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 33초>(4’33”, Four minutes, thirty-three seconds)는 미국의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John Milton Cage Jr.)가 1952년에 작곡한 작품으로 논란을 일으킴과 동시에 현대 음악사에 깊은 영향을 미친 곡입니다. 이 곡의 전체 길이는 4분 33초이며, 연주자는 3악장을 무음으로 연주하는 등 곡 전반에 걸쳐 미리 정해진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침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랜덤 사운드를 탐구하며 음악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하고, 전통적인 음악 개념에 대한 사상적 전복을 시도해요. 동시에 이 작품은 철학적 차원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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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age’s 4’33” / 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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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4분 33초>라는 작품에 대해 들었을 때 매우 흥미롭고 궁금하여 이 작품의 작곡가인 존 케이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존 케이지는 동양철학과 미학은 물론 불교의 선불교(佛学禅宗)와 중국의 역경(易经)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역경(易经)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 사상 중 하나는 “우주의 모든 것은 음(阴)과 양(阳)의 한가운데 있다”라는 것입니다. 이는 ‘공’의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데, 모든 것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비어 있는 상태에서 변화하기 때문이죠. 중국 노자의 도덕경(道德经)에서도 ‘무위(无为)’가 자주 언급되고, 불교에서도 ‘무아(无我)’가 자주 언급될 정도로 도덕경과 선불교의 핵심 사상은 ‘무(无)’입니다. 또한 도덕경 제41장에서 노자는 ‘대음희성(大音希声)’을 언급했는데, ‘위대한 소리는 희미하고 드러나지 않는다’ 또는 ‘음악이 좋을수록 더 조용해진다’라는 의미입니다.
존 케이지 역시 불교 사상을 차용하여 ‘공’과 ‘무’에 대한 생각을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합니다. 이러한 ‘공백’과 ‘침묵’은 실제로 듣는 이로 하여금 주변 환경을 더 깊이 인식하게 만들고, 음악은 더 이상 단순히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주관적 표현이 아니라 청중의 경험 속에서 새롭게 탄생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4분 33초 간의 침묵 속에서 나 자신의 심장 박동과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고, 끝난 후에는 감동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쁘고 복잡한 삶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과 제대로 대화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 <4분 33초>는 귀로 듣는 작품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침묵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작가 존 케이지 역시 음악이 연주자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지는 것임을 청자에게 말하고자 하죠. 여기에는 음악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연주가 아니라 듣는 것이라는 존 케이지의 음악에 대한 중요한 철학적 관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음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모든 소리가 음악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전통적인 음악 개념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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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이지의 이 작품은 실제로 침묵을 연기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침묵보다는 관객의 기침과 숨소리, 좌석의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 새소리 등 주변 소리에 주목합니다. 존 케이지는 이러한 무작위적인 소리들 그 자체로 음악이며, 음악은 소리의 일부이자 일상의 일부라고 믿었습니다. 이는 작가에게도 음악과 소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한국외대 임대근 교수는 <스토리콘텐츠와 스타시스템>이라는 온라인 강좌에서도 “사운드라고 하는 말은 침묵과 고요를 포함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임대근 교수의 이 관점은 <4분 33초>라는 작품을 아주 적절하게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무성’은 소리의 일종이고, 따라서 ‘무성’도 음악의 일종으로 개념을 확장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은 반드시 소리를 내야만 하는 것일까요? 음악 이론과 같은 전통적인 지식을 떠나 몰입과 명상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적인 견해를 설명하고 싶습니다.
몰입(Flow)은 1975년 칙센트미하이에 의해 제안된 심리학 개념입니다. 몰입감, 즐거움 등이 특징이죠. 음악은 청각을 자극하여 사람들의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기분 좋게 하고, 슬프게 하고, 느긋하게 하고, 이완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무성’ 역시 음악의 한 형태로, 청중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비움의 상태를 경험하며, 점차 ‘무아’의 경지에 이르는 몰입의 체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선불교와 명상과도 관련이 있어, 명상과 좌선 등을 통해 몰입의 체험을 하며 내면을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몰입’의 관점에서 보면 ‘소리’와 ‘음악’, ‘유성’과 ‘무성’은 모두 소리의 일부이자 음악의 일부인 동시에 자연의 일부입니다. 중국 철학에서 말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사상을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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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원 한국외대 한중문화학과 박사 졸업. 서경대 국제융합대학원 예술융합학과 특임교수. 박사 시절에 한중영화, 한중문화, 문화콘텐츠를 공부했어요.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해서 당연히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찬란한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겠죠. 앞으로도 한중문화와 예술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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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이지의 <4분 33초>라는 곡, 굉장히 새로웠습니다! 오늘의 악씨레터를 통해서, 함께 느끼고, 생각해 보시죠.😊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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