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문장 처음에 자주 쓰는 말들이 있더라구요. ‘어느새, 어느덧, 벌써’와 같은 부사들이었어요. 오늘도 ‘어느덧 악씨레터 7기가 끝났습니다.’라고 첫 문장을 썼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름 바쁘고, 묵직한 하루하루를 살다 정신 차려보면 3개월이 그냥 슝! 지나가 있어요. 정말이지 쏜 화살🏹과 같이 말이죠. 여러분의 시계는 어떤 단위로 흘러가고 계신가요? ‘벌써’ 2025년의 4월이고, 다음주부터는 새로운 필진분들과 악씨레터도 새롭고, 신나게 8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 3개월 간의 7기 악씨레터의 여정을 오늘 특별호✨에 담아 보았어요. 아래에서 발행된 날짜(ex. Vol.3 No.1 2025.1.8.)를 클릭하면 바로 레터를 볼 수 있어요. 채 열어보지 못한 편지가 있다면, 오늘의 악씨레터에서 링크를 클릭해서 읽어보세요.
곳곳에 우아한 목련과 상콤한 개나리가 활짝 피었더라구요. 다음주엔 벚꽃이 피겠죠?🌸 벚꽃처럼 짧아서 아쉽지만, 설레이는 봄을 흠뻑 만끽하시기를 바라며, 다음주 8기 악씨레터와 함께 찾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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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문화콘텐츠 비평가.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학술이사.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진행.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교양/다큐 400여 편을 집필했어요. 현재 KBS 시청자평가원, OBS <미디어공감 좋은TV> 고정패널로 활동 중이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TV가이드 등에 콘텐츠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어요. 문화콘텐츠를 통한 사회적 실천에 관심이 많아서 방송, 영화, 게임, VR, XR 등을 통한 콘텐츠 액티비즘 연구를 수행 중이에요. 저서로는 『뉴미디어와 스토리두잉』, 『디지털 소양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공저), 『미디어 격차』(공저), 『AI와 더불어 살기』(공저),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공저)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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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지에 꾹꾹 눌러쓴 마음들이 고통스러운 죽음의 공간에서 희미하게 서로를 비추고 있는 것 같아서 사연을 읽을 때마다 뭉클하고 울컥했습니다. 손편지 사연이 가득한 추모의 계단을 보면서 주디스 버틀러의 ‘사회적 애도’를 떠올렸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슬픔에서 출발한 개인들이 분노와 애도를 표현하고, 연대하는 것을 버틀러는 사회적 애도라고 표현했습니다. 사회적 애도는 우리 역시 불확실하고 취약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이번의 생존자가 다음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됩니다. 버틀러는 상실의 슬픔에서 상실을 책임지는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이의 죽음도 깊이 애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타자의 죽음을 기억하고 비극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윤리적 실천이 사회적 애도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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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기록물에서 창조적 해석으로 발전하면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수행해 왔다면, <하얼빈> 역시 고정된 역사의 시선을 비틀어 또 다른 관점에서 그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거사의 순간 울려 퍼지는 ‘꼬레아 우라’(대한독립만세)는 서러움과 슬픔이 깊이 배인 울음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벤야민은 영화라는 미디어가 갖는 힘을 촉각적 재현에서 찾습니다. 소리와 움직임, 그 속에 담긴 표정과 행위, 그리고 관계들. 영화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유동하면서 시간을 비틀고 은폐된 진실을 전복시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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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백기완 선생님이 꿈꾸던 ‘노나메기’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뜻하는데요. 경제적 불평등과 계급의 양극화, 차별과 부조리의 일상화의 현실을 목도하면서 노나메기가 더욱 절실한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야 한다”고 일갈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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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문화콘텐츠학 박사로, 한국외대, 한성대, 용인예술과학대에서 플랫폼, 웹콘텐츠, 웹소설, 영상비평, 윤리학, 글쓰기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문화콘텐츠를 사랑하고, 향유하는 이들의 경향성과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요 연구 테마는 플랫폼, 웹소설, 대중성, 세대론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플랫폼, 키치를 주제로, 문화콘텐츠 생산과 향유 문화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대중들의 삶과 일상에 관심을 가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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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단지 <콘코드>가 2주 만에 사라지게 된 것을 단지 게이머들의 PC주의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콘코드>가 PC주의를 강요해서 망했다고 하는 것은 그 게임에게 ‘명예로운 죽음’을 선고하는 것은 아닐까요? 망할만한 게임이 PC주의라는 ‘성스러운 겉옷’을 입은 것이죠. 이는 PC주의를 제외하고는 <콘코드>에 대해 별달리 할 말이 없다는 점이 반증합니다. 즉, PC주의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게임이었다는 거죠. 특히 <오버워치2> <발로란트> <에이펙스> 등 이미 고일 대로 고여버린 하이퍼 FPS와 히어로 슈터 장르에서 말이죠. 이런 점에서 PC주의를 제외하고 <콘코드>가 망한 이유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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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모에화를 통한 캐릭터 조형의 특징이 모든 게임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브컬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임을 ‘서브컬처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러나 모에화의 방식은 다르더라도 게이머들은 다른 콘텐츠 향유자보다 캐릭터가 자신의 ‘로망’을 실현시켜 주길 강하게 바랍니다. 게임에서 게이머들은 그 캐릭터를 직접 조작함으로써 그 캐릭터가 ‘되기’ 때문입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2>가 비평가에게 극찬을 받았지만 게이머들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이유도 이러한 특징 때문입니다. 