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No.38 II 2025.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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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KBS에서 방영된 ‘겨울연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죠? 제가 대학 새내기를 꿈꾸던 시점에 방영된 이 드라마는 ‘욘사마·지우히메’ 등 많은 열풍을 양산하였죠. 두 주인공이 했던 머리 스타일, 액세서리는 따라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드라마가 만든 작은 바람은 한류의 흐름과 합쳐지면서 거대한 돌풍이 되었고, 콘텐츠에 관한 가치를 몸소 느끼게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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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투어리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관광 및 관련 산업의 진흥을 도모하는 형태를 말하는데요. 즉, 콘텐츠의 주요 배경으로 활용된 장소에 직접 가봄으로써 무대를 재현하고, 이를 통해 직접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무언가 비슷한 느낌이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일종의 ‘성지순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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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남이섬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방영 이후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죠. 사람들은 이곳에 방문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욘사마, 지우히메가 되어보기도 하고, 그들이 걸었던 거리를 걸으면서 주인공의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콘텐츠투어리즘이란 콘텐츠에서 활용된 주요한 지역 및 장소를 관광자로서 다시금 겪어보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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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이후 우리의 매체는 더욱 다양해졌고, 풍성해졌습니다. 더욱이 넷플릭스와 같은 OTT는 대한민국을 최고의 콘텐츠 강국으로 이끈 동력이 되었습니다. 최근 <오징어게임>, <더글로리> 등을 통해 엄청난 화력이 생겨났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맞이하면서 더욱 큰 불꽃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이처럼 K-contents에 기반한 불꽃은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콘텐츠의 주요 장소에 관한 관광 산업적 전략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오징어게임>의 주요 촬영지는 스튜디오 큐브를 중심으로 대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특수영상 플랫폼을 지향하는 대전 지역 콘텐츠의 방향성으로 인해 2017년 ‘스튜디오 큐브’를 조성했고, <오징어게임> 시리즈, <지옥> 등 국내 OTT 드라마의 촬영지로 활용하였지만, 지역 콘텐츠 구현을 위한 자원화 과정은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더욱이 광화문, 올림픽공원 등에서 오징어게임의 신스틸러 ‘영희’ 조형물을 설치함으로써 잠깐이지만 관광객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실제로 촬영한 지역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사실 이러한 과정은 <오징어게임>에만 국한되지 않지요. <더글로리>가 청주, 세종에서 촬영된 것은 아시나요? 아마 많이 모르시겠지만, 세종시의 국립세종수목원, 45층 카페, 세종시호수공원 등에서 촬영이 되었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곳곳을 배경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만, 콘텐츠를 활용한 자원화 과정은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즉 콘텐츠를 통한 지역과의 시너지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이는 아직 우리의 콘텐츠를 통해 얻은 이익이 지역으로 환원되기 보다는 유통사인 ‘넷플릭스’만이 이익을 취하는 구조라 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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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경북 안동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동은 ‘정신문화의 수도,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역사문화 유산이 산재하고 있지요. 안동이 보유한 세계유산을 통해 지역 관광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투어리즘’의 관점에서 지역을 배경으로 구현되는 콘텐츠를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의 만휴정은 안동김씨 김계행이 즐거운 만년을 보내기 위해 세운 누각으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역민들만 알고 있는 쉼터로 기능했던 곳입니다. 저도 박사과정 당시 교수님과 함께 이곳에 가서 도시락을 먹기도 했습니다. 마치 지역민들만 아는 ‘노포’와 같은 곳이었죠. 이 만휴정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촬영지로 활용되었고, 배우 이병헌과 김태희의 “합시다, 러브”라는 하이라이트 신(scene)을 생산하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공간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지자체는 카페·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였고, 입장료(성인 기준 2,000원)를 책정함으로써 동부지역 안동에서의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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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장면, (아래)만휴정 / 출처: 안동시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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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ontents는 유례없을 정도로 양적·질적으로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역과의 연계성은 부족해 보입니다. 우리의 콘텐츠가 지역과의 충분한 연계가 이루어진다면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소멸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투어리즘은 하나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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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투어리즘 #K-contents #지역관광 #겨울연가 #남이섬 #춘천 #미스터션샤인 #만휴정 #안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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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자 세종지역학센터장,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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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을이 오는구나 했더니, 벌써 보일러를 켜야하는 날씨가 되었습니다. 가을여행 계획 있으신가요? 저도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을 보면서,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 소개된 춘천의 남이섬과 안동의 만휴정,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장소가 하나 있는데요. 부산 기장에 가면 드라마 ‘드림’을 촬영한 죽성성당 세트장이 있어요. 원래부터 여기를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근처 해물과 해물라면 맛집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이따금 다시 찾아 가려고 하면, 상호가 떠오르지 않아 매번 ‘부산 기장 드림 세트장’으로 검색을 한답니다. 가면 죽성성당도 들리고, 아름다운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가 장어, 혹은 해물 마지막은 꼭! 해물라면 먹고, 돌아오는 코스, 정말 좋습니다.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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