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시대, 전자책 콘텐츠는 어떻게 보호되고 확장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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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책을 ‘읽고’ ‘요약하고’, 심지어는 ‘새로운 책’을 씁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창작 영역과 법적 권리의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자책 콘텐츠는 어떻게 보호받고, 창작자는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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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Claude, Gemini와 같은 생성형 AI는 단 몇 초 만에 소설, 칼럼, 학습 교재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작권 귀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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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AI는 저작권자가 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창작의 주체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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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는 AI에게 명령어를 입력한 사용자에게 권리가 돌아가지만, 그 결과물이 창작성(창작자의 독창적 개입)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저작권 보호가 불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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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AI가 특정 작가의 책을 학습해 그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일부 문장을 활용한다면, 원저작자는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현재 각국에서 활발히 논쟁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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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AI가 쓴 책”은 단순히 기술적 결과물이 아니라, 저작권 제도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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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은 EPUB, PDF, HTML 기반 웹뷰 등 다양한 형태로 배포됩니다. 그런데 생성형 AI의 학습 과정에서는 이들 콘텐츠가 대량으로 크롤링, 변환, 요약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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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롤링: 웹 크롤러(Web Crawler) 또는 스파이더(Spider)라고 불리는 자동화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공개된 웹페이지를 순차적으로 탐색하고 수집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단순한 데이터 수집 도구이지만, 활용 방식에 따라서 검색 서비스・데이터 분석 또는 불법 복제・저작권 침해 양쪽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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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웹에서 전자책 텍스트를 수집해 학습에 사용한다면, 이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2차적 활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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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특정 전자책을 요약하거나 대화형 학습 교재로 변환한다면, 독자가 굳이 원본 전자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출판사의 시장 가치를 잠식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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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자책 출판사에게 디지털 저작권 침해는 먼 미래가 아니라 당면 과제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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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 대응은 제각각이며, 이것이 출판사와 저작권자들에게 더 큰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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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AI 규제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2024년에 통과된 AI Act는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 전반을 규율하는 최초의 포괄적 법안인데, 그 핵심 중 하나가 데이터 출처와 투명성 확보 의무입니다. AI 기업은 학습에 사용한 텍스트·이미지·데이터의 출처를 반드시 공개해야 하며,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AI 기업의 “블랙박스 학습”을 막고 투명성을 강제함으로써 저작권자와 출판사들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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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작권법상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을 거의 모든 경우에 허용하여, 연구기관뿐 아니라 기업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일본은 AI 기업 입장에서 가장 친화적인 시장으로 꼽히며, 규제가 느슨한 만큼 글로벌 기업의 기술 개발과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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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저작권 적용 범위를 좁게 설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저작권청(USCO)은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즉,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AI 산출물은 공공 영역(public domain)으로 간주되는 셈입니다. 이로 인해 AI 기업은 법적 부담 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배포할 수 있으나, 출판사나 작가 입장에서는 저작권 침해 문제를 주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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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도적 논의의 초입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과 정부 부처에서 연구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으나, 출판사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실질적 가이드라인이나 명확한 법적 기준은 마련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출판사들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AI 활용에 대응할 제도적 안전망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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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국의 차이 속에서, 출판사들은 Amazon, Google, OpenAI 등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과 협상할 수 있는 집단적 대응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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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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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M(Digital Rights Management)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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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M은 전자책 파일에 복제・인쇄・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 보호 장치를 삽입하여 불법 복제본이 생성되거나 위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해킹이나 불법 유통에 취약하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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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 보이지 않는 추적 정보 코드를 삽입하여 불법 유통 경로와 최초 유출자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불법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법적 대응 근거 확보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사후 대응 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DRM처럼 막는 장치가 아니라, 책임 소재를 추적하고 처벌 근거를 제공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보완적인 역할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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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나 전자책 플랫폼에 robots.txt 등 웹 크롤링 차단 장치를 필수 적용하여 무단으로 수집하지 못하도록 요청합니다. 다만 이는 ‘선의의 클로러’에게만 통할 뿐, 대형 AI 기업이 이를 무시할 경우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독 기술적 조치라기보다는 법적, 정책적 대응과 병행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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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의 저작권 등록을 통해 법적 권리를 명확히 하고 저작권자 단체를 통한 AI 기업과의 집단 협상 모델을 구축해 Amazon, Google, OpenAI 같은 AI 기업과 단체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개별 출판사가 단독으로 대응할 때의 한계를 넘어, 집단적 협상력을 통해 권리를 지켜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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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단순히 위협으로만 바라본다면 전자책 시장은 방어적 태도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AI와 전자책의 공존 모델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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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독서 로그와 AI를 결합해 독자 피드백을 분석, 차기작 기획에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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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AI와 협업해 하이브리드 형태의 창작물을 제작(예: 소설의 일부 장면을 AI가 보조)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창작자와 출판사가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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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책을 쓰는 시대, 우리는 그 경계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과연 창작이란 무엇이며, 그 주인은 누구인가?” 예전에는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저자가 글을 쓰고, 편집자가 다듬고, 출판사가 제작과 유통을 맡으며, 독자가 구매하고 읽는 과정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저작권은 비교적 명확하게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AI는 단 몇 초 만에 소설을 쓰고, 논문을 요약하며, 심지어는 새로운 글을 창작하는 듯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독창성이 무엇인지, 창작자의 개입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자책 출판사와 저작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두려운 변화일 수 있습니다. AI가 요약해 주는 콘텐츠만으로도 독자가 충분히 만족한다면, 굳이 원본 전자책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판시장의 가치는 잠식되고, 작가의 권리는 흔들립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변화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AI가 합법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전자책과 협력한다면, 독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출판사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주도권입니다. 콘텐츠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가 AI 기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창작자와 출판사가 그 중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에만 달린 것이 아닙니다. 제도와 상상력, 그리고 협력의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DRM 같은 기술적 장치나, 집단 협상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의 본질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창작자가 존중받고 지속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AI 시대 전자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더 근본적인 철학이 필요합니다.
책은 계속 쓰여야 합니다. 그리고 쓰는 존재가 누구든, 반드시 책임과 권리를 함께 가진 주체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AI가 쓴 책이라도, 그것이 인간과 협업하여 탄생한 결과라면, 그 협업의 과정을 존중하고 제도화할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AI와 전자책이 공존할 수 있는가? 그 답은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창작자와 독자, 출판사와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책이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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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나 (주)더콘텐츠팩토리 대표. 한국외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 서울시 문화본부, 서울도서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여러 지역 재단 등과 함께 기관 브랜딩 및 디지털콘텐츠 기획・제작을 하고 있어요. ‘자발적 참여 문화자’를 넘어선 ‘사용자 경험’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시길(sigil)로 전자책 만들기』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내펍으로 나만의 전자책 만들기(공저)』 책을 출간했고, 시민대학, 50플러스센터에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카드뉴스 기획・제작, 전자책 강의를 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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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저는 평소에 노션(Notion)을 즐겨 사용하는데요. 노션은 직관적이면서도 사용자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고, 자동 저장 기능은 물론 모바일 앱과 웹 애플리케이션이 반응형 디자인으로 최적화되어 있어 사용하기 무척 편리해요.(노션 광고는 아니지만요😅) 여기에 AI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처음에는 문장 다듬기와 번역 지원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원하는 AI 모델을 선택해 검색하는 등 훨씬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채워야 할 내용까지도 노션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지요. 앞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AI와의 협업이 자연스러워질 텐데, 그에 따라 제기되고 발생할 여러 문제들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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