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도그(狗阵)>는 중국 관후(管虎) 감독의 신작으로 2024년 5월 18일 최초 개봉해 제77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어요. 주인공 이랑(二郎)과 유기견 검은 개가 종과 언어를 넘어 서로 마음 위로와 구원을 받으며 새롭게 출발하는 이야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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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도그> 포스터 / 출처: 더우반 무비(豆瓣电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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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猫眼电影) 실시간 흥행에 따르면 2024년 9월 22일 기준으로 영화 <블랙 도그>의 누적 관객수는 3268만 7000명인데 이 영화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새로운 시대적 환경을 배경으로 한 사회적 타자에 대한 구성과 재현에 주목했어요.
영화는 주인공 이랑의 ‘침묵자’라는 이미지를 통해 현실 사회 밑바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시각을 넓혀주며, 변방인으로서 나타나는 무력감과 딜레마, 자신의 속마음과 요구를 표현하지 못하는 ‘실어증(失语症)’ 현상을 보여줬어요. 여기서 언급된 ‘실어증’은 생리적인 문제로 인한 질병으로의 ‘실어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약자들이나 변방인이 자신을 대변할 발언권을 상실했음을 비유합니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윈 아르데너(Edwin Ardener)와 아내 셜리 아르데너(Shirley Ardener)는 1968년 ‘침묵 그룹 이론’(Muted group theory)을 제시했어요. 에드윈 아르데너와 셜리 아르데너는 “인류학 전문가들은 남성 관점에서 문화적 특성을 설명하고 여성, 아동 그리고 다른 문화 계층의 의견을 무시한다”고 지적한 적이 있어요. 이 글에서 ‘침묵 그룹 이론’을 언급한 것은 성별 요인에 국한하지 않고 더 확장하여 기존 사회의 전통적인 메커니즘에 따라 사회적 변두리의 개인과 약자가 발언권이 없기 때문에 침묵의 집단이나 개인이 되는 것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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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 이랑은 만기 출소자로 사회 통념상 소외된 인물입니다. 투옥 전 동네 소문난 밴드였지만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했죠. 출소 후 이랑은 마을의 유기견을 찾는 팀에 배치되는데, 마을의 많은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를 나가면서 점점 더 많은 개들이 유기되고, 그중 한 마리인 검은 개는 어둠 속에서 주인공 이랑과 기이하게 닮아갑니다. “이랑과 검은 개는 기질과 이미지에서 어떤 유사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랑의 외톨이와 과묵함, 그리고 그들이 지닌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랑과 검은 개는 점점 서로를 아끼는 동반자가 되어갑니다.”라는 정보(程波)의 말처럼, 이랑과 검은 개는 영화 서사 안에서 서로 닮은 관계를 보여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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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도그> 포스터 / 출처: 더우반 무비(豆瓣电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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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리가 모두 영화 속 이랑과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개체로서의 우리가 이랑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만들어주는 거죠. 왜냐하면 우리의 사회적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변화 과정에서 투옥 전과 출소 후의 이랑처럼 개인의 정체성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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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이랑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만기 출소자라는 신분만으로도 소외됩니다. 게다가 워낙 말이 없어서 ‘침묵자’라는 개념을 구체화했습니다. 중국 서북의 마을 사람들을 포함한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은 이 거대한 시대의 배경에서 소외감이 두드러지며, 그들이 살고 있는 고향 마을은 모래알처럼 작고 보잘 것이 없습니다. “오지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작품에 담아내고, 시대에 버림받은 작은 개체들의 생존을 모색하고 싶다”는 관후 감독의 인터뷰처럼 이 영화는 우리의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사회의 침묵자들을 스크린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영화와 매체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며, 그들 내면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서서히 되찾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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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도그> 스틸컷 / 출처: 텐센트 비디오(腾讯视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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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가정사의 측면에서 이랑과 아버지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중국인의 애정 표현 방식은 함축적이며, 특히 부자(父子)간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러한 큰 문화적 배경 속에서 주인공 이랑과 그의 아버지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침묵에 비해 가족의 침묵은 계급주의와 권력적 요인의 영향을 덜 받지만, 인물의 심리적 측면에서 그 영향은 여전히 매우 큽니다. 영화 말미에 감독 관후는 “이 영화를 통해 저희 아버지를 기억합니다(谨以此片纪念我的父亲)”라는 자막을 달았어요. 영화에 나왔던 대사 중 “가슴을 펴고 걸어가자, 하늘의 나무와 모래톱, 험한 길, 우리 함께 손을 꼭 잡고.”는 감독이 어릴 적 아버지에게 자주 들었던 말로 앞을 향해서, 뒤돌아보지 말고, 늘 앞길만 보면서 간다는 희망을 영화 속에 녹여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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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Shirley Ardener, Perceiving Women, Malaby Press, 1975.
程波, 《狗阵》: 多重镜像与打破镜像的方法, 《电影艺术》, 2024.06.
孙亚兰, 《狗阵》, 时代剧变中那些被遗忘的人和角落, 2024.06.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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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원 한국외대 한중문화학과 박사 졸업. 서경대 국제융합대학원 예술융합학과 특임교수. 박사 시절에 한중영화, 한중문화, 문화콘텐츠를 공부했어요.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해서 당연히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찬란한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겠죠. 앞으로도 한중문화와 예술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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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김정은 악씨레터 3기 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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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내에 초연됐던 <킹키부츠>는 올해 10주년을 기념하여 ‘쥐롤’(개그맨 이창호의 ‘부캐’인 베테랑 뮤지컬 배우 이호광이 연기한 ‘롤라’의 애칭) 빼곤 다 왔다는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여섯 번째 공연이 성황리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망하기 직전인 아버지의 신발 공장을 갑자기 물려받게 된 ‘찰리’와 전직 복서이자 드래그 퀸 쇼걸인 ‘롤라’가 남성용 부츠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스토리는 다소 클리셰적이지만, 관객이 뮤지컬에 기대하는 묘미들을 잘 보여주는 멋진 무대를 선사합니다. 1980년대 여성 솔로 팝의 아이콘 중 한 명이었던 신디 로퍼가 작사 작곡에 참여하여 뮤지컬 작곡가로서의 위상을 다진 만큼 신나는 댄스, 화려한 볼거리에 안성맞춤인 넘버가 정말 좋은 뮤지컬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전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넘버 “Raise You Up & Just Be”는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one 솔직하게 two 뭐든 도전해봐 three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줘 four 사랑해 five 자신을 믿어봐 six 맘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 Just be 있는 그대로 누가 뭐라 해도 너는 너니깐 Just be 넌 그대로 당당하게 니 꿈을 펼쳐봐” 자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한번 가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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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 징검다리 연휴,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학생들은 한참 중간고사이거나 곧 시험이라 밤낮으로 공부를 하고 있겠지만, 빨간날은 빨간날인지라 집중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월요일 밤인데 금요일 밤인가?! 수요일 밤인데 금요일 밤인가?!! 하는 그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물론 아침마다 아이들 학교 가는 날인지 아닌지 헷갈려서 벌떡 일어나기는 하지만요. 재미난 징검다리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여전히 빨간날인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요!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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