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씨 뉴스레터 Vol.1 No.5 2023.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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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갔어요. 뭘 마실까 고민하다가 아이스카페라테를 골랐어요. 그런데 바리스타가 그만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쏟아버렸어요. 컵에 남은 건 우유뿐입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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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도 커피도 없으니 내가 마시려던 음료가 아니다.
😅😋
아이스도 커피도 없지만 그래도 우유가 남은 게 어디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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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예를 들어본 건데요, 이런 비슷한 상황이 한 달 전쯤 있었습니다. 바로 잼버리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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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원래 목적은 자연에서 야영 생활
새만금에서 열린 '잼버리'의 공식 이름은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만금을 홍보하려고 앞에 '2023 새만금'이란 말을 붙였죠.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잼버리는, 이미 잘 알고 계신 대로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사건이 터진 주말, 저에게도 친분이 있는 외교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서 학교 기숙사를 빌릴 수 있겠느냐, 빌린다면 비용은 얼마나 드느냐 등을 물었습니다. 주말이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이틀을 기다렸다가 답을 주긴 했습니다만, 우리 교육부도 대학마다 기숙사를 알아보고 있었더군요.
잼버리는 K-팝 공연으로 끝났습니다. 이 지점이 저는 좀 껄쩍지근한데요. 잼버리의 실패를 K-팝으로 만회하려는 전략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잼버리의 원래 목적이 뭔지를 찾아봤죠. 아직 남아 있는 '새만금 잼버리' 공식 사이트에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전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 축제 활동"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영내와 영외, 사전과 사후, 전시 체험, 지역 연계 활동 등이 명시돼 있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을 장식할 K-팝 공연이 원래 없었던 건 아니에요. 8월 6일 '문화교류의 날'에 'K-팝 콘서트'를 미리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자연과 야영장을 탈출한 청소년들은 도시로 향해 각종 문화-인공 활동에 '투입'됐습니다. 이들을 이대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국민적 열망은 결국 상암월드컵경기장을 K-팝 콘서트 무대로 바꿔 놓았죠. 그 탓에 상암 경기장의 잔디는 크게 훼손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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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 훼손 관련 보도 (출처: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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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잼버리의 대체재인가, 보완재인가?
잼버리의 파행을 K-팝 콘서트가 대체하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K-팝은 잼버리의 원래 목적이 아닙니다. 문화 체험을 위한 부대행사일 뿐이죠. 아이스카페라테에서 '라테' 같은 요소라고나 할까요? 자연과 야영이 사라지고, 문화와 콘서트만 남은 상황입니다.
자, 다시 묻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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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야영이 사라졌으니 원래 잼버리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 자연과 야영은 사라졌으나 그래도 K-팝이 남은 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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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을 고르시겠습니까? K-팝으로 선방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되는 것 같은데요. 해외 보도를 좀 찾아보니 K-팝 이야기는 거의 없고, 잼버리 파행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가장 많은 청소년을 보낸 영국의 유력 미디어 '가디언'은 K-팝 관련 내용은 사실만 주로 보도하고, 잼버리 파행을 이렇게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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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는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다. 폭우로 인해 스카우트들은 늪지대와 같은 환경에서 텐트를 쳐야 했으며, 폭염과 캠프장의 자연 그늘 부족으로 인해 수백 명이 병에 걸리고 일부는 기준 이하의 위생 상태를 보고했다. (가디언 보도, 2023.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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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K-팝이 본래 목적을 위해 소환되지 않고, 이렇게 대체재나 보완재로 불려 나가는 일이 못마땅합니다. 잼버리와 K-팝은 대체재일까요? 보완재일까요? 대체재는 같은 기능을 하는 두 상품입니다. 예를 들면 버터와 마가린이 그렇죠. 보완재는 함께 사용하는 상품입니다. 커피와 우유가 그렇습니다. 보완재는 한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그에 대응하는 상품의 수요가 감소합니다. 커피가 너무 비싸지니까 함께 넣는 우유도 사 먹지 않는 거죠.
저는 잼버리와 K-팝은 굳이 말하자면 보완재라고 생각합니다. 자연과 야영이 있고, 거기에 K-팝이 함께 하면 효과가 더 좋은 것이죠. 그런데 이번 잼버리는 K-팝을 자연과 야영의 대체재로 만들어버렸네요. 어쩌면 문화는 언제나 정치, 경제, 사회의 들러리라고 생각하고 소프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보조 활동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옛날 이주일이라는 코미디언이 잠깐 국회의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이렇게 후회를 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의정 활동 대부분은 동료 국회의원 행사에서 사회를 보거나 참석자를 웃기는 일이었다고 말이죠. 벌써 수십 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잼버리의 작은 일부였던 K-팝이 잼버리의 모든 게 되어 버리는 이런 '제유적' 상황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 사이에 또 몇 가지 폭발적인 이슈가 한국 사회를 강타하는 바람에 어느새 '잼버리'가 잊히고 있는 듯합니다만, 문화콘텐츠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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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중국영화, 아시아 대중문화(한류), 문화콘텐츠 담론, 문화정체성과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고 있어요. 인간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유동한다는 생각으로 ‘트랜스아이덴티티’ 담론을 통해 세상이 사랑하는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관심이 많아요.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장,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조직위원장,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장/융합인재연구센터장, 한국영화학회 부회장 겸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최근 《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문학윤리학비평》(공역)《중화명승》(공저)《문화콘텐츠연구》《한류, 다음》(공저)《중화미각》(공저)《한국영화의 역사와 미래》(공저) 《세계의 영화, 영화의 세계》(공저) 등의 책을 출판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쾌인쾌사: 중국인물열전’,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에 참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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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악씨레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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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잼버리와 K-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오늘의 레터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피드백 작성하기로 답장 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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