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No.42 II 2025.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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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그 길도
누군가의 기억을 품은 매체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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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공간을 지나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저장되어 있는지 자주 잊곤 합니다. 아침 햇빛이 비치는 벤치, 평일 오후 조용한 카페, 하교 시간의 시끌벅적한 놀이터까지. 이 작은 풍경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이 쌓이고, 감정이 머물고, 이야기가 흐르는 매체(media)가 됩니다. 이토록 우리의 삶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품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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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늘 변화합니다. 익숙했던 풍경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서 골목의 표정도 바뀝니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한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장소를 통해 기억하고, 장소는 사람을 통해 이야기한다.”
대구 방천시장 일대가 그랬습니다. 대구 중구 원도심, 낡고 오래된 거리로 사람들의 발길은 점점 줄어들었죠. 그러던 어느 날, 이곳에 가객 김광석의 이야기가 피어났습니다. 당시 이 일대에 거주했던 예술가들의 작은 실천을 계기로, 이 거리는 김광석의 노래가 흐르고, 그의 모습이 담긴 벽화가 그려지고, 작은 공연장이 생겼으며, 골목과 거리 곳곳은 버스킹을 할 수 있는 공연 공간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그렇게 김광석이라는 주제가 입혀진 뒤, 거리는 다시 삶의 기운을 되찾았습니다. 이때 ‘매체’는 벽화나 조형물이 아니라, 그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경험 그 자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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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 출처: 대구광역시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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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터가 매체가 되기 위해 거창한 장치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적인 공간의 조용한 변화가 더 큰 힘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새로 열린 산책길, 빛이 예쁘게 떨어지는 공공장소,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머물다 가는 작은 광장 같은 곳. 이러한 장소들은 사람들이 오래 머물고, 느끼고, 대화하게 만들며, 도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세종시 내 행정복합도시는 환상형 구조로 설계된 원형 도시로, 도넛과 같은 형태입니다. 원형을 따라 주거·상업·행정·교육 공간이 배치되고, 가운데 뻥 뚫린 열린 공간(Open-Space)에는 호수공원, 국립세종수목원, 대통령 기록관 등이 위치해 있습니다. 문화를 매개로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죠. 세종의 이 열린 공간이야 말로 이런 기능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도시가 사람을 초대하고, 그 초대 속에서 비로소 이야기가 태어나는 방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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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 국제공모 당선작> 세종시는 이 당선작을 기반으로 도시가 설계되었으며, 가운데에 있는 녹지 부분이 지금의 열린공간임 (우)세종시 중앙공원, 호수공원 일대 / 출처: 세종특별자치시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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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아직 시간이 많이 쌓이지 않은 도시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백지 같은 면모를 갖고 있죠. 이 백지 위에 어떤 이야기를 그릴지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최근 세종이 시도하고 있는 한글 기반의 도시 정체성 실험은 삶터가 어떻게 매체가 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한글사랑거리의 글자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가 전하고자 하는 문화적 메시지가 되고, 공공디자인에 스며든 한글 요소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인지되는 문화적 체험이 되며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은 세종만의 서사적 도시성을 만들어갑니다. 세종은 지금도 천천히 ‘도시가 스스로 이야기를 담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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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터가 매체가 되는 순간, 그곳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을 담아내는 그릇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공간을 다시 보기 시작하고, 지역에 대한 감정적 연결이 생기며, 도시가 스스로 이야기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결국 삶터는 우리의 경험과 시간, 움직임을 담아내는 아주 큰, 그러나 조용한 매체입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도 아마 오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을 겁니다. 작은 상점이 문을 열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산책길을 걸었을지도 모르죠. 이 모든 것이 쌓여 도시의 기억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콘텐츠가 됩니다.
삶터를 매체로 본다는 것은 도시를 조금 더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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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터 #매체 #기억 #이야기 #도시정체성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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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자 세종지역학센터장으로, 지역의 일상 공간이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사람들의 기억을 담는 매체가 되는지 탐구합니다. 문화인류학과 콘텐츠 관점에서 도시와 삶터의 변화를 읽어내며, 지역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서사와 감정의 흐름을 기록하는 연구와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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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소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악씨에서는 2021년부터 학술지 「문화·경영·기술」을 발간해 왔습니다. 2023년 12월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학술지로 선정되었고, 2025년 12월, 드디어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로 최종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그간 학술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주신 편집위원 및 운영위원, 심사위원 여러분, 소중한 연구 성과를 투고해 주신 연구자 여러분의 기여가 함께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술지 「문화·경영·기술」은 여러 학문 분과를 가로지르는 초학제적 관점을 바탕으로 연구의 학문적 가치와 사회적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학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연구자 여러분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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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Christmas Songs Playlist ⬅️CLICK
올해로 벌써 3번째 구독자님과 함께 맞는 크리스마스입니다. 작년엔 제가 어떤 인사말을 했는지 궁금해서 1년 전 악씨레터를 읽어보았답니다.🤭 저희집 둘째가 엄마가 산타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올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아쉽게도 엄마가 산타였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친구들이 다 말해줬다고 하더라구요. 초등학교 5학년이면 알 때도 되었지 싶으면서도, 어느새 훌쩍 커버린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구독자님의 올해 크리스마스는 어떠신가요?
저는 오늘 시내를 다녀와야 해서 엄청난 교통체증이 가장 먼저 걱정되는 현실주의자이지만, 그럼에도 크리스마스이브라니 마음이 몽글몽글 설렙니다.💗
오늘과 내일, 즐거움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되시기를 바랍니다!!
Editor 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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