한 게이머는 자신이 사랑하던 1편의 주인공을 죽인 캐릭터를 6시간 동안 플레이해야 했던 시간을 ‘고통’스러웠다고 표현하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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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 큰돈을 쓸 수 없는 게임사에서 주인공의 외모만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린 것이죠. 더욱이, <활협전>은 특정 상황에서 주사위를 굴려 무작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게이머는 선택지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주사위를 굴리고, 능력치와 인물 관계도를 조정하며 엔딩을 향해 나아갑니다. 저예산 텍스트 기반 게임이기 때문에 화려한 그래픽이나 더빙 없이, 이야기 자체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주인공의 외모는 이러한 서사적 흐름에서 중요한 장치로 활용되었으며, 결국 게임의 독창성과 차별화된 서사 구조가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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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에서 타악 전공으로 학사, 석사를 마쳤어요. 그리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글로벌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박사를 수료했습니다. 국악 타악은 물론 드럼, 라틴타악기 등의 세계 타악기를 부전공했고 가야금 지도자 자격증도 있으며 군악대에서는 해금 연주자로 활약하였습니다. 현재는 국악의 전당 대표로서 국악 아카데미와 유튜브 채널 <국악의 전당>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국악 부문 대의원이기도 합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에 출강 중이며, 전통음악과 콘텐츠에 대한 강의 및 연주를 해오고 있습니다. 국악에 반해 반평생 국악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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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과 더불어 K-drama, K-movie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이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선택한 음악 천재가 있습니다. 바로 정재일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년’으로 알려진 정재일은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을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겸 작곡가로 성장했습니다. 현재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을 위시로 다양한 국가 행사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국악 사랑을 자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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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의 ‘가야금스러움’은 바로 왼손으로 줄을 흔드는 ‘농현(弄絃)’에 있습니다. ‘줄을 희롱한다’ ‘줄을 가지고 논다’라는 뜻으로, 오른손으로 줄을 뜯어 소리를 낸 후, 여음을 왼손의 움직임을 통해서 꾸며주는 것이 소리의 핵심입니다. 음과 음 사이 공간에 귀를 기울이면 가야금의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도환상곡>은 이러한 농현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황병기 선생의 노력이 잘 담겨있는 곡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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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주요한 역할은 바로 소리꾼이 소리판을 잘 끌고 갈 수 있도록 보필해 주는 것입니다. 음악적으로 북을 안정감 있게 연주하는 것은 물론, 관객과 소리꾼을 직접적으로 연결해 주기도 하고, 간혹 가사를 까먹으면 가사를 불러주기도 하고, 때로는 춘향이가 되기도 심청이가 되기도 하면서 창자의 상대역을 맡아서 연기를 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옆에서 박자를 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소리판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출연자인 셈입니다. 국악에서 고수의 역할은 비단 음악적인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창자와 연주자의 심리적인 멘토이자 코치가 되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한 명의 고수가 두 명의 명창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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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상담심리전공 조교수. 미국 테네시 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공인심리학자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한국사회에 적합한 다문화 및 사회정의적 개입 방법을 탐색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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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러한 편견이 사회구조적 차원(교육제도, 취업, 문화적 배제 등)으로 이어지면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계속해서 주변부에 머물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마스터 내러티브(master narrative)’와 맞설 수 있는 ‘대안 내러티브(alternative narrative)’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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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라고 하면, 조용한 상담실에서 내담자와 상담자가 마주 앉아 있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쉽습니다. 그러나 상담심리학자들은 이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현장에 뛰어들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고자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뿐 아니라 이태원 참사,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학회를 중심으로 무료 상담을 제공하며,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상담자들이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활동 범위를 점점 넓혀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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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라고 하면 흔히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불안과 슬픔이 사라지는 극적인 장면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때로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치유의 여정’은 매우 천천히, 그리고 섬세하게 이어지며, 그 여정에 놓인 디딤돌 중 하나가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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