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의 시대, 접촉의 극장
OTT 시대 산악영화제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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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1회를 맞는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오는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35개국 114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물론 영화상영 외에도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과 공연, 체험, 전시까지 약 200회의 부대행사와 함께 진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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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2014년부터 산악영화 상영회 등으로 준비를 거쳐 2016년 첫 영화제를 개최했습니다. 시작 당시 “‘산악’영화제가, ‘울주’에서?”라는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아홉 개 봉우리의 산군, 영남알프스가 자리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국내 유일의 산악영화제가 시작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등산을 좋아했지만, 2010년대 초중반까지도 한국의 전문 등반 인구는 한정적이었고 대부분은 건강이나 취미로 산을 찾았습니다. 여기에 산악회를 자극적 소재로 소비하는 온라인 콘텐츠와 기사, 그리고 TPO에 맞지 않는 등산복 차림이 도마에 오르면서 산은 한때 나이 든 세대의 취미로 좁게 치부되곤 했습니다. 게다가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늘 보던 등산 이야기를 굳이 영화제까지 와서 또 봐야 하나 초창기 관객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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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자동차 공장으로 대표되는 공업도시입니다. 문화예술 부문, 특히 영화 제작 및 관람 인프라는 많이 부족합니다. 우선 인구 대비 스크린 수가 적습니다. 2023년 기준 울산의 인구 10만 명당 스크린 수는 5.07개로, 전국 평균 6.57개에 한참 못 미치고 세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습니다. 또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없어 이런 영화를 보려면 부산의 시네마테크까지 찾아가야 합니다. 촬영을 지원하는 영상위원회 역시 없어,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찍으려는 제작진은 개별 지자체의 부서와 일일이 협의해야 합니다. 여기에 울산의 대학에는 영화·영상 관련 학과조차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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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화제는 ‘산, 자연, 인간’으로 소재를 넓혔습니다. 움프서밋과 움프멘터리를 통해 산과 자연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지역에 부족한 독립예술영화 관람 기회를 상시 사업(문화가 있는 날 움프살롱, 찾아가는 움프카페 상영, 모여 보자 움프 등)과 영화제 프로그램(코리안 웨이브, 인간 섹션, 올해의 산 섹션)으로 채워 왔습니다.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서구 산악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과 해외 영화제에서 소개된 좋은 영화들을 선보이는데, 어떤 영화는 우리 영화제 상영을 계기로 다른 산악영화제에 소개되기도 합니다. 영화제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 즉 만남과 교류, 소통의 장이 되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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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제의 본질을 유지하며 단순히 외연을 확장하는 데 그친다면, 과연 OTT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을까요. 이 의문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많은 일이 비대면으로 이뤄졌고, 극장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OTT 콘텐츠 소비에 더욱 익숙해졌습니다. 그 습관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에서 이 영화제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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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의 일상 속에서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립감은 깊어졌고, 요즘 젊은 세대가 전화보다 문자나 SNS를 편하게 여긴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2024년, 서핑 모임을 통해 고립감에서 빠져나온 한 젊은 교사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Z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접속이 아니라, 함께 몸을 움직이는 자연 속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영화제 기간 설문조사에서도 “자연 속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좋았다”는 응답이 있었습니다. 영화제가 관객과 만날 새로운 조건을 자연에서 발견한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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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충분히 즐기며 영화를 관람하는 것. 이 경험이야말로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에 진행했던 비박극장과 코로나 기간의 자동차극장을 확장해 올해는 자연경관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숲속극장과 데크극장을 신설했고, 비박극장에 이어 차박극장도 운영합니다. 이 자연 속 체험 시네마가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합니다. 이와 함께 싱잉볼 치유 명상이나, 요가, 숲여행, 하이브리드 레이스 외에도 천체를 관측하는 등 다양한 자연 속 활동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아직 11회이고, 예산 면에서 부산이나 전주, 부천처럼 거대한 규모가 아니기에, 여러 도전을 해 볼 수 있는 영화제라 생각합니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주어진 환경은 영화를 관람하기에 최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시도해 본다면, 해답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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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자연, 산, 등반, 치유, 영남 알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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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 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영화이론 전공으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로 근무 중입니다. 2005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일해 왔습니다. 여러 해외 영화제를 위해 단편 영화나 한국 독립영화 특별 상영 프로그램을 큐레이팅했으며, 국내외 영화제 심사위원을 역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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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산악영화제인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곧 개막합니다. 저도 이 영화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떤 영화가 소개되고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는 몰랐어요.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둘러싸여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요? 상상만으로도 좋습니다.😍 점점 선선해지는 요즘, 2주 후면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9월과 10월에는 여러 영화제가 이어집니다. 이 가을엔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영화들을 만나러 가보시면 어떨까요?
🍒12기 악씨레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ditor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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