹툰 등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하고, 고전을 현대물로 다시 그려내기도 하며,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소설 속 허구의 공간을 재현하여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테마파크로 만들기도 합니다. 소설로 쓰인 이 홍루몽 역시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되었는데요. 그중 가장 최근 기술이 더해져 탄생한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랑팡에 위치한 <오직 홍루몽: 연극 환상 테마파크>입니다. |
|
|
여백(留白), 그리고 중국의 미학
중국의 이야기를, 가장 중국적인 방식으로 |
|
|
이곳에 가게 되면 제일 먼저 16개의 입구 중 한 곳을 선택해서 들어가야 합니다. 어떤 입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독자(체험자) 스스로 이야기를 다시 만들게 되지요. 이 공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왕차오거(王潮歌) 감독은 이 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꺼낸 단어가 ‘여백’이었습니다. 하얀 벽, 순백의 공간, 절제된 조형 속에서 ‘여백’이 주는 압도적 감각이 공간 전체를 감쌉니다. 그 안에는 중국의 미학과 철학을 새롭게 풀어낸 현대적 공간미도 살아 있습니다. 고요하지만 거대하고, 단순하지만 끝없이 확장되는 감각. 마치 시 한 수 속을 걷고 있는 기분까지 듭니다. 건물 곳곳에 새겨진 고전 건축의 세부적인 면모, 벽면의 한자 조형물 등, 모든 것이 “가장 중국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이야기를 전한다”라는 감독의 말을 여실히 드러내었습니다. |
|
|
왕차오거 감독은 “우리는 『홍루몽』 그 자체를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홍루몽』을 읽는 사람을 이야기한다”라고 했는데요. 기존의 ‘원작 재현형 홍루몽 공연 및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이 거대한 공간을 ‘홍루몽의 세계를 읽는 인간의 마음’으로 확장했습니다. 『홍루몽』은 이미 문학을 넘어, 중국의 민속, 건축, 미학, 철학 전체에 스며든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 공간 속에서 소설이 탄생되고 나서 270년간의 독자에서의 시선도 그려놓았지요. 감독은 “홍루몽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라고 하며 충분히 이 말을 체험할 수 있게 재현해 두었습니다. |
|
|
『홍루몽』 속에는 중국적인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건축의 비례, 음식의 질감, 예절, 사유, 그리고 생과 사를 바라보는 철학까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공간 안에 담기 위해 왕차오거 감독은 『홍루몽』이 탄생하고 지금까지의 지난 270년의 세월을 하나의 축으로 삼았습니다. 그리하여 이곳에는 전혀 다른 시대와 인물들이 공존합니다. 오래된 가옥의 주인, 1970년대의 청년, 골동품 상인, 그리고 북경의 골목을 누비는 사람들까지 그들은 모두 『홍루몽』의 세계와 닿아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270년간의 독자들의 공간 속에 들어가서 매 시대의 홍루몽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둔 것이지요. 각 공간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한 체험들을 할 수 있습니다. 빛과 공간뿐만 아니라, 향기, 소리 등등 오감을 통한 체험을 할 수 있지요. 가보옥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홍루몽 속 한 장면에 들어가 마치 내가 임대옥이 된 듯한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
|
|
이곳은 『홍루몽』이라는 주제로 “진실과 허구가 뒤섞이고, 짜임새가 맞물려 이어지며, 허와 실의 여백이 공존하고, 윤회가 되풀이된다(亦真亦假, 榫卯拼接, 虛實留白, 輪迴轉世)”는 중국식 미학을 하나의 공간 전체의 언어로 구현한 곳입니다.
왕차오거 감독은 이곳에서 ‘전통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 가진 철학을 현대의 언어로 새롭게 말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이곳은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이 교차하며, ‘시간의 무대’이자 ‘감정의 공간’이 되었고, 오롯이 독자(체험자)가 자신만의 『홍루몽』을 만들어내어 느낄 수 있습니다. |
|
|
『홍루몽』을 읽었으면 이 공간 속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지만, 『홍루몽』을 읽지 않았어도 충분히 즐기고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베이징에서도 멀지 않으니 중국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한 번 다녀와 보시길 추천합니다. |
|
|
#중국고전문학 #홍루몽 #중국문화 #문화콘텐츠 #오직홍루몽 #연극환상테마파크 |
|
|
장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고전문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중국고전문학, 그 중 주로 송대(宋代)문학인 송사(宋詞),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문장, 그리고 소철(蘇轍)에 대해 공부했어요. 최근에는 송대 문인들의 교유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중국고전문학을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어서 중국문학을 콘텐츠화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어요. |
|
|
예전에 우연히 『홍루몽』을 읽은 한 독자의 짧은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이 책을 읽을 때면 『홍루몽』 속 수많은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마치 그들의 내면 세계로 걸어 들어가 온갖 기쁨과 고통, 불행을 함께 느끼는 듯하다. 읽는 동안은 밥 먹는 것도, 잠 자는 것도 잊고, 감동에 겨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저도 언젠가 꼭 『홍루몽』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현재 번역본은 7권까지 나와 있는데, 꽤 긴 장편소설이지요. 마오쩌둥도 “『홍루몽』은 다섯 번은 읽어야 한다.”며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어요. 『홍루몽』을 다 읽고 나면 꼭 <오직 홍루몽: 연극 환상 테마파크>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Editor 혜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